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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은 후 갑자기 가슴이 조여 오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내 눈물의 의미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재회가 감사해서인지, 불행한 사람 하나 없이 모두 행복한 엔딩에 감동해서인지, 어느 쪽인지 나도 정확하게 모르겠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은 후에는 언제나 이렇다. 정확한 이유를 댈 수 없는 눈물을 쏟게 된다.
기욤 뮈소 작품의 소재는 「사랑」이다. 2008년도에 기욤 뮈소를 알게 된 이후 〈사랑하기 때문에〉를 시작으로 〈구해줘〉와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를 읽으면서 나는 나에게 물었다. 흔하디흔한 사랑 이야기를 하는 기욤 뮈소 작품에 빠져드는 이유가 뭐냐고. 사랑, 이별, 죽음 등 눈물을 쏟게 만드는 감정적인 소설은 싫어한 게 아니냐고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이번에 읽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07.4.20. 밝은세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06년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예순 살의 앨리엇이 자신의 소원을 30년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난 운명적인 사랑 일리나를 만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승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오, 의사 선생?
꼭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
그 여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아쉽게도 그녀는 30년 전 사고로 죽었어요. P11
캄보디아에서 노인이 건네 준 알약을 먹은 후 시간 여행을 시작한 주인공 앨리엇은 사랑하는 여인 일리나를 살려내면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는데, 운명은 오히려 그를 혹독하게 짓밟는다.(P254) 현재와 과거라는 시간이 가로놓여 있지만 둘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운명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게 된다.
2006년과 1976년, 삼십 년의 세월을 엇갈리게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익숙한 플랫으로 진행된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고,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운명을 바꾸면서 미래는 더 혼란스러워지는 광경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지루하거나 따분하다는 말은 아니다. 읽고 또 읽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몰입해서 읽게 되고 감정이입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이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리라. 진부하고 유치할수록 더 빛나는 게 바로 「사랑」이야기이니 말이다.
수많은 고생을 치르며 딸을 키우고 났을 때 그는 대단한 진리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빠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아빠가 된다는 사실 말이다. 언제나 딸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애쓰는 동안 어느새 그는 진정한 아빠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흔이 되어서야 사랑 말고는 혼탁해져가는 세상을 치유할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P130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나는 한 번이라도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없다. 과거의 선택 중에서 후회되는 일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으니 미련을 두지 않는 것뿐이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처럼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 역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 때의 시간으로 되돌리고 싶은 때가 있다. 시계를 중심으로 서로 엇갈린 길을 가는 소설의 표지가 안타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