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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이라부 종합병원의 이라부 이치로 선생의 소문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이라부 선생의 진료를 받은 사람들의 얘기에 의하면 믿음이 가지 않는 첫인상 때문에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고들 말한다. 아니 의사로서의 믿음은 둘째치고서라도 의사처럼 보이지 않았다고들 입을 모았다. 다짜고짜 비타민 주사나 놓는 이상한 의사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환자보다 더 환자 같은 의사라니 누군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간호사도 간호사답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신기하게도 자신이 갖고 있던 고민이 저절로 해결되더라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의사일까 궁금하던 참에, 이번에 나도 이라부 이치로 선생에게 진료나 받아보려고 이라부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라부 이치로 선생의 팬이 되었다. 앞으로 이라부 종합병원의 단골 환자가 될게 분명해 보인다. 감기에 걸려도 정신과 전문의 이라부 선생을 찾아 갈 것 같고, 두통이나 소화 불량, 어깨 결림이나 허리 통증이 찾아와도 이라부 선생에게 달려갈 것 같다. 이라부 선생이 그렇게 대단하냐고?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나도 다짜고짜 비타민 주사부터 맞았는데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벼움 속에서 진솔함과 날카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흘러넘치는 위트가 약간 문제가 있긴 하지만 따뜻하고 감동을 주는 방법을 아는 의사가 분명했다.
「공중그네」를 표제작으로 한 이 소설 《공중그네(2005.1.15. 은행나무)》는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고슴도치」는 뾰족한 물건에 두려움을 느끼는 야쿠자가 등장하고, 「공중그네」는 공중그네에서 떨어지는 실수를 하는 곡예사가 등장한다. 「장인의 가발」에서는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의사가 등장하고, 「3루수」에서는 1루 송구를 두려워하는 프로 입단 10년째인 베테랑 3루수 야구 선수가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여류작가」에서는 심인성 구토증으로 괴로워하는 데뷔 8년 차 작가가 등장한다.
물론 주인공은 이라부 선생이다. 각각의 단편에서 이라부 선생이 자신의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지 보여준다. 처음에는 환자를 치료하는 건지 의아해 보일 정도로 굉장히 독특한 치료법이다. 환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치료효과는 100%를 자랑한다.
《공중그네》를 읽은 후에야 오쿠다 히데오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낄낄거리면서 책을 읽어본지도 너무 오래돼서 완벽하게 기분전환을 한 책이기도 하다. 이라부 짱!!! 오쿠다 히데오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