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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ㅣ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수선화에게」라는 제목의 시를 아십니까?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시작하는 시랍니다. 바로 정 호승님의 시인데요. 「수선화에게」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나이」,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의 시를 좋아하는 제게 정 호승님은 소설가보다 시인으로 더 익숙합니다. 정 호승님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서 즐겨 읽습니다. 정 호승님의 시를 읽으면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 걱정들을 싹 비울 수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내가 느끼는 기분이나 생각들을 바뀌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정 호승님의 소설책 《의자(2010.10.18. 열림원)》의 출간소식이 들려왔을 때, 시처럼 아름다운 소설이겠구나, 짐작했답니다. 곱고 예쁜 마음이 가득 담겨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정 호승님은 동화의 방법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하여 쓴 책이라고 소설 《의자》를 소개합니다. 다시 말해, 《의자》는 어른이 읽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의자〉를 표제작으로 총 2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습니다. 26편의 이야기의 주제는 모두 사랑입니다. 사랑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 보여주면서, 사랑이야말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완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사랑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이해와 배려, 겸손과 용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할 진실을 알려줍니다. 생명과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이 마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모여 사랑이 된다고 말입니다.
《의자》의 겉표지를 장식한 소년의 눈빛이 애처롭습니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눈빛 같기도 하고, 헤어짐을 슬퍼하는 눈빛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기쁘고 행복한 눈빛은 분명 아니기에 소설 《의자》와 잘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밝은 이미지만은 아니기에, 그리고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사랑도 때론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기에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을이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0년도 가을에 감성을 두드리는 책 한 권 어떨까요. 《의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