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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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날들 #조앤비어드 #장현희옮김 #클레이하우스 #에세이추천 #그믐 #도서협찬



이 책에는 죽음과 상실, 그리고 그에 대한 두려움과 수용의 여정을 담은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소설과 에세이를 한데 엮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으로 주목받은 조앤 비어드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감정의 미세한 떨림까지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그녀의 문장은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움과 공포를 마주하게 하고, 심장이 쿵쾅거리게 한다.


누구나 “한 번 태어나면 죽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막상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두렵다. 특히 또래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훨씬 더 직접적인 충격으로 다가온다. 제작년 8월, 동네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어쩌면 죽음은 늘 내 곁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 때문이었을까. 일상의 많은 순간이 이전과는 달라 보이기 시작했고, 유방암에 걸려 ‘존엄사’를 준비하는 셰리의 이야기에 유독 깊이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니 가슴에 진물 가득한 상처 속으로 녹아들어 사라졌다. 처음에는 이상한 무감각을 느낀다. 충격을 느껴야 할 자리에 부드러운 공허감만 들어찬다. 다음 날에는 수치심이 너무 깊고 요란하게 몰려와, 그녀는 자기 자신과 단절할 수밖에 없었다.<p66>


어느날, 몸이 특히 더 나쁜 오후, 셰리는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자기 목소리를 듣는다. 겁에 질린 소 울음소리 같은 것이 깊고 길게 울린다.<p67>


유방 재건술 중 신경 손상 사고로 셰리는 걸을 수가 없다. 림프계로 전이된 암은 치료를 하면 길어야 2년, 치료조차 안 하면 그보다 훨씬 짧다. 한 사람의 상처는 모두의 상처다. 셰리는 항암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자신을 온전히 태워버려야 한다. 셰리는 이것이 자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괴물을 죽이는 것이다.

두 딸과 친구 린다와 함께 떠나는 존엄사를 위한 여정에서 산소통은 점점 바닥나고 있고, 셰리는 파도처럼 몰아치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녀는 깨닫는다.


‘당장 오늘 밤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내일 아침에도 여전히 살아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p108>


#축제의날들

셰리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며, 어린 시절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벽시계를 힐끗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빛이 서서히 흐려질 때, 엄마는 “xx양반 담배 한 대 줄까?” 그러자 아버지의 눈이 깜빡였다. 엄마는 담배에 불을 붙여 조심스레 아버지의 입에 물려드렸다. 담뱃불이 잠시 붉어졌다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29세에 홀로되신 이모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와선 엄마를 부등켜 안고 한참을 우셨다.

“언니~ 내가 뭐라글든가. 깡패 서방도 좋고 도둑놈 서방도 좋은게 서방이라도 좀 있으믄 얼마나 좋긋냐고 안 그러든가?”

되돌아보니, 그때의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나이였다. 지금 내가 혼자가 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두려움인데, 그 모진 세월을 엄마는 어떻게 견뎌내셨을까.


소설을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최고가 되진 못하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 아침에 눈을 뜨고, 웃으며 밥을 먹고, 저녁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별볼일 없는 평범했던 오늘 하루! 바로 그 하루가 인생에서 가장 값진 날일 수 있음을 새삼 느끼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조 앤 비어드

옮긴이: 장현희

출판사: 클레이하우스 @clayhouse.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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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명 패션 디자이너 50인
르쁠라(박민지) 지음 / 크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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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명패션디자이너50#박민지 #크루 #패션디자이너 #패션일러스트 #도서협찬




20세기 이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 50인의 삶과 철학, 그리고 대표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다. 과거에 명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확고한 존재감을 지닌 인물들을 다룬다.


책의 디자인과 소재가 매우 고급스럽다. 특히, 독특한 자켓 디자인이 돋보이며, 표지를 만지면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의 느낌을 주고, 내지 종이도 두껍고 견고해 품격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디자이너의 얼굴과 대표적인 디자인을 직접 그려 넣었다니, 작가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책이라 이런 책을 소장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드린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패션 관련 서적의 비중이 현저히 적기에 패션을 공부하는 우리 아이를 위해서도 단순한 이론을 넘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철학과 작품을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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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샤넬(Gabrielle Bonheur "Coco" Chanel, 1883~1971):


프랑스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이자 샤넬(CHANEL) 브랜드의 창립자.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내 삶을 창조했다." "여성은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사람이 되는 것."

이러한 그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샤넬은 주어진 환경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개척해 나갔다. 그녀의 디자인과 철학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상징한다.

내가 생각하는 명품 중의 명품은 단연 샤넬이다. 샤넬은 현대 여성 패션의 혁신을 이끌며,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을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녀는 코르셋에서 벗어나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며 여성들에게 자유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향수 중 하나인 샤넬 No.5를 출시해 향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여성용 트위드 수트를 디자인해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샤넬은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 사망 이후 수도원에서 운영하던 보육원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두 자매와 6년을 지냈다. 아버지는 그녀를 보러 오지 않았을 뿐만 아리라 기숙사 비용조차 내지 않았다. 샤넬은 그곳에서 재봉기술을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1년 1월 10일 파리 리츠호텔에서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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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명패션디자이너50인

작가님은 패션만 프로일 뿐만 아니라 요리 실력도 예술이다. 유튜브 채널 Leplat(르쁠라)에서는 감각적인 요리와 스타일링이 어우러진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사람이 한 가지 분야에서 뛰어나기도 어려운데, 작가님은 도대체 못하는 게 무엇일까 싶을 정도다. 어느 분이 댓글에 "예쁜 요리의 달인"이라고 남겼던데, 특히 <달달한 케이크 아니에요! 감자 넣은 든든한 케이크입니다> 영상을 보면 요리뿐만 아니라 미적 감각과 창의적인 사고까지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예쁜 화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글•그림: 박민지

출판사: 크루출판사 @ksi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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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지구라는 놀라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 알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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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 #아이작유엔 #성소희옮김 ##분류학 #계통학 #생물학 #알레출판사 #헤스티아서평단 #도서협찬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속으로 손짓해서 부르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모이는 것이다. 어쩌면 중력은 사랑의 가장 끈기 있는 형태, 별과 별의 불꽃보다 오래가고 빛과 빛의 덧없음보다 오래가는 사랑일지도 모른다. 중력이 완전히 붙잡지 못하는 유일한 존재는 아마 시간 아닐까.<p94>


저자는 천상 이야기꾼이다. 이 책에는 지구라는 별로 중력에 이끌려 모여든 무수한 존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머와 재치가 넘칠 뿐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수성 또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지식과 지혜를 아낌없이 풀어내며, 때로는 삶을 되돌아보고 그 방향을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이고 동시에 문학적인 작품이다. 부록에는 책에 소개된 동식물들에 관한 정보도 수록되어 있어, 아이들과 하나하나 찾아보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책 속에서>

•땃쥐의 심장은 분당 800회나 뛰기 때문에 끝없이 먹어야 심장 혹사로 인한 죽음을 피할 수 있다.

•야행성인 쇠똥구리는 은하수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의지해서 직선으로 쇠똥을 굴린다.

•사람 얼굴에 달라붙는 모낭충은 반투명한 몸으로 우리와 지나치게 가까운 데서 지내는 덕분에 몸을 숨길 수 있다.

•나무늘보가 대화 도중에 화장실을 쓰겠다며 자리를 떴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볼일은 일주일에 딱 한 번만 보면 되기 때문이다.

•코알라의 지문 무늬는 인간과 아주 비슷해서 범죄 현장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

•알프스칼새는 스위스에서 말리까지 왕복 여행하며 최대 일곱 달까지 홀로 높이 날아다닐 수 있다.


•태양이 늙으면 수소 핵융합 대신 헬륨 핵융합이 시작되면서 헬륨이 탄소로 바뀐다.

•금성은 대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이며 온실 효과 때문에 기온이 극도로 높다.

•재채기는 커다란 자극을 받으면 콧속을 깨끗이 비우려는 생물학적 반응이다. 재채기를 참으면 내부 기도에 가해지는 압력이 2천% 이상 늘어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4천 명이 딸꾹질로 입원한다. 딸꾹질이 한 달 넘게 지속된다면 난치성 딸꾹질로 진단한다.

•유방암 환자가 5분 동안 숨을 참는 연습을 하면 방사선 치료의 정확성이 높아질 수 있다.


•유대는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각 관계는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그러니 관계의 싹이 움트기 시작하면 소중히 가꾸어야 하고, 묘목이 훌쩍 자라면 튼튼한 참나무로 키워야 한다.

•입에 띠톱을 물고 태어났다면 하늘이 내려준 선물을 잘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게다가 악명은 매력적인 특징일 수 있고, 평판은 이빨만큼 오래갈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든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자기 계발에 전념하다가도 기가 꺾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현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같이 화를 내뿜고 싶다면 참다랑어처럼 폭발적으로 열을 내도 되겠지만, 자칫 그 열에 당신의 속이 다 타버릴 수도 있다.

•꿈을 하나 이루려면 다른 꿈에서 멀어질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올바른 꿈을 좇는 비결은 과감하게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 아닐까?


#지구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

이 책의 묘미는 ‘동물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에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묘사나 정보 전달을 넘어서, 그 존재를 어떻게 느끼고 감응하며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인간 중심의 언어에서 벗어나 동식물의 언어,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진지한 시도 또한 인상 깊다.


동물 언어든 식물 언어든 저마다 규칙과 문법이 엄청나게 다를 테니 시간이 무진장 오래 걸릴 것이다. 바로 이 탓에 지구가 정신을 차리고 믿을 만하게 변하는 데 그토록 기나긴 세월이 걸린 것 아닐까...말을 가지고 놀고, 지구를 가지고 놀고, 두 놀이를 뒤섞어 보라. 관점도 바꾸고 감각도 바꿔보라.<p253>


<헤스티아(ehestia_hotforever)가 모집한 서평단에 당첨되어 알레 (@allez_pub) 출판사로부터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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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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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마이클이스터 #김철호옮김 #수오서재 #도서협찬


 


“사람들은 이 작은 동그라미 안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내 잠재력이다’ 하면서,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울타리를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정말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거죠.”<p65>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하도록 진화해왔다. 과거에는 먹잇감을 쫓아 뛰고 걷는 것이 생존을 위한 일상이었으며, 우리 신체 역시 그러한 활동에 맞춰 발달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며 우리는 편리함과 안락함에 익숙해졌고, 그 결과 신체 활동은 줄어들었다. 질병이나 건강 문제는 기술과 약물에 의존해 해결하는 경향이 커졌고, 전체적인 수명은 길어졌지만, 실제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건강 수명’은 오히려 짧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탐험가인 저자는 33일간 알래스카 오지에서 순록 사냥을 하며, 인간이 원래 어떤 환경에 적응해 살아왔는지를 체험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야성적이고 소중한 삶의 경험을 스스로 제한하는 현대인들을 향해, ‘불편함’이야말로 삶의 활력을 회복하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총 5부에 걸쳐, 인간이 어떤 환경에 적응해 살아왔는지를 되짚고, 심심함은 결코 부정적인 감각이 아니라, 오히려 뇌를 재충전하고 삶의 깊이를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자극임을 강조한다. 또한 배고픔이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중요한 생리적·심리적 기능을 수행하는 감각임을 탐구하며, 죽음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는 행위가 인간의 생존 감각과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강력한 도구임을 주장한다.


1부: ‘50 대 50’_죽지 않을 정도의 고생은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든다.

1990년대를 ‘헬리콥터 양육’의 시작으로 본다. 미디어가 조장한 납치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이가 16세가 되기 전까지는 보호자 없이 집 밖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헬리콥터 양육은 ‘제설기 양육’으로 전락했다. 부모는 자녀가 가는 길에 놓인 모든 장애물을 맹렬하게 치워 버린다....헬리콥터 양육이 시작된 직후 그 시대에 속한 대학생들 사이에 불안과 우울증이 80퍼센트가량 증가했다. <p82>


2부: 열두 군데_고요의 스트레스 완화 효과

오늘날 1등 살인자가 된 심장병은 단지 지나친 소파 사용과 탄수화물 섭취의 결과가 아니다. 세게보건기구는 거주 공간을 채우고 있는 끊임없는 데시벨의 흐름이 사람들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요한 것은 소음이 자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p206>


#편안함의 습격

지속적인 편안함은 인류 역사상 매우 최근에 등장한 현상이다. 우리는 점차 편안함에 익숙해지며, 몸과 마음이 서서히 무뎌지고 있다. "굉장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굉장한 곳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라는 도니의 말처럼, 실패를 두려워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일이 된다. 컴포트존에 안주하지 말자.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원한다면, 과감히 그 울타리 너머로 발을 내딛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마이클 이스터

옮긴이: 김철호

출판사: 수오서재 @suo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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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투명 거울
김창운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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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투명거울 #김창운 #클북 #슬로어




한 편의 시를 타인에게 처음 보여주는 일은 알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부끄러웠다. 하지만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하나의 대상을 만나면 주의 깊게 관찰하며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p151>


이 책은 고등학교 교사인 김창운 시인의 첫 시집으로 총 4부 108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인의 고백처럼,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면밀히 바라보고 섬세하게 그려낸 표현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빛 내림>

밤새 토해낸 거미의 은빛 열정

기하학으로 엮은 씨줄과 날줄

아침 안개 속 빛 내림으로 다시 태어난다.


자연의 빛은 사심이 없으나

세인들은 알지 못하지


이 아침, 그대 눈을 비추는 한 줄기 빛.<p24>


시골 깡촌에서 자란 나는 이 시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밤새 없던 거미줄이 처마 끝이나 나무, 풀 사이에 쳐져 있는 걸 자주 목격하곤 했는데, 그것을 “은빛 열정”이라 표현하다니...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까. 평소엔 그저 눈에 거슬리는 존재로 여겨졌던 거미줄이, 시인의 언어를 통해 보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동심에 빠지다’라는 시에서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묘사한 대목 역시 경이롭다.


눈곱만한 비행기 한 대, 꽁무니에다

제 덩치보다 부푼 실타래 소리 없이 풀어헤치며

파란 하늘에 뽀얀 금 길게 그어 놓고 모른 척 달아난다.<p27>


어릴적에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가면 하얗게 ‘비행운’이 생기는데, 특히나 빠르게 지나가는 비행기의 비행운은 길고 곧게 뻗어있어서 동생이랑 소리소리 지르며 구경했었다. 비행운이 사라지면 못내 아쉬워했던 아련한 기억들...

이런 비행운의 모습을 시인은 ‘부푼 실타래 소리 없이 풀어헤치며’라 표현하고, ‘뽀얀 금 길게 그어 놓고 모른 척 달아난다’라니...이 얼마나 섬세하고도 재치 있는 비유인가!


마음을 울리는 시가 너무 많아 무엇부터 적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한 줄 한 줄이 오래된 기억 속 무언가를 조용히 깨우는 느낌이다. 아마도 내 안에 꼭꼭 숨겨 두었던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이리라.


‘내려놓기’라는 시를 읽으며, 시골집 마당에서 처마와 처마를 이어 길게 설치한 PVC 코팅 줄, 그리고 무거운 빨래에 줄이 처지지 않도록 중간에 칼집을 낸 긴 대막대기로 받쳐 두었던 풍경이 떠올랐다. 시인은 이처럼 평범한 일상 속 장면에서조차 줄에 매달린 빨래집게를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고, 마치 ‘무언가를 쉽게 놓지 않으려는 우리들의 집착’처럼 풀어낸다. 그 표현을 통해, 우리 모두 욕심만 움켜쥔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조용히 돌아보게 한다.


<내려놓기>

시골마당 까만 빨랫줄에 매달린 빨래집게 자매들

악다문 입, 일할 때나 쉴 때나 매한가지다

무슨 집착 그리 많은지


그대 가득 움켜쥐고 있는 것 없는지

나도 욕심만 붙잡고 매달려 사는 건 아닌지


푸른 강물은 무심히 흐른다.<p57>


#하늘투명거울

이외에도 ‘옹이’, ‘봄날 아침’, ‘인연’, ‘시월 아침 숲에서’, ‘승화’, ‘그런 날’, ‘봄날 1,2’, ‘얼음꽃’ 등등 저마다 다른 결을 지닌 시가 한가득이다. 그림이든 시든 관찰은 표현의 깊이와 생명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익숙한 것들에서 낯선 의미를 길어 올리는 작업이기에 더 많이 보고, 더 자세히, 더 오래 머무는 시선이 필요하다. 

김창운 시인의 시들은 어떤 거창한 메시지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머무는 작고 조용한 것들을 응시하게 만들며, 내 삶의 결을 조용히 되짚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김창운

출판사: 클북 @slower_as_slow_as_pos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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