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승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관해연구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복지국가와불평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2005). 유타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를거쳐 시카고 대학교에서 종신교수로 2017년까지 일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부편집장으로 일했다. 2011년과 2012년 전미사회학협회불평등과 사회이동, 정치사회학, 발전사회학, 노동사회학분야에서 최우수 및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AmericanSociological Review, Social Forces, Sociological Theory, World Politics,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Journal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한국사회학』「한국정치학회보』 『한국사회복지학」 등에 다수의 논문을발표했다. 2019년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저술 부문)을수상했고, 2020년 한국사회학회 최우수논문상, 2021년한국사회복지학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WhenSolidarity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노동-시민연대는 언제 작동하는가」 박광호 옮김)과『불평등의 세대」 「쌀 재난 국가」 등이 있다. - P-1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 P-1
휴일에 어쩌다 함께 식사하게 되면 아버지는 넋두리처럼 회사 생활의 고단함을 늘어놓으셨다. "아침마다 회사에 가는 게 싫을 때가 있지만 가야 하는 게 이 직업이다. 너희는 회사 다니지말고 다른 일 해라." 하지만 형들은 모두 기업에 취직했고 나만다른 길을 걸었다. 당신 말년에 내가 출근하지 않고 병상을 찾으면 우려 섞인 말을 건네셨다. 출근 안 해도 되냐고. "수업 없어서괜찮아요" 하면 씁쓸히 웃으며 되받으셨다. "출근 안 해도 돈 주는 직업이 있는 줄 몰랐다." 은퇴한 아버지는 회한 섞인 말을 종종 하셨다. "몇 번 나와서 내 사업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 잠든 걸 보면 차마 그러지 못했다......" - P-1
* 케이지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한 것은 막스 베버다. 베버는 그의 명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a(Routledge. 1992 (1930))의 결론 부분에서 ‘쇠 우리 iron cage‘라는 비유적 개념을 사용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본주의와 근대적 관료제의 기술 통제하에서고유의 자율성을 잃고 그 규칙과 규범에 종속된다. 이 속박의 ‘안정성‘과 결박의 ‘견고함‘을 강조하기 위해 베버는케이지도 강한 결박의 개념인데 앞에 ‘쇠iron‘를 덧붙였다. 나는 이 책에서 이러한 베버의 개념을 그대로 차용하지는 않는다. 소셜 케이지는 국가를 거세한 개념이다. 소셜 케이지는 국가와 독립적으로,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국가의 힘이 사회에 닿기 전에, 자본주의가출현하기 오래전부터 만들어졌다. 그것은 가족과 부족의 생산과 재생산 메커니즘에서 유래한다. - P-1
새롭게 떠오르는 균열과 불평등 구조 교사인공지능, 저출생/고령화, 이민 - P-1
저출생/고령화는 어떤 새로운 균열을 만들어낼까? 매년 80만~100만 명씩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 출생자들)는 한국 노동시장의 다수이자 투표자의 다수다. 아직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이 세대는 노동조합을 통해 (상대적으로) 잘 조직화되어 있고 투표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에 맞게사회구조를 재편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왜 안 그러겠는가). Y sor k - P-1
내부 노동시장ILM은 기업이 외부 시장의 변화보다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장기적인 직원 육성에 초점을 맞출 때 형성된다. 기업이 특수 기술firm-specificskills(Becker 1964)을 길러 경쟁력을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직원 교욱에 적극 투자하고 이직을 막기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한다(Doeringer & Piore1971). 대표적인 제도로는 ① 명확한 승진 경로, ②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급여 체계(연공제), ③ 강력한 고용 안정성, ④ 체계적인 사내 교육 시스템이 있다. 이를통해 기업과 직원이 함께 기술에 투자하고, 점진적인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기업 특수 기술에 투자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의 이전성transferability이 떨어져 타 기업/산업으로의 이직이 점점 어려워지기때문에 고용주에게 내부 노동시장 기제를 통한 장기 고용과 보상 체계를 요구하게 된다(Hall & Soskice 2001). 내부 노동시장 개념은 서구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일본과 한국의 대기업에서 특히 발전했다. 나는 이러한 내부 노동시장이 동아시아 기업의 ‘소셜 케이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본다. - P-1
결국 한국의 입시 시스템은 노동시장에서 ‘상층 계층‘으로편하게 살 수 있는 위치에 진입하는, 계급 진입 게임과 다름없다. 앞 문장에서 ‘상층‘을 ‘양반‘으로 바꿔도 크게 무리가 없다. 청년들이 ‘헬조선‘이라 부를 만하지 않은가. - P-1
이 시스템에서 학벌의 기능은 무엇일까? 학벌의 기능은 "K대학 출신들이 조직 생활을 잘해" 정도로 한정된다. 그것도 그 대학 출신들이 형성한 사회적 이미지와 자신이 얼추 일치할 때의이야기다. 개인이 팀에서 10년 동안 일하며 쌓은 성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출신 대학이 끼어들 여지는 크지 않다(물론 특정 대학 출신이 특정 팀이나 인사 라인을 장악하고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은 객관적 ‘평가‘가 아닌 연출에 기반한 정보를 퍼뜨려 평판 네트워크의 작동을 교란하며, 연줄 네트워크로 평판 네트워크를오염시켜 결국 대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때문에 한 국내 유수의 기업은 회사 근방에서 동문회를 금지시켰다. 그런다고 안 하지는않겠지만 상징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다). - P-1
엑시트 옵션이 일상화된 사회의 협업 조직 - P-1
내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노동시장의 공간적 확대‘ 전략또한 대기업 위주 내부 노동시장과 1차(대기업, 정규직) 및 2차노동시장(중소기업, 비정규직) 간의 분절화로 대표되는 앙시앵레짐의 해체를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대만-일본(또한 미래에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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