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 In the Blue 7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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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 내 발이 닿을 곳, 그 곳이 어디든 떠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내일이라도 당장,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떠날 사람처럼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떠나지 못한다. 쳇바퀴 굴러가듯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발목이 잡혀서라든지, 해야 할 일을 쌓아두고는 마음 편하게 놀지 못하는 습성 때문이라든지 등등 떠나지 못함에 대한 여러 가지 이유를 꼽으며 자책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익숙한 시간 속에 파묻히고 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릿속은 또 다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떠나고 싶다고.

 

올 여름에는 특히 유별나게 떠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였다. 무엇이 내 등을 그렇게 떠밀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번짐 시리즈’를 손에 들었고 또 다시 일상의 시간을 살아낼 수 있었다. 유난히도 길었던 기다림 끝에 연달아 출간된 ‘번짐 시리즈’가 올 여름 나의 구세주였다.

 

여름의 끝자락에 만난 《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2012.8.31. 가치창조)》는 체코의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와 체스키 크룸로프, 올로모우츠, 세 도시를 소개한다. 체코하면 - 여담이지만 전도연과 김주혁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 프라하의 봄, 밀란 쿤데라, 카프카가 떠오르지만 이 책은 내가 체코에 대해 알고 있는 단순한 사실보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하였다.

 

우선 체코는 어떤 생김새를 가졌는지 궁금해서 책 속 글은 읽지 않고 사진만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체코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으로 즐겼다. 그리고 두 번째로 체코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사진과 더불어 한 자 한 자 마음으로 새긴 글귀를 함께 읽었다. 카를교, 프라하 성, 존 레논 벽, 춤추는 빌딩 등 프라하도 멋진 이야기를 품고 있었지만, ‘체코의 말발굽’이란 뜻을 가진 체스키 크룸로프와 모차르트도 반한 도시 올로모우츠도 프라하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거리를 한가롭게 걷다보면 무념무상에 빠지게 될 것만 같다. 걸음걸음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올 것만 같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만 같은, 위험한 도시가 바로 체코에 있다.

 

‘번짐 시리즈’를 통해 만난 체코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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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In the Blue 6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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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내가 아주 작은 꼬마 숙녀였을 때 나는 왕자와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외국작가의 그림 동화책을 좋아했다. 누구나 아는 인어공주 혹은 백설 공주는 평범한 이야기로 여겨졌을 정도로 다양한 공주 이야기에 빠져 지냈는데, 지금은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 추억이 되었지만 어릴 적 나는 화려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고 지붕 위가 뾰족한 궁전에서 사는 그들을 동경했었다. 그림 동화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이름부터 우리와 달랐고, 그들의 생김새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 역시 내게 익숙한 것들과는 달랐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동경,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은 아마도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그 후 나이가 들면서 예쁜 드레스를 입고 멋진 성에서 사는 공주에 대한 동경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풍광, 건축물 등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한 동경은 더욱 더 강해졌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의 공간적 배경이기도 하며, 매년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다. 베네치아에 대한 동경은 고등학교 때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을 담은 사진을 우연히 본 뒤 시작되었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에서 집전되는 미사에 참석하는 게 소원일 때도 있었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의 남쪽 해상에 떠 있는 산 조르조 섬에 위치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은 사방이 바다다. 섬 위에 지어진 성당이 아니라 물 위에 지어진 성당으로 보인다.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 성당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토당토않은 상상을 해 본 적도 있다.

 

번짐시리즈 그 여섯 번째 이야기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2012.7.25. 가치창조)》는 베네치아에 대한 나의 오래된 설렘을 일깨워 주었다.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들까지 멋진 풍광이 되어버린 베네치아는 알록달록 제각각 다른 색을 입은 집과 제각각 다른 생김새를 가진 창문틀에서 소소한 일상에까지 침투해있는 베네치아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베네치아에 가면 저절로 마음이 느긋해 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번짐시리즈를 만날 때마다 나의 여행도 이 한 권의 작은 책 속에 담긴 사진 한 장에서부터 시작되길 바랐다. 그리고 번짐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나의 마음속에는 이제 곧 시작될 여행 사진이 한 장, 두 장, 쌓여갈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마음속에 간직해 두었던 그 사진을 꺼내들고 그 곳으로 떠날 것이다. 나의 여행도,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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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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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가 책상위에 놓여 있는 책 《포맷하시겠습니까?(2012.7.5. 한겨레출판)》를 보며 “네!”라고 대답하였다. 동료의 “네”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저절로 깊은 한숨이 나왔다. 뭐랄까, 내가 하고 싶었던 대답을 타인에게서 듣게 되어 마음이 놓인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후련하다는 느낌보다는 답답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나와 동료가 느끼는 이 답답함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감정이라는 불행한 기운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포맷하시겠습니까?》는 김미월, 김애란 등 8명의 젊은 작가의 단편이 소개된 책이다. 김미월의 [질문들]에서는 앙케트 조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설가 지망생이 등장하고, 김애란의 [큐티클]에서는 친구의 결혼식장에 가기 전 네일아트 숍에 들러 손톱치장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등장하며, 손아람의 [문학의 새로운 세대]에서는 신춘문예 심사를 위해 모인 소설가 네 명과 평론가 세 명이 펼치는 설전을 보여주며, 최진영은 [창]에서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왕따를 등장시킨다. 평범하다 못해 아주 사소한 누군가의 일상으로 읽히는 여덟 개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소재로 스토리를 끌어가지만 원인 모를 불안함이나 상실감이란 주제로 연결 지을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고질병인 셈이다.

 

여덟 편의 이야기는 청년 세대가 겪는 불안함이나 상실감을 직접 언급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불안함이나 상실감을 지닌 청년 세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줄 뿐이다. 나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간직한 허탈함, 공허함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더 나은 미래, 지금 보다 더 발전된 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지 않다. 단지 그들의 감정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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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
톰 체셔 지음, 유지현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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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콕 박혀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해서 여름휴가를 제외하고는 일 년에 두서너 번 정도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나는 이 여행을 떠날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망설인다. 출발할 시간이 급박해서야 동행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 누구보다도 즐겁고 행복한 여행자로 변하지만 말이다. 특히 여름 바닷가에 가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사람이 많이 북적거리는 장소에 가면 피곤해지는 체질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휴양지가 있었으면 바라곤 한다.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라는 부제가 달린 《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2012.7.9. 이덴슬리벨)》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여행지’를 찾는다는 면에서 나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다. 슈체친, 포프라트, 탐페네, 쇼디치 등 들어 본 적도 없는 낯선 이름을 가진 유럽의 도시라니,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순 없진 않은가. 그런데 책을 펼쳐들고는 더 놀랐다. 색다른 유럽의 풍광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펼친 책에는 사진이 단 한 장도 수록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이 없는 공간은 유럽의 낯선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수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그래서 책을 읽은 후 어떤 모습으로 꾸며진 도시인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뒤지게 되지만,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톰 체셔는 저가항공사 비행기를 이용하는 여행을 하였는데 ‘비용은 무조건 싸게!, 여행 목적은 현지인 체험’이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저가항공사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두려움이 있었는데 용기를 내볼 생각도 하게 되었다.

 

책을 덮은 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더니, 역시! 유럽은 유럽이구나!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조용하고 아담한 유럽의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소문난 관광지는 아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현지인과 가까이 지낼 수 있다면 행복하고 즐거운 에너지를 얻는 완벽한 여행이 될 수 있으리라. 아, 지금부터라도 외국어 공부 좀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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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 지붕을 찾아 떠난 유럽 여행 이야기 In the Blue 5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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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종기 모여 멋들어지게 눈부신 풍광을 만들어 내는 붉은 지붕을 본 것은 가치창조의 번짐시리즈를 통해서였다. 나는 우리나라의 기와와는 다른 색다른 멋을 자아내는 붉은 지붕에 한동안 매료됐었다. 붉은 지붕과 파란 바다의 어울림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광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크로아티아와 벨기에의 붉은 지붕은 중국이나 스페인에서 보았던 붉은색과는 다르게 편안하고 잔잔한 감동까지 전해졌다. 붉은 지붕 아래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도록 만들 만큼. 그래서 ‘지붕을 찾아 떠난 유럽 여행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2012.6.25. 가치창조)》을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다.

 

그동안 출간된 번짐시리즈를 통해서 붉은 지붕을 보았지만, 이번에 출간된 번짐시리즈5는 유럽의 명물이 되어버린 지붕만을 보여준다. 이번 번짐시리즈를 보면서 나는 ‘지붕’만으로도 이야기가 만들어 질 수 있음에 감탄하였고, ‘지붕’만으로도 시간의 흐름을 감안할 수 있음에 놀라워하였다. 지붕을 찾아 나선 여행에서는 붉은 지붕과 잿빛 지붕으로 유럽의 지붕을 구분하였다. 붉은 지붕은 그대로, 잿빛 지붕은 그대로, 제각각 나름대로의 멋진 구석을 찾을 수 있지만 나는 단연 붉은 지붕에 내 모든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 눈이 시리도록 빨간 지붕은 물론이거니와 빛바랜 지붕까지 하나하나 눈에 담다보면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 잊어버릴 지경이 된다. 붉은 지붕 아래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붉은 지붕을 끼고 유유히 흐르는 강과 바다가 궁금하고, 붉은 지붕 사이사이 우거진 초록이 궁금해진다.

 

나는 ‘주제’가 있는 여행을 좋아한다. 해외여행도 ‘주제’를 정해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야구장 혹은 미술관만을 찾아다닌다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고향으로 떠난다거나 등등 휴식과 더불어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주제’에 지붕이란 단어도 얼마나 멋지게 잘 어울리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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