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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읽는 그림 - 수천 년 세계사를 담은 기록의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12월
평점 :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이 보여주듯, 기록된 역사가 모두 진실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화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신문, 잡지, 포스터, 판화 등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건 속에 감추어진 진실과 거짓, 그리고 추악함까지 인간 역사의 내밀한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_메소포타미아·이집트·스파르타·로마의 문화를 탐험하고, 2장_중세 유럽·중국·몽골을 중심으로 세계인의 생활을 조명하며, 3장_르네상스와 종교개혁, 대항해 시대와 식민지 개척을 통해 세계사의 격변을 살펴본다.
이어서 4장_과학혁명과 계몽주의, 시민혁명 속에서도 남아 있는 사회적 모순을 성찰하고, 5장_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시대의 사회 변화와 빈곤, 열강의 충돌을 분석하며, 마지막으로 6장_세계화와 양차 세계대전, 대중사회의 등장을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과 문제를 탐구한다.

스파르타 사회는 시민 계급인 스파르티아테스, 주변인인 페리오이코이, 노예인 헬로타이 세 계층으로 나뉘었고, 시민계급은 헬로타이 반란을 막기 위해 집단 생활과 훈련을 했다. 남자들은 ‘시시티아’라는 공동 식사모임에서 검은 스프를 나누며 결속을 다졌으며, 그들의 단순한 식단은 전투력 유지에 기여했다. 그러나 전쟁과 외부 문화 유입으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헬로타이의 해방으로 경제 기반을 잃어 스파르타는 쇠퇴했다.
14세기 대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에 이르게 하며 유럽사회를 황폐화시켰다. 비관론과 종교적 히스테리 속에 ‘채찍질 고행단’이 등장해 참회 의식을 행했지만, 극단적 행위는 사회 불안을 키우고 소수 집단(외국인,부랑아,한센병 환자,유대인) 박해로 이어졌다. 결국 교회의 통제와 혼란 속에 사라졌으나, 대흑사병의 공포와 불신은 이후 유럽의 종교·문화 변화를 촉발했다.

영화 파리넬리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이번 장이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까지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는 변성기 이전에 거세하여 여성 음역의 독특한 목소리를 지닌 ‘카스트라토’라 불린 남성 가수들이 활약했다. (여성은 교회에서 노래하는 것 금지).
성공한 카스트라토는 부와 명예를 가졌기에, 매년 수천명의 소년들이 불법거세를 하였고, 일부는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 카스트라토는 ‘오페라 하우스의 쓰레기’ 취급을 받았으며 성 노동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시간을읽는그림
영국이 해가지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엘리자베스 1세가 타국의 선박을 노략질하는 ‘사락’이라 불리는 행위를 허용한 것이었고, 19세기 말 미국의 신흥 자본가와 유럽의 몰락한 가문과의 정략 결혼으로 일명 ‘달러공주’가 등장한 배경에는 신흥 자본가들의 사회적 지위 욕망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윈스턴 처칠의 어머니 제니 제롬 처칠도 그 중 한 명이었는데, 검색해보니 남편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는 삶을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익숙한 작품뿐아니라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풍부한 자료를 곁들여 미술과 역사를 아우른,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넷플릭스 왜 보냐는 광고 카피가 떠올랐는데, 이 책이야말로 그 말에 가장 잘 어울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김선지
출판사: 블랙피쉬 @blackfish_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