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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김제동’을 떠올리면 그의 작은 눈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간혹 그가 자신의 작은 눈을 웃음 소재로 삼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작은 눈과는 반대로 마음만은 대인배일 것이라 상상한다. 그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MC로 활약하면서 재치 넘치는 입담, 마음을 훔치는 입담을 자랑하였고 방송가 밖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그러던 그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맡은 후 방송인의 정치적 색깔론이 문제시되었고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장기간 진행해오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된다. 그 후 그의 동향이 어떠했는지, 근황은 어떠한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2011.4.21. 위즈덤경향)》로 방송인 김제동이 아닌, 인간 김제동과 마주하게 되었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2010년 2월에서 2011년 3월까지 경향신문에서 ‘김제동의 똑똑똑’이란 제목으로 진행해오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이다. 김제동 자신이 인터뷰어가 되었고 이외수, 정재승을 비롯하여 홍명보, 안희정, 조정래, 최일구, 문용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25명의 인터뷰이가 등장한다. 김제동은 ‘오랜 친구와 나누는 대화처럼 편안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도, 현재 사회의 이슈를 허심탄회하게 고민해 보는 똑똑한 인터뷰가 되길 바랐다(p5)’고 밝히는데, 그의 인터뷰는 유머와 직설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된 듯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책이다.
책은 장발과 수염의 대명사, 이외수 선생님과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현재를 꼬집으며 ‘세상엔 의외로 행간을 못 읽는 사람이 많아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자기와 상반된 의견은 무시하고. (...) 연예인이건 작가건 정부의 정책이나 시대에 대해서 한 마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p14)’라고 말한다. 과학자이면서 소설 「눈 먼 시계공」을 쓴 정재승 교수님은 ‘20세기엔 남보다 1.2배 똑똑하면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어요. 이젠 시대가 달라졌죠. 더 똑똑한 것 대신 다른 사람 100명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해요. 자신이 아는 것을 개방하고 공유하고 협동해야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경쟁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에요. 경쟁을 붙이는 방법으로 20세기가 굴러왔다면 지금 펼쳐진 문제들은 그런 경쟁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p78)’라며 현 교육 정책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책 속에는 전 kbs 사장, 시인, 제주 해녀, 산악인, 변호사, 영화감독, 배우,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터뷰이들이 제각각 자신의 자리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토로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조정래 선생님의 인터뷰는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25명과의 인터뷰는 ‘너’와 ‘나’로 나뉜 세상을 ‘우리’로 한데 묶기 위한 시도였다. 그리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 책이 매개체가 되어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사회가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가수 윤도현의 추천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친다.
제동아, 한때 주변에서 우리 걱정들을 많이 하셨잖아. 그때 내가 했던 말 기억나니? 록은 항상 길 위에 있을 때 행복하다고. 사실 우리 괜찮았잖아. 오히려 그전보다 자유롭게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며 살 수 있어 좋았잖아. 나는 네가 늘 자랑스럽고 대견해. 우리는 ‘정치적인 연예인’이 아니라 사회에 무심하지 않은 연예인일 뿐이잖아. 우리 이렇게 단단해지면서 소신과 철학을 잃지 말고 살아가자. 네가 인터뷰한 분들의 생각을 접하면서 나는 더 확신을 얻게 되었어. 우리가 받은 사랑과 위로만큼 앞으로도 세상을 더 어루만지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