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 - 1995년 뉴베리 아너 선정도서
낸시 파머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와 달리 책 표지는 책을 선택하는 기준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책의 내용을 미리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표지가 단순하고 특색 없는 표지보다는 이왕이면 더 좋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리고 나도 책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표지에 시선을 사로잡히면 그 책을 손에 넣지 않고는 배겨 낼 재간이 없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내용이 좋다는 입소문이 난 책은 표지 디자인과는 상관없이 꼭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말이다.  이 책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2010.4.8. 살림Friends)》을 처음 보았을 때 우중충한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쪽으로 치워두었었다.  한눈에 사로잡는 매력이 없고 언뜻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책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수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살며 아프리카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접한 저자가 자신의 작품 속에 아프리카를 담았다고 하더니, 표지 디자인이 아프리카의 그 무엇과 닮아 있는 듯 보였다.  순간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때는 2194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최고 권력자인 마치카 장군 가족의 어느 한가로운 아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마치카 장군의 세 아이들, 텐다이와 리타, 쿠다는 밖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집안에서만 생활한다.  밖의 모습이 궁금한 세 아이들은 ‘스카우트 현장 체험’을 이유로 처음으로 집 밖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 마치카 장군의 허락을 받아야하지만, 부모 몰래 모험을 감행하기로 한다.  그런데 집밖을 나선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지하세력인 암코끼리 일당에게 납치당한다.  마치카 장군 부부는 아이들이 납치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귀 눈 팔 명탐정 사무소’라는 사립 탐정을 고용해서 아이들을 찾아달라고 한다.  이 소설은 밝은 귀와 멀리 보는 눈 그리고 긴 팔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세 사람이 아이들을 찾기 위한 모험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어리기만 했던 마치카 장군의 세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탐정, 죽은 자의 땅에 사는 사람들, 하늘을 날아다니는 버스와 택시, 바람의 방향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건물 등 소설 속에서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두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특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세 명의 아이들이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단단해져가는 모습에서 용기를 얻는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서를 읽다 보면 조선 후기 힘없이 기울어져간 우리의 역사가 너무도 안타까워 이른 죽음을 맞이한 왕(세자)이 조금 더 오래 생존했더라면 500년 빛나는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의 마지막이 그렇게 허망하진 않았으리라는 추측을 해 보는 글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 병자호란이 일어나 삼전도에서 청나라에 항복한 이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가 9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서양 문물과 지식을 접했던 소현세자가 보위에 올랐다면 조선의 역사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글을 접하곤 한다.  귀국 후 2달 만에 세상을 뜬 소현세자의 죽음이 너무나 갑작스러워 더욱 더 그의 죽음이 안타깝게 느껴져 그러했을 터이고, 게다가 아버지인 인조가 아들을 독살했다는 소문부터 인조와 소현세자와의 관계, 당시 조선 정치세력의 배청관계 등 모든 주변 상황이 불리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의혹이 많아서이기도 할 터이다.  죽은 사람과 흘러간 과거는 말이 없기에 우리는 답답할 뿐이다. 




《소현(2010.3.8. 자음과모음)》은 소현세자가 적의 나라에서 그리고 그의 나라에서 느꼈던 비애와 고독을 그렸다.  알고도 모른 척하면서 살아냈던 시간, 하고 싶은 말도 꿀꺽 삼켜야만 했던 치욕의 시간을 그렸다.  조선으로 돌아갈 때를 기다리는 소현,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다짐하는 소현, 다시 돌아올 때는 부강해져서 돌아오리라는 의지를 뼛속 깊이 새기는 소현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돌아갈 바로 그 곳 조선이 자신의 뜻과 마음을 몰라주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었기에 답답하고 애가 타는 심정을 보여준다.  소현은 청나라에서 명나라의 멸망을 지켜보면서 조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광해군 정권의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 세워진 자가 바로 그의 아비이기에 명분을 중요시하는 성리학에 등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과 조선 사람이 원하는 것은 같다고 여겼기에 환국하게 될 날만을 기다린다.  그가 져야했던 고된 짐을 느낄 수 있었고, 외로움과 고독을 느낄 수 있었기에 소현세자가 더욱 가여워졌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점은 소현세자가 바라보는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소현세자의 꿈과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기에 책을 읽는 내내 슬픔이 가슴에서 출렁였다.




저자는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의문점, 인조가 아들을 독살했는지의 여부는 관심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했던 부분은 저자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밝힌 그곳에 있을 터, 나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슬픔과 고독이 그리고 조선을 향한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치게 깊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설을 읽기 전 보다 더 소현세자가 안쓰러워졌다.  이제는 고독하지 않기를, 외롭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7년이 흐른 지금, 임금은 자신의 아들을 위해 다시는 울지 않을 듯했다.  세자의 이름만 듣고도 눈이 붉어지던 심약한 임금은 이제 당신을 대신하여 눈시울을 적시는 늙은 대신들에게 노엽고 의심스러운 시선을 던진다고 했다.   세자가 적의 땅에서 무엇을 하느냐.  그가 누구를 만나느냐.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  일일이 말로 되어 나오지 않는 임금의 불안이 오히려 대신들을 두렵게 만든다고 했다. p26




세자는 너무 오래 떠나 있었다.  누구도 더는 세자를 세자로서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 적의 땅으로 끌려간 세자가 적의 나라에서 돌아오기까지의 세월, 그 긴 세월동안 세자가 없는 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세자는 다 알지 못했다.  다만 세자가 아는 것은 그것이 돌아오기 위해 가까워져가는 세월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멀어져가는 세월이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p151




임금이 그들에 의해 임금이 되었으니, 세자도 그들에 의해 세자가 되었다.  세자가 그들의 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으면 (...) 세자의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세자가 그들의 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세자는 적의 땅에서 결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p1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
서영교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니미즘, 샤머니즘, 시조신 숭배 등 석기시대부터 내려 온 원시신앙은 불교가 수용된 삼국시대에 들어와서도 민간에 널리 퍼져있었다고 한다.  고대인들은 특히 자연의 힘에 두려움과 존경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는데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농경사회를 이루면서 하늘을 숭배하는 의식이 행하여지게 된다.  그리고 농업이 경제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하늘을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차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천문을 관측하고 기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풍부한 천문지식을 갖게 되었어도 고대는 현대와 달리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일상과 다른 심상치 않은 현상, 예를 들면 일식이나 혜성의 출현과 같은 자연현상을 재앙의 신호로 보기도 했다.  작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미실」에서 자연현상을 권력 강화 수단의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고대시대에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은 백성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지배계층의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2010.4.16. 글항아리)》은 하늘을 섬겼던 고대인, 특히 신라인들에게 혜성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출발한다.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은 우리 기록에 보이지 않는 혜성 관련 기록을 어떻게 역사 해석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지 그 타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한 인공 불빛이 전혀 없었던 시기에 까만 하늘을 불태웠을 거대한 혜성이 사회적,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그리고 내부적으로 불안했던 시절에 혜성의 출현이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국문학계에서만 연구가 이루어진 「혜성가」와 「도솔가」의 성격, 창작 시기와 당시 신라 상황을 그리는데 중점을 둔다.  그리고 혜성이란 천체가 신문왕대와 혜공왕대의 사건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본다.  또한 신라 말 왕위쟁탈전이 벌어졌을 때 혜성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고문서에 나타난 혜성 기록을 제시하면서 신라의 왕들에게 어떤 압력으로 작용했을지, 신라의 왕들은 위기를 피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등 다양한 상황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인은 혜성을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쇼로 보지만 불길한 징조로만 보였을 과거의 시간들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당시 불안했던 상황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러나 반듯이 혜성이 출현하면 전쟁이나 반란이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혜성이 출현했지만 평화로웠던 시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혜성의 출현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고조시키지만 그것의 출현으로 불길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겠다.  단지 혜성의 출현으로 일어나는 부정적인 효과를 이용하려는 무리들이 낸 꾀가 아니었을까. 




이 책은 혜성이 나타났을 때 신라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신라 후기 왕위쟁탈전이 벌어졌을 때 혜성이 나타난 이유와 왕이 죽임을 당해야만 했던 이유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 보여준다.  그런데 누군가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이라 여겼던 혜성이 비단 우리 역사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눈을 반짝이게 만든다.  카이사르가 죽었을 때도 혜성이 나타났다니, 혜성은 정말 불길한 징조일까.  저자의 접근법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 없는 세상 -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헨리 폴락 지음, 선세갑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과 「죽음이 차오르는 나라, 투발루」를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두 작품을 본 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던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뜨거워져가는 지구의 위기 상황을 인간은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단단하고 조용하던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얼음의 나라 북극 지역의 동물과 인간 그리고 해수면의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고 있는 투발루 국민들은 매일 지구의 변화를 직시하고 지구의 위험을 체감하고 있었다.  앞으로 5년, 아니 10년 후에도 북극은 과연 인간이 알고 있던 극지방의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2001년에 국토 포기 선언을 한 투발루 국민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불안한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누이트와 북극곰, 바다코끼리 등 얼음 위에서 살아가는 북극 생명체의 삶이 흔들리는 현장을 보고서도 내 머릿속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는 사라져버렸다.  이미 1층에서는 살 수 없고, 떠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투발루 국민들의 불안하고 슬픈 얼굴을 목격했으면서도 나는 지구의 위기 상황을 잊어버렸다.  게다가 작년 여름 난생처음 폭우로 도로에 물이 차올라 꼼짝없이 차 안에 갇히는 무서운 경험도 했었고, 올 3월에는 폭설이 내려 출근하지 못하는 경험을 했으면서도 나는 지구가 아프다는 현실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애처로운 눈빛으로 엎드려 있는 북극곰 한 마리가 프린트되어 있는 책 《얼음 없는 세상(2010.4.12. 추수밭)》을 본 후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얼음 없는 세상》은 전 미국 부통령인 앨 고어가 쓴 추천사로 시작한다.  긴급환경리포트 〈불편한 진실〉의 저자이기도 한 앨 고어는 더 늦기 전에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전 인류가 나서야한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40년 동안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얼음을 연구해온 지구물리학자인 헨리 폴락은 ‘쇄빙선이 필요 없어질 정도로 녹아내린 북극해와 사람의 눈으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얼음들이 떠다니기 시작한 남극해’를 보면서 코앞에 닥친 지구의 위기를 실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이며, 《얼음 없는 세상》에서 얼음의 역사, 얼음과 인간의 관계, 얼음이 사라지는 세상 등 지금껏 얼음이 지구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재 상황이 인간에게 얼마큼 위험한지 경고한다.




얼음을 발견한 탐험가, 얼음의 특성과 능력, 얼음이 만든 지구의 역사, 지구가 얼음을 통해 인간에게 외치는 목소리, 지구의 균형이 깨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이상 징후 등의 보고서는 과학적인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신뢰감을 주는 내용이지만 그만큼 두려움도 커진다.  이 책은 지구 온난화가 지구와 인류를 어떻게 위기로 몰아가는지를 더하거나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  그래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렸을 때 지구와 인류는 어떻게 될지, 지금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앞으로 뜨거운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등 지구 온난화를 비로소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우려하면서도 나 보다는 국가와 기업이 해결할 문제라고만 여겨왔던 내 좁은 시각이 부끄러워진다.  이제야 지구 온난화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바라보는 건 너무 늦은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저자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최악의 기후 변화와 얼음 손실을 역전시키기 위해서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분명 기후 변화를 부인하는 자들, 지구의 위기 상황에 둔감했던 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바로 지금이 얼음을 지키기 위해 전 인류가 행동할 때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깨닫게 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2010.4.23. 밀리언하우스)》는 6년 전인가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불러주었던 노래 제목과 소설의 제목이 닮은꼴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새콤달콤한 사랑의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그들처럼 예쁜 사랑을 할 것만 같은 기대 때문인지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가볍다.  책 표지의 따뜻한 색상 역시 이런 감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안개 속에서 두 눈을 감고 누군가를 찾는 듯 걷고 있는 남자와 이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여자 사이에는 말 못할 사연이 있어 보인다.  남자와 여자 사이는 금방 다가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 보이지만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여덟 살 소녀 제인의 엄마 비비엔은 뮤지컬 제작자로 언제나 바쁜 일상을 보낸다.  엄마와 아빠의 빈자리는 상상 속 친구인 마이클이 채워준다.  마이클이 곁에 있어서 제인은 외롭지 않고 행복하다.  그런데 아홉 살이 되는 생일날 마이클은 ‘우리 상상의 친구들은 아이들이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존재야.  외로운 아이들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하지만 그 뒤에는 반드시 떠나야 해. (...) 내가 떠나고 나면, 넌 나를 기억도 못할 거야. (...)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고 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p41-42)’라는 말을 남기고 제인 곁을 떠난다.  이 소설은 마이클이 떠나고 23년이 흐른 후 서른두 살 제인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비엔은 서른이 넘은 딸 제인을 여전히 어린애 다루듯이 한다.  속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제인은 좋은 직장에 부잣집 딸로 모든 것을 누리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제인은 마이클이 떠난 이후로 줄곧 외롭고 고독하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닌 타인의 눈에 특히, 엄마 비비엔과 애인 휴에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엄마에게 인정받길 원하고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그러다 어릴 적 헤어진 마이클을 만나는데, 제인은 단 번에 마이클을 알아본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고, 나에게만 보이고 나와만 대화하던 상상 속의 친구를 어른이 된 이후에 실제로 다시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하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적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리라.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더 아름다워 보이듯이 말이다.  그리고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환상, 내 사랑은 나와 그를 완벽하게 만들 것이라는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소설이기에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소설을 왜 읽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허구의 이야기를 왜 읽으면서 시간 낭비를 하느냐고 누군가가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이에게 드라마를 보냐고 되물었다.  드라마를 본다는 대답에,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드라마를 왜 보냐고 물으려다, 드라마를 보면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보는 게 아니냐고,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도 그와 같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현실성 없는 작은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나는 참 행복했다.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에 내가 왜 행복한지는 생각해 보아야겠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만끽해서 정말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