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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없는 세상 -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헨리 폴락 지음, 선세갑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4월
평점 :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과 「죽음이 차오르는 나라, 투발루」를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두 작품을 본 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던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뜨거워져가는 지구의 위기 상황을 인간은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단단하고 조용하던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얼음의 나라 북극 지역의 동물과 인간 그리고 해수면의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고 있는 투발루 국민들은 매일 지구의 변화를 직시하고 지구의 위험을 체감하고 있었다. 앞으로 5년, 아니 10년 후에도 북극은 과연 인간이 알고 있던 극지방의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2001년에 국토 포기 선언을 한 투발루 국민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불안한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누이트와 북극곰, 바다코끼리 등 얼음 위에서 살아가는 북극 생명체의 삶이 흔들리는 현장을 보고서도 내 머릿속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는 사라져버렸다. 이미 1층에서는 살 수 없고, 떠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투발루 국민들의 불안하고 슬픈 얼굴을 목격했으면서도 나는 지구의 위기 상황을 잊어버렸다. 게다가 작년 여름 난생처음 폭우로 도로에 물이 차올라 꼼짝없이 차 안에 갇히는 무서운 경험도 했었고, 올 3월에는 폭설이 내려 출근하지 못하는 경험을 했으면서도 나는 지구가 아프다는 현실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애처로운 눈빛으로 엎드려 있는 북극곰 한 마리가 프린트되어 있는 책 《얼음 없는 세상(2010.4.12. 추수밭)》을 본 후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얼음 없는 세상》은 전 미국 부통령인 앨 고어가 쓴 추천사로 시작한다. 긴급환경리포트 〈불편한 진실〉의 저자이기도 한 앨 고어는 더 늦기 전에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전 인류가 나서야한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40년 동안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얼음을 연구해온 지구물리학자인 헨리 폴락은 ‘쇄빙선이 필요 없어질 정도로 녹아내린 북극해와 사람의 눈으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얼음들이 떠다니기 시작한 남극해’를 보면서 코앞에 닥친 지구의 위기를 실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이며, 《얼음 없는 세상》에서 얼음의 역사, 얼음과 인간의 관계, 얼음이 사라지는 세상 등 지금껏 얼음이 지구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재 상황이 인간에게 얼마큼 위험한지 경고한다.
얼음을 발견한 탐험가, 얼음의 특성과 능력, 얼음이 만든 지구의 역사, 지구가 얼음을 통해 인간에게 외치는 목소리, 지구의 균형이 깨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이상 징후 등의 보고서는 과학적인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신뢰감을 주는 내용이지만 그만큼 두려움도 커진다. 이 책은 지구 온난화가 지구와 인류를 어떻게 위기로 몰아가는지를 더하거나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 그래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렸을 때 지구와 인류는 어떻게 될지, 지금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앞으로 뜨거운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등 지구 온난화를 비로소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우려하면서도 나 보다는 국가와 기업이 해결할 문제라고만 여겨왔던 내 좁은 시각이 부끄러워진다. 이제야 지구 온난화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바라보는 건 너무 늦은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저자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최악의 기후 변화와 얼음 손실을 역전시키기 위해서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분명 기후 변화를 부인하는 자들, 지구의 위기 상황에 둔감했던 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바로 지금이 얼음을 지키기 위해 전 인류가 행동할 때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깨닫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