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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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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과거를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짓은 죄악입니다. ‘삭제의 죄악’에 맞서 ‘기억의 복원’이 필요합니다. 다시는 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과거의 흉터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p6>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방문 첫 일정으로 열린 재일동포 간담회에서 “100년 전 아라카와 강변에서 벌어진 끔찍한 역사, 여전히 고향 땅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골들의 넋을 결코 잊지 않겠다”라며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직접 언급했다. 간토대지진 100주년(2023년)을 맞아 일본 정부는 여전히 조선인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재명정부는 일본과의 우호를 유지하면서도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저자는 20여 년간 일본 현지를 답사하며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해 1923년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기록해왔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에서는 사건의 전개 과정을 날짜와 시간별로 정리하고, 2장에서는 쓰보이 시게지의 장시 <15엔 50전>을 국내 최초로 번역·소개한다. 3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작가들의 증언을 살펴보고, 4장에서는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의 책임을 촉구하는 개인과 단체의 활동을 조명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가해자의 역사 왜곡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억압은 전염병과 비슷하다. 억압은 억압을 불러일으킨다. 억압 받는 자는 억압할 대상을 찾아 억압한다. 군국주의 체제에 억압받고 있던 일본 국민들은 억압할 대상을 찾는다. 간토대지진을 빌미로 조선인은 억압의 대상이 되어 무참히 학살된다’<p31>

1923년 9월 1일 토요일 오전 11시 58분, 진도 7.9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대화재가 이어지며 도쿄 시내는 불바다로 변했고,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한다. 그 직후 ‘조선인들이 불을 지르고 다닌다’,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넣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고, 계엄군의 묵인 아래 자경단과 일본 시민들의 폭력이 자행된다. 그 결과 6,661명의 조선인이 학살당했다. 당시 ‘15엔 50전’이라는 문장을 일본어로 발음하게 하여, 탁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조선인으로 오인받아 일본인조차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희생자는 조선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대만인, 사회주의자 등으로 확대되었다.
#백년동안의증언
책을 읽으며 그 잔혹성에 치가 떨리고 분노가 차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은 반일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평화를 기원하는 책이라 말한다. 일본 시민들과 작가들이 보여준 양심과 연대의 움직임, 과거의 기억을 복원함으로써 미래의 비극을 막고자 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서평에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만, 역사의 어둠 속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양심의 증인들, 꼭 기억하고 싶은 분들의 이름을 적어본다. 평생 동안 수집한 2만여 점의 자료를 사후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한 오무라 마스오 교수, 조선인 학살 희생자들을 위령하고 그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친 세키 고젠 스님, 일본 헌병이 교인들을 제암리교회에 가두어 23명이 불타 숨졌던 참혹한 현장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하며, 교회 재건과 순교기념관 건립을 위해 1,000만 엔을 모금해 지원한 오야마 레이지 목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김응교
출판사: 책읽는고양이 @reading_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