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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밤 - 그림과 문장과 삶을 엮은 내 영혼의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2월
평점 :

밤과 친한 사람은 속이 깊어진다고. 저절로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후회가 속을 파먹으니까.
상념이 속을 타들어가게 만드니까. 속이 텅 비게 되면 자연히 깊이도 깊어질 것이다.
밤의 깊이에 상대할 수는 없을지라도, 한낮에 미처 건네지 못한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일 것 같았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오은) <p047>

낮의 소란을 잊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밤. 고요 속에서 가장 진솔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 어느 노래 가사처럼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도 잠시 잊고 묵묵히 견뎌 온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다.

세상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미술서가 많다. 작품과 화가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책, 작품과 여행지를 연결하는 책, 혹은 미술사를 차근차근 풀어내는 책.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다른 결을 지녔다. 작품 하나하나, 문장 한 줄 한 줄이 그날의 마음결에 따라 위로를 전하기도 하고,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마음을 쉬어가기 가장 좋은 책, 바로 이소영님의 《그림 읽는 밤》이다.

무엇보다 책 디자인에 반했다. <그림 읽는 밤>이라는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책 자켓의 앙리 마티스 작품 〈Profil de femme〉, 온기를 품은 내지 디자인, 그리고 손끝에 닿는 종이의 부드러운 촉감까지. 명화와 조화를 이루는 색을 더한 섬세한 디자인 감각이 돋보인다.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이름조차 생소한 화가들의 작품을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세기말 뮌헨에서 활동한 상징주의 화가 프란츠 폰 슈투크의 <유성들>에선 마당에 덕석을 깔고 자매들과 드러누워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바라봤던 기억이 떠오르고,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에선 그 감정이 오롯이 전해와서 명치가 조여드는 느낌이 든다. 왜 관람객들이 이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렸는지 알 것 같다.


아르놀트 뵈클린의 <죽음의 섬>에선 삶의 유한함을,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생을 마감한 마리 바시키르체프의 <우산>에선 외로움과 고독, 그러면서도 강인함을 간직한 인간의 내면을 발견하게 된다.

독자가 자신의 언어로 그림을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능동적인 독자가 되어주길 바란다는 저자의 뜻대로, 일기를 쓰듯 나만의 속도로 읽고 감상하며 오래 머문, 행복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누군가 내면 어딘가에는 평화로운 공간이 있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새로운 것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있었던 일들을 제대로 둘러보는 것이 아닐까.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p019>

마치 하루가 그곳에서 종말을 고하듯 저녁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만물이 거기서 탄생하듯이 아침을 바라보아라. 그대의 눈에 비친 것들이 모든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다.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p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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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chungrimbooks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