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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지구라는 놀라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 알레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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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속으로 손짓해서 부르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모이는 것이다. 어쩌면 중력은 사랑의 가장 끈기 있는 형태, 별과 별의 불꽃보다 오래가고 빛과 빛의 덧없음보다 오래가는 사랑일지도 모른다. 중력이 완전히 붙잡지 못하는 유일한 존재는 아마 시간 아닐까.<p94>
저자는 천상 이야기꾼이다. 이 책에는 지구라는 별로 중력에 이끌려 모여든 무수한 존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머와 재치가 넘칠 뿐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수성 또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지식과 지혜를 아낌없이 풀어내며, 때로는 삶을 되돌아보고 그 방향을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이고 동시에 문학적인 작품이다. 부록에는 책에 소개된 동식물들에 관한 정보도 수록되어 있어, 아이들과 하나하나 찾아보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책 속에서>
•땃쥐의 심장은 분당 800회나 뛰기 때문에 끝없이 먹어야 심장 혹사로 인한 죽음을 피할 수 있다.
•야행성인 쇠똥구리는 은하수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의지해서 직선으로 쇠똥을 굴린다.
•사람 얼굴에 달라붙는 모낭충은 반투명한 몸으로 우리와 지나치게 가까운 데서 지내는 덕분에 몸을 숨길 수 있다.
•나무늘보가 대화 도중에 화장실을 쓰겠다며 자리를 떴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볼일은 일주일에 딱 한 번만 보면 되기 때문이다.
•코알라의 지문 무늬는 인간과 아주 비슷해서 범죄 현장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
•알프스칼새는 스위스에서 말리까지 왕복 여행하며 최대 일곱 달까지 홀로 높이 날아다닐 수 있다.
•태양이 늙으면 수소 핵융합 대신 헬륨 핵융합이 시작되면서 헬륨이 탄소로 바뀐다.
•금성은 대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이며 온실 효과 때문에 기온이 극도로 높다.
•재채기는 커다란 자극을 받으면 콧속을 깨끗이 비우려는 생물학적 반응이다. 재채기를 참으면 내부 기도에 가해지는 압력이 2천% 이상 늘어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4천 명이 딸꾹질로 입원한다. 딸꾹질이 한 달 넘게 지속된다면 난치성 딸꾹질로 진단한다.
•유방암 환자가 5분 동안 숨을 참는 연습을 하면 방사선 치료의 정확성이 높아질 수 있다.
•유대는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각 관계는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그러니 관계의 싹이 움트기 시작하면 소중히 가꾸어야 하고, 묘목이 훌쩍 자라면 튼튼한 참나무로 키워야 한다.
•입에 띠톱을 물고 태어났다면 하늘이 내려준 선물을 잘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게다가 악명은 매력적인 특징일 수 있고, 평판은 이빨만큼 오래갈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든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자기 계발에 전념하다가도 기가 꺾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현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같이 화를 내뿜고 싶다면 참다랑어처럼 폭발적으로 열을 내도 되겠지만, 자칫 그 열에 당신의 속이 다 타버릴 수도 있다.
•꿈을 하나 이루려면 다른 꿈에서 멀어질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올바른 꿈을 좇는 비결은 과감하게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 아닐까?
#지구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
이 책의 묘미는 ‘동물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에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묘사나 정보 전달을 넘어서, 그 존재를 어떻게 느끼고 감응하며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인간 중심의 언어에서 벗어나 동식물의 언어,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진지한 시도 또한 인상 깊다.
동물 언어든 식물 언어든 저마다 규칙과 문법이 엄청나게 다를 테니 시간이 무진장 오래 걸릴 것이다. 바로 이 탓에 지구가 정신을 차리고 믿을 만하게 변하는 데 그토록 기나긴 세월이 걸린 것 아닐까...말을 가지고 놀고, 지구를 가지고 놀고, 두 놀이를 뒤섞어 보라. 관점도 바꾸고 감각도 바꿔보라.<p253>
<헤스티아(ehestia_hotforever)가 모집한 서평단에 당첨되어 알레 (@allez_pub) 출판사로부터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