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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산 -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지 힘
KBS 한국의 유산 제작팀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 다섯 가지 힘’이란 부제가 달린 《한국의 유산(2011.7.29. 상상너머)》은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빛나는 역사를 간직한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한국의 유산》은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등 13종의 기록유산과 ‘이순신, 안중근’ 등 13명의 인물유산 그리고 ‘칠지도, 무령왕릉’ 등 19가지의 문화유산으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책을 펼쳐서 제일 먼저 만나는 한국의 유산은 올해 제작된 지 천 년을 맞이한 「팔만대장경」이다. 올해 초 조정래 소설 〈대장경〉을 읽으면서 팔만대장경을 만든 고려인들의 심정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홈페이지에서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팔만대장경의 제작과정을 훑어보면서 그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었다. 일본침략, 한국전쟁 등 수난의 역사 속에서도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감격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외에도 직지심체요절, 동의보감 등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록유산이 소개되는데, 안타까운 점은 국외로 유출된 유산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과 언제 우리나라로 반환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2부 한국의 인물유산에서는 이순신, 안중근, 윤동주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외국 경매장에서 팔릴 위기에 놓인 ‘고종 옥보’가 국내로 들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 국립박물관의 유일한 동양 전문가인 조창수의 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고, 제2 연평대전에서 전우들을 구하려고 뛰어다니다 온몸에 총탄을 맞고 3개월 후 사망한 의무병 박동혁 병장 소식을 들고서는 안타깝게 죽어간 젊은이들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동재 된 ‘매사냥’을 비롯해서 백제 금동대향로, 경천사 삼층석탑 등의 문화제와 민속놀이인 강강술래 그리고 이상적인 관료상을 제시한 청백리 제도도 포함된다.
채널을 KBS에 놓아두면 힘찬 북소리로 시작하는 『한국의 유산』을 볼 수 있다. 이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서 방송되었던 내용 중에서 기억나는 게 없다. 이 책 《한국의 유산》을 읽으면서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손기정 선수가 제11회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으로 받은 부상인 【청동투구】가 방송된다. 외국 유물로는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며, 독일에서 보관되어 오다가 오랜 반환요청 끝에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손기정 선수가 감격에 겨워했던 모습도 볼 수 있다.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가 반환되던 날 우리는 모두 행복해했다. 우리 조상의 정신이 담긴 유산이 고향으로 돌아온 기쁜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온전히 기뻐할 수만은 없다. 외규장각 도서는 완전 환수가 아닌 대여 갱신 형식이고 직지심체를 비롯하여 아직까지도 국내로 들어오지 못한 유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한 언젠가는 다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우리가 잊지 말고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유산이 있다는 사실, 대한민국을 이끈 유산이 우리의 힘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한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