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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평점 :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2011.3.25. 갤리온)》는 고액 연봉이 보장된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버리고 자신의 경제학 이론과 지식을 시험해 보고자 세계 속으로 들어간 코너 우드먼의 색다른 이력에 호기심이 동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컴퓨터 앞에서의 비즈니스에 회의를 느껴서 세상 밖 진짜 시장, 즉 전통 시장에서의 진짜 거래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전통 시장과 기업 시장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가 전통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실험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한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싶었다고도 이야기한다.
‘전통 시장에서 살아남기’를 이 책의 부제로 정하면 안성맞춤일 것 같다. 모로코를 시작으로 수단을 거쳐 잠비아,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인도, 키르기스스탄, 중국, 타이완, 일본, 멕시코, 브라질을 경유해서 영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은 어느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싸게 사서 비싼 값에 되판다는 공식을 지켜서 시장에서 거래할 계획을 세운다. 또한 싼 값으로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생산지에서 구입하여 물건의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해서 팔겠다는 계획도 세운다. 그러나 시장 바닥에서 닳고 닳은 상인들의 상술에 속아 손해를 본 적도 있고, 지역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해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시장의 변화로 인해 돈과 시간을 손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여행이 계속되면서 책에서 익힌 협상의 기술이 아닌 몸으로 체득된 협상의 기술로 높은 수익을 올리기에 이른다.
카펫, 낙타, 커피, 와인, 목재 등 그가 사고 판 물건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는 6개월 동안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서 책상 앞에서 상행위를 했던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도전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만났고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경제가 거대 기업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의 상거래는 살아 있는 것이다.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교양으로 경제학을 배웠었다. 처음 경제학원론을 배우면서 느꼈던 점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렵다’였다. 거시 경제학과 미시 경제학을 배우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예전에 배웠던 경제학이론을 써 먹을 일이 없었다. 말 그대로 안녕. 하지만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로 듣는 경제 프로그램에서도 어려운 말은 계속된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경제는 어려운 분야라고 느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 논리는 정말 단순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논리는 우리의 전통시장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는 지금껏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던 분야의 단단한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책이다. 경제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