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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2010.4.23. 밀리언하우스)》는 6년 전인가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불러주었던 노래 제목과 소설의 제목이 닮은꼴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새콤달콤한 사랑의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그들처럼 예쁜 사랑을 할 것만 같은 기대 때문인지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가볍다. 책 표지의 따뜻한 색상 역시 이런 감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안개 속에서 두 눈을 감고 누군가를 찾는 듯 걷고 있는 남자와 이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여자 사이에는 말 못할 사연이 있어 보인다. 남자와 여자 사이는 금방 다가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 보이지만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여덟 살 소녀 제인의 엄마 비비엔은 뮤지컬 제작자로 언제나 바쁜 일상을 보낸다. 엄마와 아빠의 빈자리는 상상 속 친구인 마이클이 채워준다. 마이클이 곁에 있어서 제인은 외롭지 않고 행복하다. 그런데 아홉 살이 되는 생일날 마이클은 ‘우리 상상의 친구들은 아이들이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존재야. 외로운 아이들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하지만 그 뒤에는 반드시 떠나야 해. (...) 내가 떠나고 나면, 넌 나를 기억도 못할 거야. (...)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고 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p41-42)’라는 말을 남기고 제인 곁을 떠난다. 이 소설은 마이클이 떠나고 23년이 흐른 후 서른두 살 제인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비엔은 서른이 넘은 딸 제인을 여전히 어린애 다루듯이 한다. 속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제인은 좋은 직장에 부잣집 딸로 모든 것을 누리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제인은 마이클이 떠난 이후로 줄곧 외롭고 고독하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닌 타인의 눈에 특히, 엄마 비비엔과 애인 휴에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엄마에게 인정받길 원하고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그러다 어릴 적 헤어진 마이클을 만나는데, 제인은 단 번에 마이클을 알아본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고, 나에게만 보이고 나와만 대화하던 상상 속의 친구를 어른이 된 이후에 실제로 다시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하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적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리라.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더 아름다워 보이듯이 말이다. 그리고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환상, 내 사랑은 나와 그를 완벽하게 만들 것이라는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소설이기에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소설을 왜 읽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허구의 이야기를 왜 읽으면서 시간 낭비를 하느냐고 누군가가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이에게 드라마를 보냐고 되물었다. 드라마를 본다는 대답에,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드라마를 왜 보냐고 물으려다, 드라마를 보면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보는 게 아니냐고,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도 그와 같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현실성 없는 작은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나는 참 행복했다.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에 내가 왜 행복한지는 생각해 보아야겠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만끽해서 정말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