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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2006.7.24. 문학과지성사)》는 2008년도에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금시초문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최강희 씨의 역할도 호응도가 높았다고 하던데 드라마를 보지 못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우선 나와 우리나라 소설의 관계를 이야기하자면, 한마디로 서먹한 관계다. 좋아하는 소설가 몇 명만 친근하게 느껴질 뿐, 대부분 내게는 낯설다. 내가 우리나라 소설에 관심을 거두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생략하고, 이번에 우연찮게 읽게 된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도 작가 정이현에 관한 사전지식 전혀 없이 시작한 모험이라는 점만 이야기해 둔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 작품인지 한 줄로 요약하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미혼 여성들의 일과 연애, 친구와 가족, 결혼에 관한 생각들을 서른한 살 오은수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먼저 주인공 오은수의 간단한 프로필을 읊어보면 1975년 생, 서울 태생, 편집회사의 편집 디자이너, 아직 미혼이라는 정보를 캐낼 수 있다. 옛 애인의 결혼식 날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해서 부장의 질책에도 끄떡없는 은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주인공에게 점점 이입되어갔다. 나와 동갑내기에다가 아직 미혼이라는 점이 같았고, 소위 짬밥이라고 말하는 연차가 쌓이면서 직장에서의 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는 점도 닮았기 때문이다. 그녀를 통해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모습을 찾게 되길 기대했다면 너무 거창한가?
이 소설을 읽은 소감부터 말하자면, 하늘 높이 올라가는 풍선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 풍선이 ‘빵!’하고 터져버리면서 순식간에 내 눈앞에서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은수, 유희, 재인의 각기 다른 직업관과 연애관, 결혼관은 21세기를 살아가는 30대 여성들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은수가 미래가 불투명해서 불안한 연하남 태오와 모든 조건이 완벽한 영수, 오랜 시간 친구로 곁에 있어서 편한 유준 사이에서 알듯 모를 듯 방황하는 모습도 이해한다. 그러나 마지막 은수의 선택은 허무하고 김새는 일이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안착하기보다는 끝까지 당당하고 솔직한 은수의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나도 용기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예측 불가능한 인생을 사는 것은, 오로지 나뿐인가. p441
가끔 불안해질 때가 있다. 혹시 나만 뒤쳐져서 걷는 게 아닐까, 불안하다. 모두가 아는 진실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불안할 때가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지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음을 알기에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나를 다독인다. 예측 불가능한 인생을 사는 것은 나뿐인 듯해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