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김용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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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고대사」를 배울 때면 삼국을 통일한 나라가 신라라는 사실이 매번 안타까웠었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넓힌 드넓은 영토를 이어받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이 이루었던 영토 확장, 즉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전적인 기상에만 의미를 두고자 함은 아니다.  구한말 열강들 틈에서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다가 일본에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을 때나 현재 독도를 국제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모양새가 답답하기 짝이 없어 요동지방과 만주까지 차지했던 고구려인들의 당당했던 모습을 현재 우리가 조금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품어보는 기대일 뿐이다.  또한 광개토대왕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이익을 위해 헌신했을 것이란 근거 없는 확신이 지금처럼 정치적,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꼭 필요한 인물이란 간절한 마음의 표출이기도 하다.  하지만 광개토대왕이란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자세히 알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왕으로서, 지도자로서 완벽할 것만 같은 이미지는 어쩌면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심은 씨앗으로부터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실망스러운 현실과 비교해서 하늘에서 선택한 왕이 우리의 역사 속 위인이란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2011.7.20. 역사의아침)》은 신화 속 인물처럼 현실성 없는 광개토대왕을 제대로 보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저자는 ‘광개토대왕의 정복 활동을 좇는 것 이상으로 그가 왜 정복 활동에 나서게 되었고, 정복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그가 이룬 성과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p8)’라는 문제에 주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작한다.  제목에서 눈치 챘겠지만 저자는 ‘역사적 근거가 부족한 대왕 대신 태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광개토태왕과 그의 시대를 바로 보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이라고(p43)’ 말한다.  우리가 통상 불러왔던 호칭이 아닌 광개토태왕이란 호칭이 왜, 어떻게 맞는지를 역사적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서 먼저 시작된 「광개토태왕릉비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광개토태왕과 관련된 자료가 턱 없이 부족한 것도 가장 큰 이유겠지만 ‘광개토태왕 바로 보기’가 역사학계에서 어찌 그리 논란의 중심에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책은 담덕의 어린 시절을 예측하면서 고구려 상황과 연결시켜 광개토태왕이 정복활동에 나선 이유, 정복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해 본다.  또한 광개토태왕의 정복 활동을 살펴보면서 그가 이루어 낸 업적의 가치도 해석해 본다.  자료가 부족해서 논란의 여지도 많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광개토태왕이 실존했던 인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18세에 즉위해서 39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22년간 고구려왕이었던 광개토태왕을 상대로 근거 없는 큰 기대와 믿음을 갖고 있었던 분이라면 《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더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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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산 -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지 힘
KBS 한국의 유산 제작팀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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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 다섯 가지 힘’이란 부제가 달린 《한국의 유산(2011.7.29. 상상너머)》은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빛나는 역사를 간직한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한국의 유산》은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등 13종의 기록유산과 ‘이순신, 안중근’ 등 13명의 인물유산 그리고 ‘칠지도, 무령왕릉’ 등 19가지의 문화유산으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책을 펼쳐서 제일 먼저 만나는 한국의 유산은 올해 제작된 지 천 년을 맞이한 「팔만대장경」이다. 올해 초 조정래 소설 〈대장경〉을 읽으면서 팔만대장경을 만든 고려인들의 심정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홈페이지에서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팔만대장경의 제작과정을 훑어보면서 그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었다. 일본침략, 한국전쟁 등 수난의 역사 속에서도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감격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외에도 직지심체요절, 동의보감 등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록유산이 소개되는데, 안타까운 점은 국외로 유출된 유산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과 언제 우리나라로 반환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2부 한국의 인물유산에서는 이순신, 안중근, 윤동주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외국 경매장에서 팔릴 위기에 놓인 ‘고종 옥보’가 국내로 들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 국립박물관의 유일한 동양 전문가인 조창수의 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고, 제2 연평대전에서 전우들을 구하려고 뛰어다니다 온몸에 총탄을 맞고 3개월 후 사망한 의무병 박동혁 병장 소식을 들고서는 안타깝게 죽어간 젊은이들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동재 된 ‘매사냥’을 비롯해서 백제 금동대향로, 경천사 삼층석탑 등의 문화제와 민속놀이인 강강술래 그리고 이상적인 관료상을 제시한 청백리 제도도 포함된다.


채널을 KBS에 놓아두면 힘찬 북소리로 시작하는 『한국의 유산』을 볼 수 있다. 이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서 방송되었던 내용 중에서 기억나는 게 없다. 이 책 《한국의 유산》을 읽으면서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손기정 선수가 제11회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으로 받은 부상인 【청동투구】가 방송된다. 외국 유물로는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며, 독일에서 보관되어 오다가 오랜 반환요청 끝에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손기정 선수가 감격에 겨워했던 모습도 볼 수 있다.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가 반환되던 날 우리는 모두 행복해했다. 우리 조상의 정신이 담긴 유산이 고향으로 돌아온 기쁜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온전히 기뻐할 수만은 없다. 외규장각 도서는 완전 환수가 아닌 대여 갱신 형식이고 직지심체를 비롯하여 아직까지도 국내로 들어오지 못한 유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한 언젠가는 다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우리가 잊지 말고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유산이 있다는 사실, 대한민국을 이끈 유산이 우리의 힘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한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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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을 훔치다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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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중섭’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지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봐도 학창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황소’ 그림만 떠오를 뿐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다. 그것도 아주 작은 크기의 그림이었고 단지 이중섭의 작품이란 설명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중섭 개인의 삶과 화가의 삶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의 예술세계는 어떠한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는 건 아마도 화가 이중섭에 대한 나의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마그리트, 피카소, 고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를 조명한 책은 벌써 여러 권 읽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천재화가 이중섭에게는 무관심했었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런데 나의 관심부족이라는 데에 생각이 모아지니 부쩍 이중섭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물론 이런 일련의 생각의 과정을 거치게 한 원인은 바로 이 책 ‘바보화가 몽우, 글(文)과 · 붓(筆)으로’ 《이중섭을 훔치다(2011.7.11. 미다스북스)》에 있다.


《이중섭을 훔치다》는 어릴 적부터 이중섭의 그림에 매료되어 그의 그림과 정신과 영혼을 훔치고자 한 저자가 천재화가 이중섭을 조명한 책이다. 우연한 기회에 이중섭의 그림 복원 작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중섭의 그림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 묘사 방법과 미술 기법의 특징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일제식민지 시대에 이어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힘겨웠던 이중섭의 삶과 맞닿아있는 화가 이중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징, 그의 그림에 담긴 정신을 설명한다. 외롭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열정은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에서 찾을 수 있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세상과의 소통에 대한 바람은 ‘군동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중섭은 소 그림 이외에도 가족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렸음을 알게 되었고, 이중섭이 콧수염을 길렀던 이유와 평안도식 발음인 ‘둥섭’으로 사인을 남긴 이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중섭을 알아갈 수 있게 만든다.


과거 예술가들의 삶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곤궁했으리라 짐작하지만 화가 이중섭의 삶도 혼란스러웠던 시대적 상황만큼이나 어지러웠음을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쓸쓸했던 이중섭의 말년이 눈물 나게 안타까웠지만 이중섭의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고, 또 이중섭의 화풍과 많이 닮아있는 저자의 그림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중섭을 훔치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중섭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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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휴와 침묵의 제국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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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휴’는 누구인가?  이덕일의 신간 《윤휴와 침묵의 제국(2011.7.12. 다산초당)》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건 바로 이 질문이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윤휴가 죽은 후 조선은 침묵과 위선의 세계로 빠져들어 갔고, 그런 침묵과 위선은 그의 사후 3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p6)고 말한다.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것도 거절당한 윤휴는 사약을 마시기 직전 “나라에서 유학자를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 죽일 것은 무엇 있는가(p9)”라고 했다는데,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 나와 다른 너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대, 그리고 실제 그렇게 죽여 왔던 시대, 그런 증오의 시대의 유산은 이제 청산할 때가 됐다(p9)고 말하면서 금기가 되었던 인물, 윤휴를 세상 밖으로 불러낸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윤휴는 누구인가’와 더불어 ‘윤휴의 죄목은 무엇인가’였다.  사약을 받고 게다가 후손조차도 입 밖으로 윤휴라는 조상의 이름을 언급하기 꺼려했을 때는 역모나 이에 견줄만한 큰 죄를 지은 게 분명할 터.  하지만 혹시라도 놓친 게 있을까봐 눈을 비비며 샅샅이 훑어봐도 역모나 그에 버금하는 죄목을 찾을 수 없었다.  저자가 처음 언급하였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가 낳은 비극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단지 시대를 잘못 만난 탓으로 돌리기에는 억울한 점이 너무 많다.  비단 윤휴뿐만이 아니다.  조선의 허망한 마지막을 떠올릴 때면 안타까움을 넘어서 화가 날 정도니 말이다.




윤휴는 독학으로 독창적인 학설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자 절대추종론자’였던 송시열과 부딪히면서 윤휴는 사문난적으로 몰린다.  이후 예송논쟁을 시작으로 북벌을 위해 개혁을 시도한 윤휴는 당대 최대의 당쟁가 송시열과 끊임없이 대립한다.  말로는 북벌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북벌은 꿈도 꾸지 못한 송시열의 양반 사대부 중심의 정치적 색깔이 북벌을 위해 사대부의 기득권을 타파하려고 한 윤휴의 색깔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에서 윤휴가 죽어야 했던 실제 죄는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실제로 북벌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반 사대부들도 평민들처럼 똑같은 의무를 지는 대개혁을 실시하려던 것(p410)이었다.  즉, 북벌은 말로만 추진하면서 사대부의 특권은 계속 유지해야만 했던 서인 정권의 시대의 금기였던 것이다. 




최근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시기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서 간담이 서늘해진 순간이 있었다.  수양대군은 김종서에게 ‘나와 뜻을 같이하지 않아서 자식이 위험에 빠졌다’고 말하였고, 문종 사후 좌의정에 제수된 김종서가 수양대군의 정치 입성을 막아서자 ‘직접 내 손으로 김종서를 죽이겠다’고 결심하는 두 개의 장면이다.  이덕일의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을 읽으면서도 느낀 점은 김종서의 죽음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뜻을 함께 하지 않는 상대를 죽였던 과거 시대에 비하면 현재는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하게 된다.  적어도 목숨을 빼앗지는 않으니 말이다.  윤휴와 대립했던 송시열을 다룬 이덕일의 또 다른 책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2010.9.)>도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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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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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보다 산을 좋아해서 모든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바닷가로 여행갈 때도 나는 산으로 향하지만 뒷산을 떠올렸을 때 딱히 생각나는 추억이나 이미지는 없다. 한창 운동중독이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평일에는 헬스클럽을, 주말에는 뒷산에 올랐던 기억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뒷산과 관련된 기억 하나 쯤 있지 않겠느냐고 캐묻는다면, 일 년에 한 두 번은 멋진 야경을 보기 위해 오른다는 것과 벚꽃이 만발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뒷산이 떠오른다고 말하련다.


‘뒷산은 보물창고다’라는 부제가 달린 에세이 《뒷산이 하하하(2011.6.23. 하늘아래)》는 뒷산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평범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뒷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모두 들려준다. 맛깔나고 재치 있는 묘사로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뒷산 그 장소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머릿속으로, 상상으로 산으로 향하는 기분도 제법 근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뒷산을 보물창고라고 했을 때 눈치챘어야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미리 짐작하지 못한 게 아차 싶었다. 뒷산을 이렇게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아니 뒷산은 원래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 게다.


《뒷산이 하하하》는 1장 ‘뒷산은 맛있어’에서 뒷산과 동네가 만나는 풍경(p7)을 보여주고, 2장 ‘맛있으면 약수터’에서는 뒷산에 있는 한 약수터와 그 주변으로 이어지는 이야기(p7)를 들려준다. 3장 ‘약수터는 짜릿해’는 말없는 뒷산과 말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장면(p7)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뒷산의 풍경을 보여주는 1장을 가장 유쾌하게 읽었다. 하지만 사람의 흔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뒷산의 풍광은 안타까웠다. 그러나 각양각색의 뒷산은 흥미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제일 마지막 장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불쑥 화가 났다. 조경이란 단어가 참으로 야속하게 느껴졌다.


책 읽기를 마칠 때 즈음 예전 뒷산에 오르면서 느꼈던 좋았던 점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듣기 힘든 새소리, 나무냄새, 풀냄새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에서 한 시간 남짓 걷고 오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산 군데군데 놓인 정자에서 고기 구워 먹는 냄새가 얼마나 역하게 느껴지던지. 그러고 보니 뒷산과 관련된 좋은 기억, 나쁜 기억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이번 주말에는 뒷산에나 올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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