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블랙홀 - 자기 회복을 위한 희망의 심리학
가야마 리카 지음, 양수현 옮김, 김은영 감수 / 알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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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블랙홀(2010.3.26. 알마)》은 「‘진단’할 수 없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환자와 환자가 아닌 사람들의 간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으로 첫 장을 엽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을 진단하는데 필요한 ‘진단 카테고리’에 사람들의 증상을 분류합니다.  하지만 병원 진찰실에서 환자로 만난 사람들과 병원 외부에서 환자로 만난 사이가 아닌 사람들의 하소연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기존의 정신의학적인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현재 젊은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에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 젊은이들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1장 충족되지 않는 나, 상처받기 쉬운 나’, ‘2장 몇 명의 나, 진짜 나’, ‘3장 마지막 보루로서의 몸’이란 세 갈래로 분류해서 새로운 현상들을 설명하길 시도합니다. 




환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존의 정신의학 개념과 용어로 설명하고 치료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정신의학의 기본인 ‘병’ ‘이상’과 ‘건강’ ‘정상’의 구별은 이제 거의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일단 그것을 인정해야 ‘살기 괴롭다’ ‘힘들다’고 호소하는 젊은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p10)




1장과 3장에 걸쳐 거식증이나 트라우마, 해리 등의 현상을 보이면서 충동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현대인들의 심리와 그들의 사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병’과 ‘건강’, ‘이상’과 ‘정상’의 경계에 머물러 있는 현대인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자살욕구나 자해욕구 등을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 그리고 평소에는 불안하거나 위축된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던 상냥하고 예의바른 젊은이들이 갑자기 극단적으로 변하는 모습 등 놀랍고 당황스러운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 늘 무엇인가가 부족해서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만 같은 허전함을 느낀다던지, 진정한 내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의 사례를 읽으면서 물질적으로는 완벽한 풍요로움을 누릴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한없이 가난해져만 가는 현대인들과 마주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짠해졌습니다. 




‘4장 자기회복을 위한 처방전’과 ‘5장 우연과 필연’에서는 마음의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처방전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단번에 180도 변화를 가져다주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이것은 어쩌면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감이 커지는 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구멍이 뚫렸다는 공허감, 진짜 내 모습이 뭔지 모르겠다는 두려움, 내 상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불안감 등은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그들만이 제대로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가끔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가 미치도록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십대, 이십대에는 전혀 떠올리지 못했던 감정입니다.  ‘지금 내가 걷는 길이 옳은 길일까’부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까지 무섭다고 외칠수록 더욱 더 혼란스러워만 집니다.  퇴직 후 얼마의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더라, 혼자 살면 병에 걸리기 더 쉽다느니 등 현재 내 상황에 불리한 이야기가 들려오면 불안해 집니다.  하지만 현재 내가 해야 할 일,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은 사라지고 맙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환자와 환자가 아닌 이들의 경계는 어느 순간의 나도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의 경우는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아주 짧다는 것 뿐,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사례들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평범하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약간의 불안, 약간의 초조 등의 감정은 현대인들이 가진 고질병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불안과 초조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커지지 않도록 언제나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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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고독한 미식가 1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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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오픈한 음식점은 꼭 가봐야 한다던지 음식 맛있게 하는 장소를 물색해서 먼 거리라도 일부러 가본다던지 하는 열정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요즘은 외출하기 편한 장소에서 적당한 음식점을 찾는다던지 입맛에 맞는 단골 음식점에 주로 간다던지 하는 식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분위기 좋고 깨끗한 장소를 우선 선호했었는데 지금은 외관이 깔끔해 보이지 않아도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면 발걸음을 할 정도로 비위가 좋아졌다.  음식 취향도 나이가 들면서 변한다던데, 예전에는 먹지 못하던 향이 강한 봄나물도 최근엔 인상 찌푸리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는데 바로 혼자서 밥을 먹는 시간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아니 음식점에 혼자서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지금까지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할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그래야 할 경우에 처했을 때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택했었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고독한 미식가(2010.4.1.이숲)》는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 집 산책’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음식점에 혼자 가는 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만화를 읽는 내내 주인공이 홀로 낯선 거리에서 처음 가보는 음식점에 들어가는 광경이 조금 어색하게 보였다.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표정이 안쓰러웠고 식당 안의 분위기가 낯설게 느껴졌을 때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아 음식 맛도 제대로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저런 고민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동시에 모두 훌훌 사라져 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사람이 맛있는 음식에서 위안과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홀로 음식점을 돌아다니는 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화가 끝나갈 무렵 저자는 「처음 가보는 식당에 들어갈 때는 언제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 홀로 음식점에 들어가는 건 어려운 과제인가 보다.  만화 《고독한 미식가》를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은 일본 음식은 튀김이나 초밥, 라면이나 우동 종류만 알고 있던 내게 다양한 일본 음식을 구경할 수 있었던 점이다.  온천을 좋아해서 일본 여행을 꼭 하고 싶었는데, 언젠가 이 만화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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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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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희생당하는 아이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더 이상 놀랄 일도 없으리라 여겼다.  전쟁터에서 살인병기로 쓰이면서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린 소년들과 성적학대를 당하다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차일드 마더가 된 소녀들,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을 듯 보이는 가난 때문에 하루 종일 돌을 깨는 노동에 시달리거나 몸을 파는 일을 하는 아이들, 부모가 어린 아이를 매춘업소에 팔거나 매춘업자가 어린 아이를 납치하는 등 꿈을 잃어버린 채 시들어가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 《어둠의 아이들(2010.4.5.문학동네)》을 읽으면서 나는 또 다시 놀랐고 가슴을 쓸어 내렸으며 구토증을 느껴야만 했다.  대체 언제쯤이면 이런 비현실적인 사건들을 옛날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고 안도할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이 책 《어둠의 아이들》은 매우 사실적이다.  아동매매와 아동매매춘 현장을 이보다 더 자세히 묘사한 글을 지금껏 읽은 적이 없다.  게다가 아동성애자들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차마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폭력적이다.  《어둠의 아이들》이 소설이라는 이유로 ‘사람이 이렇게까지 비인간적이고 잔인할 수는 없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며 이 이야기가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또 바라보지만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건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도 어둡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장에서 단 한 명의 아이라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기에 미래는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의 무대는 타이.  여덟 살짜리 센라가 만이천 바트, 우리나라 돈으로 약 삼십육만 원에 팔리는 장면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매춘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장기밀매에 센라가 희생되는 비극적인 장면이 이야기의 끝을 장식한다.  소설의 처음은 어린 생명이 어른들에게 어떻게 유린되는지,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먹을거리로 유혹하는 손길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알려주는데 할애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맞서 아이들을 구해내려고 노력하는 NGO들의 활동 상황을 보여주면서 소설은 중반으로 들어선다.  사창가에 팔려 에이즈에 걸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애쓰던 NGO들은 정부와 군, 경찰이 모두 하나가 되어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절망적인 상황,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힘든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던 중 타이 어린이들이 장기매매에 희생되고 있는 또 다른 무서운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아동매매와 아동매춘 그리고 아동장기매매까지 소설 《어둠의 아이들》은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추악한 진실을 모두 보여준다.  우리의 현실이 이렇게까지 충격적이고 잔혹할리는 없으리라고 고개를 흔들어 부인해 보지만, 하루하루 비참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둠의 아이들》을 읽는 시간이 너무나 힘겨웠기에 ‘꼭 이렇게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글을 써야만 했을까’라는 원망도 해 보았지만, 사실적인 묘사덕분에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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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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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2010.3.12. 민음사)》의 저자 정혜윤 PD 이름 앞에 「감각의 독서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나는 유행이나 소문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내 스타일을 고수하는 편이라서 정혜윤 PD의 독특한 글을 칭찬하는 무리와 그녀의 글 솜씨를 질투하는 무리로 나뉘는 군중 틈에서 다소 의연하게 지냈었다.  그런데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좀 더 나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지닌 내게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정혜윤 PD의 소문은 어느덧 그냥 흘려듣고 지나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작년 〈런던을 속삭여 줄게(2009.9.20)〉로 정혜윤 PD를 만나기에 이르렀고, 나 역시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글 솜씨를 칭찬하는 무리에 속하게 되었다.  나는 부족한 솜씨지만 책을 읽은 후 대부분 서평으로 내 생각을 옮겨 놓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마는 놀라운 기억력을 갖고 있기에 여러 책을 인용하며 글을 풀어가는 정혜윤 PD의 글쓰기 방식이 내게는 마냥 부럽고 신기하기만 했다.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훔치고 싶은 감각적인 글 솜씨라고나 할까.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에는 열다섯 편의 고전에 대한 정혜윤 PD만의 감상이 담겨있다.  우선 열다섯 편중에서 내가 읽은 작품은 몇 권이나 되는지 부터 살폈다.  그리고 이미 읽어 내용을 알고 있는 작품의 페이지를 찾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실망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일한 작품을 읽었는데 어쩜 이렇게도 다르게 느끼는지, 책은 내가 떠올리지 못한 감정과 내가 연결시키지 못한 생각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무기력해지는 기분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책장에 꽂아두기만 하고 아직 펼치지 못한 작품을 읽기 시작할 무렵에는 마음이 달뜨기 시작했다.  이렇게 멋지고 달콤한 작품을 아직까지 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억울하던지, 읽고 있는 이 책을 덮어 버리고 빨리 고전의 세계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제목에 대해서 설명한다.  설명을 읽기 전에는 참 이상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욕구 혹은 의지와 연결된 제목이란 사실을 이해하고서는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찾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만약 내게 두 번째가 허락된다면 나 역시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완전한 두 번째 생이 아니더라도, 지금부터라도 더 나은 나이고 싶은 열망의 출발점은 고전에서 부터라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이번 계기로 고전의 매력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  열다섯 편의 고전은 물론이거니와 명작이라 불리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고전을 다시 읽기 시작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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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 - 슈퍼 히어로를 읽는 미국의 시선
마크 웨이드 외 지음, 하윤숙 옮김 / 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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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헐리웃 영화는 실패하지 않는다.  우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봐도 정말 멋있기 때문이다.  영웅은 자신의 안전함과 편안함 보다는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먼저 생각한다.  그들을 위해 기꺼이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던진다.  영웅은 홀로 적진에 뛰어 들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고 한쪽 다리를 절면서 홀연히 사라진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한 그들은 지독한 희생정신과 도덕성,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라며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하지만 인류를 구해낸 영웅이란 타이틀의 이면에 담긴 메시지는 헐리웃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거대한 미국이란 나라가 지구상에서 누구보다도 우세하다는 자만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연약한 인간과 다른,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히어로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들의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만큼 높다고 말 할 수밖에.  슈퍼맨과 스파이더맨, 배트맨과 엑스맨 등 슈퍼 히어로 문화를 탄생시킨 미국은 사람의 의식 속에 있는 강해지고 싶은 열망과 정의를 위해 헌신하고 싶은 희망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전자에 더 무게를 실고 싶다.  그런데 ‘슈퍼 히어로를 읽는 미국의 시선’이란 부제가 달린 책, 《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2010.3.10. 잠)》는 나의 부정적인 시각과 달리 슈퍼 히어로에 철학적 개념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네 파트로 나누어 총 17가지의 질문에 대해서 18명의 전문가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슈퍼 히어로에 대해서 연구한 내용을 담았다.  슈퍼 히어로란 무엇인가로 부터 슈퍼 히어로의 행동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그들의 힘과 선함에 대한 논의 등 거의 논문 수준의 심도 깊은 내용을 전달한다.  읽어 내려가는 게 약간 힘겹다.  가끔 크림슨 바이퍼와 같은 내가 모르는 인물이 등장해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2부에서 엑스맨, 판타스틱 포,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의 슈퍼 히어로들이 실존 세계에서 겪을 만한 다양한 어려움과 고통들을 관찰한 내용들은 흥미로웠다.  슈퍼 히어로들도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적인 고뇌란 영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슈퍼 히어로가 탄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했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는 게 힘들긴 했지만 슈퍼 히어로에 대한 미국의 시선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소득이 있어서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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