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긍정 철학 - 선악을 뛰어넘는 강인한 삶
헨리 해블룩 엘리스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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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작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보려고 시도했던 때가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당시 나는 어려워 보이는 책만을 일부러 선택해서 읽으려고 노력했었다.  어려운 철학책을 읽는 게 멋있고 지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아직 미숙했던 나의 정신세계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영역인 것도 모르고선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노력해서 가능한 일이 있고 불가능한 일이 있지 않은가.  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려고 노력만 했을 뿐이다.  나의 한계만 절감하고 보기 좋게 넉 다운 당해버렸다.  그 후 철학자 니체에게 관심을 기울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의 사람이라고 내 머릿속에 강하게 인지되어버렸나 보다.




그런데 140페이지 남짓의 분량으로 니체의 삶과 철학 세계를 이야기하는 책 《니체의 긍정철학(2010.10.10. 지식여행)》을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얇은 책 한 권으로 ‘20세기를 관통하는 새로운 가치의 철학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니체에 대해서 과연 얼마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니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자를 만나는 방법은 처음부터 심도 있게 파고드는 것보다는 앞으로 탐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러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니체의 긍정철학》은 니체와 동시대를 살았던 헨리 해블록 엘리스가 니체의 삶과 철학을 탐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어린 시절의 니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쇼헨하우어와 바그너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니체의 성장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니체의 철학의 핵심은 무엇인지, 니체와 종교와의 관계는 어떠했고, 니체의 신앙이 철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마지막에는 이 책의 저자 엘리스가 생각하는 니체의 철학세계와 정신세계에 관해 말하는데, 니체가 동시대 철학자들과 구분되는 이유, 니체가 19세기에 배출된 철학자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고 꼽히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니체의 긍정철학》은 니체의 철학적 의의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그러나 니체의 작품이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니체 역시 이해하기 힘든 철학자라는 인상만 깊어질 뿐이다.  중학교 2학년생이었던 내게 니체는 넘어설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었는데, 지금의 내게 니체는 그 벽이 참으로 단단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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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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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후 지금까지 사회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작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이번에는 『도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돌아왔다.   ‘지금 왜 우리에게 도덕이 화두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책 《왜 도덕인가?(2010.10.27. 한국경제신문사)》를 저자는 민주사회에서 도덕성의 의미와 본질, 그것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다룬 책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나아가 공공생활을 움직이는 도덕적 딜레마와 정치적 딜레마를 탐구한다고도 말한다.




《왜 도덕인가?》는 우선 「1부 도덕이란 무엇인가」에서 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로 나누어 각각의 분야와 도덕을 연결시켜서 ‘도덕적 가치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도덕적 가치를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 도덕적 현안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신념을 비교해가며 보여주면서 우리 삶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난해한 도덕적 의문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한다.  「2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에서는 1부에서 다루었던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다양한 자유주의 이론에 접목시켜 설명하면서, 각각의 이론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기도 한다.  「3부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에서는 ‘자유’라는 개념이 미국의 정치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설명한다.  자유라는 개념이 도덕적, 정치적 진보를 추구하기 위한 과제들은 무엇인지 짚어보기도 한다.




한 달 전 즈음인가, ‘14세 소년의 계획적인 방화’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 하나가 있었다.  사진을 찍거나 춤을 추는 것이 취미였던 소년은 예술계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지자 ‘아버지만 없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가족이 모두 잠든 밤 집안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 이 사건의 요점이다.  불을 지른 후 주변을 배회하다가 집에 돌아온 소년은 엄마를 부르면서 통곡하기까지 했다는 데에서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14세 소년의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계획적이고 치밀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뉴스에 존속살인, 성범죄, 폭행 등의 사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너무 자주 오르내리는 사건들이라 당시에만 반짝 문제시되었다가 지우개로 싹싹 지우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의 뇌리에서 충격적인 사건들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우리 사회는 지독한 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다.  안전 불감증으로부터 시작해서 안보 불감증, 양극화 불감증, 도덕 불감증까지.  우리가 지키려고 노력했던 모든 가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왜 도덕인가?》에서 마이클 샌델은 우리 앞에 닥친 모든 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적 문제는 땅에 떨어진 도덕적 가치와 연결되어있다고 말하고 있다.  혼돈에 빠져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책인 것이다.  가까이 두고 오래도록 보고 싶은 책이 한 권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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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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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라는 제목의 시를 아십니까?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시작하는 시랍니다.  바로 정 호승님의 시인데요.  「수선화에게」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나이」,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의 시를 좋아하는 제게 정 호승님은 소설가보다 시인으로 더 익숙합니다.  정 호승님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서 즐겨 읽습니다.  정 호승님의 시를 읽으면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 걱정들을 싹 비울 수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내가 느끼는 기분이나 생각들을 바뀌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정 호승님의 소설책 《의자(2010.10.18. 열림원)》의 출간소식이 들려왔을 때, 시처럼 아름다운 소설이겠구나, 짐작했답니다.  곱고 예쁜 마음이 가득 담겨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정 호승님은 동화의 방법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하여 쓴 책이라고 소설 《의자》를 소개합니다.  다시 말해, 《의자》는 어른이 읽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의자〉를 표제작으로 총 2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습니다.  26편의 이야기의 주제는 모두 사랑입니다.  사랑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 보여주면서, 사랑이야말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완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사랑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이해와 배려, 겸손과 용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할 진실을 알려줍니다.  생명과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이 마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모여 사랑이 된다고 말입니다.




《의자》의 겉표지를 장식한 소년의 눈빛이 애처롭습니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눈빛 같기도 하고, 헤어짐을 슬퍼하는 눈빛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기쁘고 행복한 눈빛은 분명 아니기에 소설 《의자》와 잘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밝은 이미지만은 아니기에, 그리고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사랑도 때론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기에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을이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0년도 가을에 감성을 두드리는 책 한 권 어떨까요.  《의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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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손안의 고전(古典)
황종원 옮김 / 서책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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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고 얇은 《논어(2010.10.15. 서책)》는 처음 본다.  가로 6.3㎝, 세로 9.3㎝, 두께 1.5㎝로 손 안에 쏙 들어오는 미니 사이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으로 대표되는 ‘사서’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 분류된다.  대학생이 읽어야 할 필독도서 100개라든지, 권장도서 100개와 같은 목록에서도 논어뿐만 아니라 ‘사서’ 중 한 권은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러나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책을 펼쳐들어도 쉽게 책 속으로 빠져들기는 쉽지 않다.  책 한 장 한 장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한자 때문에 내용이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고전을 번역한 글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한 손으로 들기 버거운 두께와 무게를 자랑하는 책이 바로 ‘사서’의 특징이기도 하기에, ‘사서’의 중압감에 질려버려 책 내용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려는 마음은 쉽게 무너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사이즈의 《논어》라니, ‘이건 쉽겠는데’라는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든다.  지금까지 《논어》를 읽으려고 계획하면서 ‘이번만큼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겠는데’라는 마음이 생긴 건 처음이다.  놀라운 발전이다.  또한 [손 안의 고전 시리즈]의 《논어》의 장점은 어디서든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껍고 무서워서 한정된 장소에서만 읽을 수 있는 이전의 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역자 후기에서 이 책의 특색을 현대 중국학계의 ‘사서’ 연구 결과가 많이 반영되었다는 점으로 꼽고 있다.  그래서일까, 번역체에서 많이 다듬어진 느낌이 난다.  《논어》를 비롯해서 ‘사서’를 읽을 때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의미를 이해할 수도 없었는데 술술 읽히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정상인데도 말이다.  지금까지 《논어》를 읽기 계획했다가 중간에 그만두신 분들, 꼭 [손 안의 고전 시리즈]의 《논어》로 다시 시작해보세요.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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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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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성장’을 강요하는 대상은 비단 대학생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성장, 기업의 성장 등으로부터 시작해서 개개인의 성장을 강요당하는 게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사회 분위기라고 느낀다.  하나의 예로 자기계발서가 언제부터 베스트셀러 순위에 등장하기 시작했나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사는 게 옳은 걸까, 순간순간 의심과 불신이 머릿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지만, 무엇을 강요하는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일은 그 길을 가본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느끼는 반감, 그 뒤를 바짝 쫓아 들어오는 저항심 같은 감정들은 그나마 불평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리한 자와 열등한 자, 부자와 가난한 자,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 등 이분법적으로 나뉜 세상을 인지하게 되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이를테면 이 책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2010.10.12. 푸른숲)》에서처럼 지방대와 in 서울 대학과의 간극에서 느끼는 소외감 같은 씁쓸한 감정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생이 처음 느끼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것일 게다.  「1부, 어쨌거나 고군분투」에서 대학 서열 체제 안에서 고통 받는 대학생들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2부, 뒷문으로 성장하다」에서 정치, 학교, 가족, 사랑 등의 제목으로 그 어느 세대보다도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20대들의 세상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를 읽으면서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너무 비관적이고 부정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자신의 삶을 ‘쓰고 남아도는’ 잉여라고 말하다니, 이건 자학 수준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급한 현안을 처리하기보다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게 보이는 정치권에 나 또한 무관심하므로 젊은이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사랑, 돈 등 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모두 틀렸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 졸업생보다 지방 대학 졸업생이 더 많고, 내세울만한 스펙을 가진 자보다 가지지 못한 자가 더 많은데 그들의 불평은 성공지상주의로 내달리는 현실에 안착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는 대학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의 교육 현장이 말로만 행하는 ‘열린 교육’이라는 건 더더욱 믿을 수 없다.  세상은 분명 이분법적 논리로 흘러가고 있다.  선이 있으면 악이 있다.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내가 언급했던 ‘성장’과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대학생들이 강요받는 ‘성장’의 의미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지금 20대들의 현실과 내가 살아가는 30대 중반의 현실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대들의 힘겨움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느끼는 삶의 무거움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의 의미를 정하고자 한다.  그들이 느끼는 부당한 세상은 내가 느낀 그 세상이기에 언젠가는 변하리라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에서 힘을 내야 하는 게 주어진 삶인 것을.  그대 청춘이여,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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