한글이는 요술쟁이
전영선 지음, 김홍대 그림 / 책나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6세, 4세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나... 요즘 6세 아이를 처음 유치원에 보내고 난 후, 잠시 발등에 불 떨어진 느낌을 받았었다. 첫 날, 유치원에서 자기 이름쓰기를 했다는 말을 듣고,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한 우리 큰 아이는 속으로 마음 상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속상함이 내게 손짓해왔다. 어서 빨리 다른 아이들처럼 한글을 깨치게 해야 겠다는 마음에 아이와 같이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며 엄마의 열정으로 추진하였으니,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요즘 말로 널럴하게 지내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한글을 깨쳐야 한다며, 하루에 한 시간씩 아이를 책상 앞으로 잡아당겼다면, 일주일도 못 되어 아이는 한글공부를 지겨워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알면서도 범하는 어리석은 딜레마에 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즐겁게 접근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에게 난 글자조합방식을 강조하면서 아이에게 '한글공부는 이렇게 지겹고 힘든 것이란다'라는 것을 나도 모르게 주입해버린 경우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다행히도 일주일도 안 되어서 내 방식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야기와 더불어 놀이를 통해 한글깨치기를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한글이는 요술쟁이'라는 책은 낱자로 한글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통해서 재미있게 소개되었다. 글자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아이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한껏 불러일으켜 즐겁게 한글의 자음을 만나게 되어있다.
 
  자음을 다 만난 후, 여러 곳에서 만나게 된 모음들...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글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딱딱하게 말해주지 않고, '요술'이라는 것을 덧대어 아이들에게 조합하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아이들 상상의 세계를 건드리면서 흥미롭고 신기한 한글의 세계가 짠~하고 열리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를 이야기를 통해서 접하는 아이에게 한글은 결코 지겨운 것이 아닐 것 같다. 책을 받고 난 후, 큰 아이와 함께 책을 같이 읽었다. 평소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라서 엄마와 책 읽기를 통해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이곳 저곳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솔솔했나부다. 그리고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결합방식을 요술로 나타내어 아이와 같이 조합하면서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아직도 한글을 다 깨치지 못한 큰 아이에게 한글이라는 것은 개척해야 할 땅이겠지만, 그 땅을 갈 때 즐겁게 갈 수 있는 마음이 마련된 것 같아 한결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자칫 엄마의 과한 열정과 속상한 마음으로 아이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한글 깨치기를 시도할 뻔했던 그 시간이 왜 그렇게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나 뿐 아니라 어떤 엄마라도 다들 한 번씩 급한 마음에 범하기 쉬운 이런 딜레마... 무엇이 참인지 알면서도, 현실 앞에서 조급증이 달라붙어 아이와 같이 힘들어지는 굴레에 같이 빠져드는 것을 조심해야 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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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바이러스 2010-04-2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