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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 개정판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평점 :
최근 여러 권의 책으로 퇴계 이황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성리학을 활짝 꽃피웠던 조선 중기의 학자 이황은 어린 나이에 즉위한 선조를 위해 성리학의 개요를 그림과 함께 설명한 책 『성학십도』를 저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이황의 뜻은 학문과 교육에 있어 관직에 나가기를 싫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서 아는 부분은 단지 여기까지 뿐, 이와 기가 등장하는 철학적 의미는 깊이 들어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맏아들 준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엮은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2011.4.25. 연암서가)》는 그동안 학자로만 알려져 있던 퇴계 이황 선생의 다른 면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다소 무거운 이미지로만 알려져 있는 이황 선생이 아들에게는 어떤 어버이였을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우리는 흔히 조선시대 선비는 집 안 일에 무관심하였다고 알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집안에 쌀이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책 읽기에만 매진하는, 즉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능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학자 중에서도 최고의 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 또한 집안 대소사 보다는 학문 수양과 제자 교육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으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들에게 쓴 편지도 이러한 내용으로만 채워졌으리라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데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에서 드러난 퇴계 선생은 우리가 상상했던 인물상과는 전혀 달랐다. 공부법에서부터 재산관리, 인간관계 기술 등 소소한 부분까지, 부모가 자식을 교육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가르쳤던 것이다. 즉, 안부를 묻는 단순한 편지가 아닌 최고의 인생 지침서다.
저자는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해설’에서 우리가 퇴계 선생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바로 잡는다. ‘벼슬살이’에 대한 생각과 ‘소실’에 대한 생각이 그것이다. 퇴계 선생을 평가할 때 현대의 관점이 아닌 조선시대의 관점으로 봐야할 것이란 말이다.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는 퇴계 이황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여러 면을 지니고 있지만, 퇴계 선생에게 이런 꼼꼼한 면이 있었다는 사실은 약간 놀랍다. 여러 방면으로 관심도 많고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 역시 뛰어난 학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퇴계 선생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