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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2010.3.12. 민음사)》의 저자 정혜윤 PD 이름 앞에 「감각의 독서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나는 유행이나 소문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내 스타일을 고수하는 편이라서 정혜윤 PD의 독특한 글을 칭찬하는 무리와 그녀의 글 솜씨를 질투하는 무리로 나뉘는 군중 틈에서 다소 의연하게 지냈었다. 그런데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좀 더 나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지닌 내게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정혜윤 PD의 소문은 어느덧 그냥 흘려듣고 지나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작년 〈런던을 속삭여 줄게(2009.9.20)〉로 정혜윤 PD를 만나기에 이르렀고, 나 역시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글 솜씨를 칭찬하는 무리에 속하게 되었다. 나는 부족한 솜씨지만 책을 읽은 후 대부분 서평으로 내 생각을 옮겨 놓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마는 놀라운 기억력을 갖고 있기에 여러 책을 인용하며 글을 풀어가는 정혜윤 PD의 글쓰기 방식이 내게는 마냥 부럽고 신기하기만 했다.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훔치고 싶은 감각적인 글 솜씨라고나 할까.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에는 열다섯 편의 고전에 대한 정혜윤 PD만의 감상이 담겨있다. 우선 열다섯 편중에서 내가 읽은 작품은 몇 권이나 되는지 부터 살폈다. 그리고 이미 읽어 내용을 알고 있는 작품의 페이지를 찾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실망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일한 작품을 읽었는데 어쩜 이렇게도 다르게 느끼는지, 책은 내가 떠올리지 못한 감정과 내가 연결시키지 못한 생각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무기력해지는 기분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책장에 꽂아두기만 하고 아직 펼치지 못한 작품을 읽기 시작할 무렵에는 마음이 달뜨기 시작했다. 이렇게 멋지고 달콤한 작품을 아직까지 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억울하던지, 읽고 있는 이 책을 덮어 버리고 빨리 고전의 세계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제목에 대해서 설명한다. 설명을 읽기 전에는 참 이상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욕구 혹은 의지와 연결된 제목이란 사실을 이해하고서는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찾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만약 내게 두 번째가 허락된다면 나 역시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완전한 두 번째 생이 아니더라도, 지금부터라도 더 나은 나이고 싶은 열망의 출발점은 고전에서 부터라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이번 계기로 고전의 매력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 열다섯 편의 고전은 물론이거니와 명작이라 불리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고전을 다시 읽기 시작하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