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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출간 후 지금까지 사회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작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이번에는 『도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돌아왔다. ‘지금 왜 우리에게 도덕이 화두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책 《왜 도덕인가?(2010.10.27. 한국경제신문사)》를 저자는 민주사회에서 도덕성의 의미와 본질, 그것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다룬 책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나아가 공공생활을 움직이는 도덕적 딜레마와 정치적 딜레마를 탐구한다고도 말한다.
《왜 도덕인가?》는 우선 「1부 도덕이란 무엇인가」에서 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로 나누어 각각의 분야와 도덕을 연결시켜서 ‘도덕적 가치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도덕적 가치를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 도덕적 현안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신념을 비교해가며 보여주면서 우리 삶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난해한 도덕적 의문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한다. 「2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에서는 1부에서 다루었던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다양한 자유주의 이론에 접목시켜 설명하면서, 각각의 이론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기도 한다. 「3부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에서는 ‘자유’라는 개념이 미국의 정치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설명한다. 자유라는 개념이 도덕적, 정치적 진보를 추구하기 위한 과제들은 무엇인지 짚어보기도 한다.
한 달 전 즈음인가, ‘14세 소년의 계획적인 방화’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 하나가 있었다. 사진을 찍거나 춤을 추는 것이 취미였던 소년은 예술계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지자 ‘아버지만 없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가족이 모두 잠든 밤 집안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 이 사건의 요점이다. 불을 지른 후 주변을 배회하다가 집에 돌아온 소년은 엄마를 부르면서 통곡하기까지 했다는 데에서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14세 소년의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계획적이고 치밀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뉴스에 존속살인, 성범죄, 폭행 등의 사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너무 자주 오르내리는 사건들이라 당시에만 반짝 문제시되었다가 지우개로 싹싹 지우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의 뇌리에서 충격적인 사건들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우리 사회는 지독한 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다. 안전 불감증으로부터 시작해서 안보 불감증, 양극화 불감증, 도덕 불감증까지. 우리가 지키려고 노력했던 모든 가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왜 도덕인가?》에서 마이클 샌델은 우리 앞에 닥친 모든 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적 문제는 땅에 떨어진 도덕적 가치와 연결되어있다고 말하고 있다. 혼돈에 빠져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책인 것이다. 가까이 두고 오래도록 보고 싶은 책이 한 권 더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