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산책 - 세상을 움직인 경제학 천재들과의 만남
르네 뤼힝거 지음, 박규호 옮김 / 비즈니스맵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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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그리고 자격시험 공부를 하면서, 경제학 수업을 들으며 머리를 싸맨 기억이 있다.  보통 경제학은 어렵고 골치 아픈 학문으로 여겨진다.  나 역시 수많은 경제이론과 경제현상들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고개를 숙인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내게 경제학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깊이 들어갈수록 멀리 도망가는 듯 느껴지는 '꿈'같은 존재였다.  그 때의 경험으로 나에게 경제학은 까다롭다는 인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경제학이란 학문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루지 못한 뜻이나 중간에 그만둔 계획에 대해서는 미련이 남듯이 경제학은 언젠가 한 번은 부딪쳐야할 상대이며 정복해야할 과제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나는 경제학은 어렵고 골치 아픈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면서도 기대보다는 '어려워서 거부감이 들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이 책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갖지 못한다면 나에 대한 실망감은 더 커질 것이며, 경제학이란 학문의 이미지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란 걱정이었다.  그러나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는 말도 있듯 그 모든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이 책은 친절하다.  18세기부터 현재까지 경제학 체계를 세우는데 큰 기여를 한 열두 명의 경제학자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이론을 소개한다.  재미없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제 이론들을 경제학자의 성장배경과 성격, 일생 등의 개인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면과 함께 풀어나가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처럼 산책하듯이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경제학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것과 연결되어 파생되는 여러 가지 주장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 준다.  또한 경제학자가 생전 그리고 사후에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듯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독자가 경제학을 친근하게 느끼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제학 이론으로의 접근을 복잡하고 어려운 설명 대신 간단하고 쉬운 설명을 택하였다.  이것은 경제학이란 학문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지만 경제학자의 개별적, 구체적인 이론 정리를 덧붙였다면 더 만족스러웠을 듯싶다.

 



열두 명의 경제학자들의 견해에서 비슷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엇갈린 견해를 보이는 부분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이론 중 어떤 것이 제일이라고 꼽을 수는 없다.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에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시시때때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은 이론일 뿐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18세기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실물경제를 성장시키고 경제학을 체계화시키고 발전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경제학자들이며 그들의 이론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중요성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실감할 것이라 생각된다.  넓게는 국가의 경제를 시작으로 좁게는 가정의 경제, 나의 경제가 중요시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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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이른아침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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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그리트(R. Magritte)의 작품 <향수>와의 첫 대면이 언제였던가.  나는 그의 작품 <향수>를 처음 본 후 마음이 복잡했다.  그림 속 남자의 뒷모습에서 고독과 쓸쓸함, 나약함을 느꼈고 또한 더 넓은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욕망을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다.  날개는 그의 존재를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되는 존재, 세상과 단절되는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그는 날개로 인하여 세상 온갖 복잡한 상황과 미묘한 감정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영원히 자유로울 수 있을 듯 보이지만, 날개로 인하여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고 그래서 구속되어있는 나약한 모습도 보인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나는 동질감을 느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소유물, 보이는 날개를 가졌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날개를 가졌다.  나는 나의 의지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현실과 먼저 타협해야 한다.  눈에 보이든지 보이지 않든지, 쓸모없는 날개를 가진 남자와 나, 우리는 자유를 꿈꾼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얻고자 하는 욕망을 포기할 수 없어서 세상 밖으로의 삶을 동경하기만 한다.  이 책 <인간의 대지>에는 우리와 같이 날고 싶어 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는 우리와 다르다.  언제나 두려움과 공포가 함께하는 비행이지만 그는 날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린왕자>와 함께 생텍쥐페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인간의 대지>는 비행가였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첫 비행의 설렘과 동료애 그리고 비행기의 기적, 대지의 오묘함, 사막에서의 경험, 인간의 진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인간이 추구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작가는 비행을 계속한다.  그 시간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하늘 위,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그 때 깨끗한 밤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풍요로운 대지의 아름다움에 취한다.  고독을 음미하고 명상을 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사막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 삶의 신비로움에 경탄한다.  그러나 사막 한가운데에 불시착하여 죽음과 맞닥뜨렸을 때 그는 당황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견디지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내일, 또 모레가 되면 나는 단호하게 견디지 못할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p198)

나는 모든 것이 단순하다고 생각할 극도의 필요를 느낀다.  태어나는 것도 단순한 일이다.  자라는 것도 단순하다.  그리고 갈증으로 죽는 것도 단순하다. (p201)

 

작가는 사막에서의 탈출을 시도하면서 죽음의 목전에 도달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등성이를 넘으면 지평선이 펼쳐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저기 있다.  "그게 신기루라는 걸 너도 잘 알면서."  나 또한 그것이 신기루라는 것을 잘 안다.  아무도 나를 속이지 못한다.  나를!  그러나 신기루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이 내 마음에 든다면?  희망을 가지는 것이 내 마음에 든다면?  (p211)

비행기, 그것은 목적이 아니며, 그것은 방법이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는 것은 비행기를 위해서가 아니다.  농부가 밭을 가는 것도 그의 쟁기를 위해서가 아닌 것처럼.  그러나 비행기를 타면, 도시와 그 도시의 회계원들을 떠나 농촌의 진리를 다시 찾게 된다.  사람은 사람의 일을 하고 사람의 근심을 알게 된다.  사람은 바람과 별들과 밤과 모래와 바다와 접촉하게 된다.  자연의 힘과 재주를 겨루는 것이다. (p230,231)

  

인간이 그 무엇으로부터 - 그것이 사람이든지 집단이든지 -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 그 하나를 얻기 위해 포기해야하는 것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소유하길 원하는 것들은 작가가 사막에서 본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내 손 안에 있을지 모르나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무렵에는 신기루는 사라질 것이다.  인간은 곧 사라져 없어질 것이 전부인양, 그것이 목적인양 애지중지한다.  인간에게 그것은 살아가는 방법일 뿐이다.   

 

<어린왕자>와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문장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인간의 깊은 의식, 내면의 소리를 찾게 도와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리라.  그러나 편하게 읽어 내려가기는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비행하면서 겪은 일 위주의 스토리로 이루어져있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을 뿐더러,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주의 깊게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중하다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장에 도달하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느끼는 것은 독자마다 다를 터.  하나에 하나가 더해져 둘이 되고 또 다른 하나가 더해져 더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작가가 인간의 참된 본성을 찾아 떠난 여행에 합류하는 독자는 인간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더불어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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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검은 표범
아모스 오즈 지음, 허진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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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내 이름은 프로피.  이스라엘 땅의 유대인이다.  프로피는 프로페서, 즉 교수의 줄임말로 단어를 조사하여 집요하게 확인하는 버릇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나는 친구 벤 허, 치타 레즈니크와 함께 비밀지하조직 FOD(Freedom or Death)를 만들었으며 조직 내에서 나의 역할은 부사령관이면서 조직의 두뇌이다.  이 소설은 내 나이 열두 살 삼 개월 때 경험한 일들을 쓴 글이다."

 

프로피는 이스라엘이 탄생하기 직전, 영국 위임 통치 시절 예루살렘이라는 혼돈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어른들은 감시와 처벌이 존재하는 상황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어둠 속에서 비밀조직을 위해 싸운다.  그리고 프로피와 같은 어린 아이들 역시 히브리 국가 건설을 꿈꾸며 지하조직 투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프로피는 영국인 경사 스티븐 던롭을 만난다.  프로피는 던롭 경사와의 만남을 영국에 대한 기밀 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했지만 FOD의 우두머리 벤 허는 그를 믿지 않고 배신자라고 칭한다.  그는 배신자가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벤 허는 적을 사랑하는 것은 최고의 배신이야(p108)라고 말한다.  프로피는 자신의 어머니가 사랑을 한다면 그 누구도 배신자가 아니야(p11)라고 말씀하신 것을 떠올리며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더 당혹스러운 것은 벤 허가 이야기한 대로 자신이 던롭 경사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춘기 소년 프로피는 적과 배신자의 경계를 무엇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간 속에서 성장한 프로피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족 그리고 다른 모든 유대인들이 히틀러에게 살해당한 사실을 알고 있으며 독일 뿐 아니라 폴란드와 영국, 다른 나라 모두 유대인을 미워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프로피가 자라면서 보고 들은 사실과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미루어 볼 때 그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이해가 가능한 일이다.  내 존재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미움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로피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지 왜 적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미워해야 하는 건가에 대해 고민을 할 뿐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아모스 오즈의 작품은 이 책 <지하실의 검은표범>으로 처음 접해 보았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난 작가 아모스 오즈의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는 않다.  불안한 도시에서 성장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이 소설에서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허구를 바탕으로 쓰여 진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들어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더 주의 깊게 읽었다.  그러나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이야기 전개가 내게는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으며 열두 살 삼 개월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청년 프로피가 바라보는 시점이 복잡하게 얽혀져 자주 흐름이 끊어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기에 <지하실의 검은표범>이란 작품은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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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여걸열전 - 우리 민족사를 울린 불멸의 여인들
황원갑 지음 / 바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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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 우연히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삶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신여성으로 대표되는 그녀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게 되는 이유와 과정을 보면서, 그녀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 때와는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많이 안타까웠다.  시대를 잘못 태어나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더욱이 불행한 삶을 살다 간 여성이 어디 나혜석에게만 해당되는 일일까.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여성의 지위는 남성과 대등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조선시대부터 여성의 지위는 하락되기 시작하였고, 그 때부터 역사는 여성은 배제된 채 남성에 의해서 쓰여 지게 졌다.  이 책 <한국사 여걸열전>은 남성에 의해 만들어져 오던 역사 속에서 남성 못지않은 기개를 떨친 여성들의 일대기를 찾아서 재조명했다는 면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이 책은 단군왕검의 어머니 웅녀로부터 시작하여 비운의 국모 명성황후까지 우리 역사 속에서 빛을 내고 있는 27명의 여인들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7명의 여인 중에는 낯익은 인물들도 여럿 보인다.  소현세자빈 강씨나 명성황후 등은 여걸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인물로 여러 경로를 통해 그녀들의 행적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어떤 인물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는 인물들도 여럿 보였다.  몇몇은 처음 접하는 인물도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인물이나 처음 접하는 인물이나 27명 모두 이 책 안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많이 궁금한 만큼 흥미롭게 읽었다.

 

<한국사 여걸열전>은 '우리 역사를 울린 불멸의 여인들'이란 부제를 달고 27명의 일대기를 한 권에 담아냈다.  그러나 이 책은 27명 여인들만의 역사를 담고 있지는 않다.  역사에 남아있는 자료가 부족해서 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인들의 일대기를 설명하면서 주변의 남성들의 역사를 더 많이 설명하고 있다.  남성을 포함한 주변의 역사를 완전히 제외하고 여인들의 역사만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들에 대한 정보는 불충분하다 여겨져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걸들을 만나 반가웠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여인들의 역사가 이 책에 있다.  여걸이란 호칭이 아깝지 않은 우리 역사 속 여인들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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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내게로 왔다 - 이주향의 열정과 배반, 매혹의 명작 산책
이주향 지음 / 시작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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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과거 한 때 저는 사랑이란 감정에 자신이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있다는 표현이 어리석어 보이나요?  자신 있었다는 건, 다시 말해 세상이 두 쪽으로 갈라져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라 믿었다는 의미입니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생겨났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그 때는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제 사랑도 변하더란 말이죠.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란 믿음은 자신감이 아니고 자만심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아주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달콤한 사랑으로 꽉 찬 마음은 행복에 겨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위로 올라가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에서 사랑이 스르르 빠져나가고 있는 걸 알게 되었어요.  바람이 빠진 풍선은 하늘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도 다시는 그럴 수가 없지요.  사랑이란 감정이 빠져나간 마음도 그와 같았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너희와 다르다' '내 사랑은 다르다'고 호언장담했는데,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충격의 후유증은 치명적이었습니다.  내 사랑을 믿을 수가 없어졌거든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사랑이란 이름을 가진 풍선을 다시 띄울 자신이 없어진 것입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부터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의 시작과 끝을 설명할 수 없을뿐더러, 사랑은 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쉬운 상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이주향 님의 <사랑이, 내게로 왔다> 입니다.

 

작가는 <사랑이, 내게로 왔다>에 33커플을 소개합니다.  33커플은 33개의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33개의 문학작품을 다시 5파트로 분류해서 그들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 속에는 굳건한 믿음 속에서 향기로운 사랑의 꽃을 피워나가는 커플이 있는 가하면, 상대방을 파괴하는 무서운 사랑도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으로 인하여 커다란 혼란을 야기하는 커플도 있으며, 사랑이 구원이 되는 커플도 있습니다.  33가지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경우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끝날 바에야 모르는 체 살아가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사랑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사랑은 어떤 형태를 말하는 걸까요.  어떤 고민도, 어떤 갈등도 없는 커플의 사랑만이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돈독한 사랑의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커플을 주위에서 봅니다.  그렇듯 질투와 슬픔, 시련이 없는 사랑만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표지에는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라고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사랑 때문에 고통스럽더라도 사랑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의미겠지요. 

 

<사랑이, 내게로 왔다>에는 등장인물들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습니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상대로 가상으로 만든 인터뷰이지만 가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사랑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그들의 진솔한 고백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묘미를 가져다줍니다.

 

이제 사랑이 무엇인지 묻지 않으렵니다.  마음속 사랑이란 이름의 풍선이 다시 가볍게 떠오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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