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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ㅣ In the Blue 6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내가 아주 작은 꼬마 숙녀였을 때 나는 왕자와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외국작가의 그림 동화책을 좋아했다. 누구나 아는 인어공주 혹은 백설 공주는 평범한 이야기로 여겨졌을 정도로 다양한 공주 이야기에 빠져 지냈는데, 지금은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 추억이 되었지만 어릴 적 나는 화려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고 지붕 위가 뾰족한 궁전에서 사는 그들을 동경했었다. 그림 동화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이름부터 우리와 달랐고, 그들의 생김새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 역시 내게 익숙한 것들과는 달랐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동경,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은 아마도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그 후 나이가 들면서 예쁜 드레스를 입고 멋진 성에서 사는 공주에 대한 동경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풍광, 건축물 등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한 동경은 더욱 더 강해졌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의 공간적 배경이기도 하며, 매년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다. 베네치아에 대한 동경은 고등학교 때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을 담은 사진을 우연히 본 뒤 시작되었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에서 집전되는 미사에 참석하는 게 소원일 때도 있었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의 남쪽 해상에 떠 있는 산 조르조 섬에 위치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은 사방이 바다다. 섬 위에 지어진 성당이 아니라 물 위에 지어진 성당으로 보인다.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 성당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토당토않은 상상을 해 본 적도 있다.
번짐시리즈 그 여섯 번째 이야기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2012.7.25. 가치창조)》는 베네치아에 대한 나의 오래된 설렘을 일깨워 주었다.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들까지 멋진 풍광이 되어버린 베네치아는 알록달록 제각각 다른 색을 입은 집과 제각각 다른 생김새를 가진 창문틀에서 소소한 일상에까지 침투해있는 베네치아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베네치아에 가면 저절로 마음이 느긋해 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번짐시리즈를 만날 때마다 나의 여행도 이 한 권의 작은 책 속에 담긴 사진 한 장에서부터 시작되길 바랐다. 그리고 번짐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나의 마음속에는 이제 곧 시작될 여행 사진이 한 장, 두 장, 쌓여갈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마음속에 간직해 두었던 그 사진을 꺼내들고 그 곳으로 떠날 것이다. 나의 여행도,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