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잠 속에서 깨어난 돌의 눈은
돌이 눈이고 눈이 돌이지만, 사랑은 아니리. - P-1

눈앞에 배롱나무 배롱꽃.
배롱나무 가지 위에 노을 구름.
한 꽃송이는 하나의 눈빛.
연붉은 눈빛 다발 반짝이는 물빛 분무.
한 꽃이 닿을 듯 한 꽃으로눈빛이 눈빛을 건너갈 때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꽃은 꽃을 밀어넣는다. - P-1

‘시는 마음의 표현이다‘라고 할 때마음이 시인에게 없다면 어디 있을까?
마음은 시인의 손가락과 만년필 사이에글자를 적는 펜 끝과 종이 사이에책상과 펼쳐진 노트 사이에의자에 앉은 엉덩이와 두개골 사이에스포티파이를 통해 재생되는 에리크 사티의<짐노페디 1번>과 두 눈, 신경세포, 근육 사이에 있다. - P-1

한여름 



언덕에 올라 한여름은 끈적끈적한 거미줄로 시작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소름 돋는 고음으로 그어대다가, 독차지하는 매미 소리 주변으로 온갖 곤충과 번개 치는 소나기, 물방울 듣는 찰랑이는 소리로 부푼다.
오토바이 머플러, 자동차 엔진 가속, 클랙슨 소리는 요리조리 개입하는 극적 긴장이다.
한여름은 여름의 중앙이며, 그 너머의 시공은 없다. - P-1

빛이 음악이 되어 비치는 새벽 먼바다에서오 바다여 - P-1



밤은 제과점, 케이크의 하얀 내부로들어가는 유리문은 방울소리를 낸다.
설탕으로 가득한 자기 생각들과 싸우고 밤은 불분명하게웃는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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