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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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가 책상위에 놓여 있는 책 《포맷하시겠습니까?(2012.7.5. 한겨레출판)》를 보며 “네!”라고 대답하였다. 동료의 “네”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저절로 깊은 한숨이 나왔다. 뭐랄까, 내가 하고 싶었던 대답을 타인에게서 듣게 되어 마음이 놓인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후련하다는 느낌보다는 답답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나와 동료가 느끼는 이 답답함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감정이라는 불행한 기운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포맷하시겠습니까?》는 김미월, 김애란 등 8명의 젊은 작가의 단편이 소개된 책이다. 김미월의 [질문들]에서는 앙케트 조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설가 지망생이 등장하고, 김애란의 [큐티클]에서는 친구의 결혼식장에 가기 전 네일아트 숍에 들러 손톱치장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등장하며, 손아람의 [문학의 새로운 세대]에서는 신춘문예 심사를 위해 모인 소설가 네 명과 평론가 세 명이 펼치는 설전을 보여주며, 최진영은 [창]에서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왕따를 등장시킨다. 평범하다 못해 아주 사소한 누군가의 일상으로 읽히는 여덟 개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소재로 스토리를 끌어가지만 원인 모를 불안함이나 상실감이란 주제로 연결 지을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고질병인 셈이다.

 

여덟 편의 이야기는 청년 세대가 겪는 불안함이나 상실감을 직접 언급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불안함이나 상실감을 지닌 청년 세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줄 뿐이다. 나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간직한 허탈함, 공허함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더 나은 미래, 지금 보다 더 발전된 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지 않다. 단지 그들의 감정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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