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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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보다 산을 좋아해서 모든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바닷가로 여행갈 때도 나는 산으로 향하지만 뒷산을 떠올렸을 때 딱히 생각나는 추억이나 이미지는 없다. 한창 운동중독이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평일에는 헬스클럽을, 주말에는 뒷산에 올랐던 기억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뒷산과 관련된 기억 하나 쯤 있지 않겠느냐고 캐묻는다면, 일 년에 한 두 번은 멋진 야경을 보기 위해 오른다는 것과 벚꽃이 만발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뒷산이 떠오른다고 말하련다.


‘뒷산은 보물창고다’라는 부제가 달린 에세이 《뒷산이 하하하(2011.6.23. 하늘아래)》는 뒷산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평범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뒷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모두 들려준다. 맛깔나고 재치 있는 묘사로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뒷산 그 장소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머릿속으로, 상상으로 산으로 향하는 기분도 제법 근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뒷산을 보물창고라고 했을 때 눈치챘어야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미리 짐작하지 못한 게 아차 싶었다. 뒷산을 이렇게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아니 뒷산은 원래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 게다.


《뒷산이 하하하》는 1장 ‘뒷산은 맛있어’에서 뒷산과 동네가 만나는 풍경(p7)을 보여주고, 2장 ‘맛있으면 약수터’에서는 뒷산에 있는 한 약수터와 그 주변으로 이어지는 이야기(p7)를 들려준다. 3장 ‘약수터는 짜릿해’는 말없는 뒷산과 말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장면(p7)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뒷산의 풍경을 보여주는 1장을 가장 유쾌하게 읽었다. 하지만 사람의 흔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뒷산의 풍광은 안타까웠다. 그러나 각양각색의 뒷산은 흥미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제일 마지막 장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불쑥 화가 났다. 조경이란 단어가 참으로 야속하게 느껴졌다.


책 읽기를 마칠 때 즈음 예전 뒷산에 오르면서 느꼈던 좋았던 점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듣기 힘든 새소리, 나무냄새, 풀냄새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에서 한 시간 남짓 걷고 오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산 군데군데 놓인 정자에서 고기 구워 먹는 냄새가 얼마나 역하게 느껴지던지. 그러고 보니 뒷산과 관련된 좋은 기억, 나쁜 기억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이번 주말에는 뒷산에나 올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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