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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민의 글은 처음이다. 나는 왠지 정치에 몸담았던 분들의 글에는 손이 가지 않더라.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면, 이십대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였고 삼십대에 들어서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 때문에 모든 게 실망스러웠기 때문이었다고 말하겠다. 어쩐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컸다고나 할까. 나는 눈길을 주지 않기로 맘먹으면 아주 매정하게 돌아서는 구석이 있는데, 이 못된 성격 탓에 그동안 유시민의 글도 읽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2009.10.27. 웅진지식하우스)》를 우연찮게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지닌 선입견 때문에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방향성이나 목적성 없는 불투명한 편견 때문에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감동할 시간, 생각할 시간을 빼앗겼다는 사실이 얼마나 억울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청춘의 독서》를 읽기 시작하면서 첫 느낌은 글 참 잘 쓰네,였다. 책에 대한 욕심이 커지면서 책에 관한 내공이 단단한 사람이나 맛깔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을 부러워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유시민이 《청춘의 독서》를 통해서 소개하는 14권이 누구에게나 감동과 감명을 주는 책이 아니기에 그러했고, 그가 쓴 글이 책을 읽지 않은 내가 마치 책을 읽은 것만 같은 느낌에 빠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그러하다.
유시민은 《청춘의 독서》가 문명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위대한 책을 남긴 사람에 대한 이야기(p6-7)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책들에 기대어 나름의 행로를 걸었던 저자 자신과 그 과정에서 저자가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말한다. 한 권의 책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경험으로부터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에 신뢰감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청춘의 독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로 시작해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 끝난다.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한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과 맹자의 「맹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언젠가 들어본 것도 같은 마르크스와 엥글스의 「공산당 선언」이란 책도 소개한다. 제목만 들어도 골치 아파서 뒷걸음질 치게 되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통해 만난 책들은 나의 앞 세대를 걸어온 저자의 경험, 생각과 만나면서 세상을 향한 고민과 삶을 향한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책을 그대로지만 10년, 20년,,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달라졌기에 과거와는 분명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 말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궁금해진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