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오해는 말자. 논리적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선행해야 할 것이 있다는 뜻이다. 타자와 눈을 마주하고깊이 대화하기. 불편한 사람들과 어떻게든 같은 공간에서지내기. 그런 경험들, 그런 감정들, 그런 신체성이 먼저 있어야 비로소 계몽이, 교육이, 이성이 작동한다. - P-1
분노가 잘 조절된 사회, 다양한 옳음이 빛나는 문화 - P-1
현실을 직시하자. 가난하다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장애가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무시하고 모욕해왔기에 이렇게 출생률이 ‘박살‘ 나버렸다. 지금 여기 함께 사는사람들을 철저히 줄 세우고 차별했기 때문에 공동체가 글자그대로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 만약 한국이 지금 여기 함께사는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면, 그래서 ‘있지만 없는 시민‘이사라진다면, 그때는 출생률 같은 건 문제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 P-1
이것은 K-컬처가 단지 특정 세대의 산물이라는 얘기가아니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채식주의자> 등을 세계적 작품으로 만든 요인이 복합적이고 역설적이라는 것이다. K-컬처는 국가폭력, 승자독식 능력주의, 유교적 가부장제, 살인적 노동착취 및 특유의 과로 문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동시에 K-컬처는 그 문제에 맞서 끈질기게 싸워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또한 가능했다. 그렇게 K-컬처는 모두 함께만든 공동체 문화이자 아이러니가 되었다. - P-1
조선 성종 때 선비 김효홍은 일흔여섯 살에, 고종 때 선비박문규는 여든세 살에, 철종 때 선비 김재봉은 무려 아흔 살에 과거에 급제했다. 전체 문과 급제자의 61.5퍼센트가 한양과 경기도 출신이었다. 소득계층, 거주지역은 당시에도급제의 결정적 변수였다. 만일 그때 지역별 비례선발제를실시했다면 조선이 망하지 않았을까? 그럴 리 없다. 엘리트지역 배분 이전에, 엘리트 경쟁의 내용이 생산성 없는 지대추구rent-seeking에 불과했기에 조선은 망한 것이다. 공부 잘하면 무조건 의대와 로스쿨을 지망하고 저학력·저소득층은투명인간 취급하는 오늘 대한민국은, 과연 조선의 저 모습과 얼마나 다른가. - P-1
‘빵과 장미 파업‘이라 불리는 1912년 로렌스 섬유 파업의여성 노동자들은 피켓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도!" ‘빵‘은 생존의 최소 요건이다. 그러나 ‘장미‘, 즉 풍요로운 문화가 없다면 그것은 먹고 싸는 행위의 반복에불과하다. 빵이 육체를 유지하게 한다면, 장미는 삶의 의미를생산한다. 우리는 빵만으로도, 장미만으로도 살아갈 수 없다. - P-1
올림픽은 분명 엘리트의 투기장이자 능력주의 과잉의 이벤트다. 그러나 동시에 지구촌 사람 모두에게 열린 축제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근대 올림픽에서 ‘포용‘이라는 가치는 언제나 탁월함이나 공정함만큼 중요했다. 요컨대 우리에게는 더 다양한 탁월함을 추구해야 할 이유와 의무도 있는것이다. 카테고리가 아니라 스펙트럼의 관점으로, 성별 이분법 바깥의 존재를 확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1
이건 아이돌 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정치 팬덤 현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실제로 허시먼은 경제만이 아니라정치 영역, 즉 정당과 유권자의 동학을 설명하는 데 큰 공을들였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도 문자폭탄을 날려대는 한 명의 광적인 정치 고관여층이 1백 명의 일반 유권자보다 훨씬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참여 격차에 따른 공적 의사결정의 이런 왜곡은 극소수 팬덤의 예외적 일탈이 아니라 팬덤 권력화라는 구조의 산물이다. 하지만 열정적 소수가 판전체를 쥐락펴락하고, 극소수 유권자만 유의미한 발언권을가지는 정치가 과연 당연한 것일까. 참고로 허시먼의 책부제는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이다. - P-1
역설적이지만 저출생. 인구소멸의 가장 확실한 해법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요컨대 출산, 인구 따위에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가 개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각자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다고 느낄 때, 시민은 아무 보상없이도 아이를 낳고 훌륭한 시민으로 길러낸다. 이런 사회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은 시민도 다른 시민의 아이를 존중하고 보살핀다. 그때는 이미 저출생 같은 건 우리의 고민조차아닐 것이다. - P-1
사적인 삶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내 가족, 내 가까운 지인에깊이 연루된 것이다. 공적 글쓰기의 어떤 윤리는 의료인, 변호인, 사제의 비밀 엄수 의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것은 영원히 불문에 부쳐져야 한다. 이것은 공사 구분의 원칙이라기보다 일종의 직업윤리다. - P-1
교사 인권 침해와 소비자주의2023-07-23
이른바 ‘학부모 갑질‘이 민감한 이슈로 떠올랐다. 이 사안에서딱 하나의 핵심을 굳이 집어낸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일부학부모들에게 내면화된 소비자주의다. 이것은 학부모가 교사에게일상적으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정당성의 원천이다. 1인1표의 민주주의마저 형해화하는 지금, 남아 있는 유일한 주인이념은 ‘1원 1표‘의 시장주의-소비자주의다. - P-1
왓어바웃이름 whataboutism, ‘그쪽이야말로주의‘는 상대가내 잘못을 지적하면 "너야말로!" "사돈 남 말 하네!"라고받아치는 것이다. 기초논리학에서 배우는 ‘피장파장의 오류‘와비슷하다. 그건 상대의 잘못을 끄집어내 내 잘못을 정당화하는진술이다. - P-1
불평등은 참지만 불공정은 못 참는, 그리고 배고픔은 참는데배 아픔은 못 참는 태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종족적 특성이라기보다 한국 사회의 제도적·문화적 특징이기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극소수만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을만들어두고 사람들이 ‘패자부활 없는 배틀로열‘에 뛰어들도록강제하는 사회다. - P-1
초과로로 점철된 화물차 운전은 20년 동안 일부 특수한노동자들이 겪어온 고통이지만 크게 보면 한국 사회의 보편적문제이기도 하다. 고도성장기 노동집약 산업의 노동만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이나, 이른바 ‘크런치 모드‘로 유명한 정보기술IT업계 노동처럼, 최근 늘어나는 많은 노동이 이처럼 과로할수록돈을 버는 구조인 까닭이다. - P-1
현장으로 달려갔던 나의 취재수첩에는 늘 향냄새가 배어 있었다. 파업했다고 날아오는 손해배상 청구서, 일터 동료들의 차가운시선, 갑질에 항의조차 할 수 없는 불안한 일자리는 한 인간의영혼과 세포를 속속들이 파괴한다. 한마디로 한국의 화려한번영은 약자의 시체로 쌓아올린 트로피였다. - P-1
카페에서 물건을훔쳐가지 않는 나라2022-08-11
한국에서 유별나게 카페 도난이 드물다는 사실은 그것대로흥미로운 현상이다. 하지만 정말 특이하고 중요한 사실은명실상부 선진국이라는 이 나라의 시민들이 드라마 <오징어게임> 참가자처럼 불신에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 P-1
아직도 모른다2021-04-01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불신의 대상이었다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조롱의 대상이다. 사회적 신뢰를 이렇게짓밟아놓고, 지지율이 폭락하니 이제 와 부동산 적폐 청산에전력을 다하겠단다. 마치 자기들이 남을 단죄할 자격이 있다는듯이. 그렇다. 저들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다. 이미 자신이 적폐의일부라는 것을. - P-1
한국형 능력주의 특징 특권의 불평등보다는 특권에 접근할 기회의 불평등에만 분노한다. - P-1
저출생 솔루션
국가가 개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느낄 때, 시민은 아무런보상 없이도 아이를 낳고 훌륭한 시민으로 길러낸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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