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정기예금-적금-정기예금, 은행이 가장 안전하게 자산을 지켜 주는 곳이라고 믿는 이들의 목돈 굴리기 패턴. 예금 이자율이 몇십 퍼센트, 아니 적어도 십몇 퍼센트는 되던 오래전에는 예금만으로도 재테크가 가능했다지만 고물가·예금 저금리·대출 고금리의 지금 시대에는 은행에 돈을 묶어 수치적으로 원금 손실이 없다는 것이 곧 잘 자산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으로 통장의 돈의 가치가 하락해 돈 맡긴 이는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고 그 돈을 맡은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다.

20년도 전부터 《부자가 되려면 은행을 떠나라》 말하던 저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고객의 자산 증식을 위해 애쓴다 말하며 저금리 예금, 고금리 대출, 높고 잦은 수수료, 디지털 약자 소외 등으로 자신들의 더 큰 수익을 꾀하는 은행의 행태를 또 한 번 꼬집는다.

현명하게 자산을 불려 가는 사람은 이미 은행의 실체를 알고 떠났다며. 책을 읽으며, '위기일 때는 금융기관이라며 국가적 도움을 바라고, 호황일 때에는 금융회사라며 간섭을 거부한다'고 은행을 형용한 표현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은행의 배신》이 다른 재테크 책보다 좋았던 부분은, 단순히 실전 투자 방법이나 종목 등을 짚어 설명하지 않고 은행을 벗어난 현실적인 자산 관리 전략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대안으로 제시한 것, 재테크와 투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끝없이 공부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반복해 강조한 것.

은행 예적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느꼈던 ETF, 가상화폐, 금 등의 가치 변동 추세나 전망 등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 설명에, 호기심도 생기고 나만의 지식을 갖추어 주도적으로 자산 관리를 해 보고 싶은 동력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산을 꼼꼼히 따져볼 시점. 은행이 알려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알아보려다 투자 전략 수립에까지 다다르게 한 책.



출판사(테라코타)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terracotta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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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 - 소란한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는 가장 고귀한 방법
나태주 지음, 보담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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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간결하고 가벼워도, 언제나 엄청난 통찰이 담겨 있는 시인의 짧은 시들. 길고 복잡해야만 좋은 글이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깨닫는다. 어렵지 않아 좋았다. 나보다 앞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선한 어른의 먼저 알아챈 아쉬움, 먼저 했던 다짐, 먼저 한 성찰... 내게도 생각거리를 던져 주어 좋았다.

많은 이들이 어떤 책 필사가 인생 변혁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극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등 대단한 효능을 말하지만 적어도 나는 필사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거나, 자신을 깊이 돌아본다거나 하는 단계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변화 이전에 하루 단 5분이라도 책상 앞에 펜을 들고 앉아서 (어느 때보다) 정성 들여 글자를 적어서 내려가는 그 시간과 그 의식 자체가 산뜻한 환기, 힐링이 된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었을 때 오롯이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활력이 되는지, 해본 사람만 알 듯.

조금씩 나이를 먹어 가면서 '결국 다정하고 따뜻한 것이 제일'이라는 걸 진심으로 깨달아 간다. 적어도 나 스스로와 내 가까운 이에게는. 상대에게 다정한 말,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은 시들에 마음이 말랑해진다.

참, 파트 마지막마다 담긴 '시인의 필사'. 평생을 글과 펜을 안고 살아온 어른의 글씨체가 이렇게 때 묻지 않을 수 있구나. 좀 신선했다. 또, 어차피 아까워서 책에 바로 펜을 대지도 못할 거면서, 괜찮은 필사 콘텐츠를 찾으려 필사책을 꾸준히 접해봤는데 줄노트나 백지로만 남겨 둔 많은 책과 비교해 필사 페이지 디자인에 많은 정성을 들인 느낌.

책 소개 글처럼 '세상과 내면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좀 더 나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어서', 책을 펴고, 시를 따라 적는다.


출판사(북로그컴퍼니)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booklog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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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식물원 (아틀리에 컬렉션)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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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을 해변가 버려진 공장이 '마음 식물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마음을 꽃피워 준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환대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윤지는 아이 유산 후 채울 수 없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몸과 마음은 돌보지 않고 시험관 시술을 반복하고 있다. 남편은 아이 없이 둘이어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윤지는 정말 아이를 원하는 것인가 스스로 의문이 들면서도 아이들과 아이 엄마들 앞에서 위축되는 자신을 느낀다.

어려서 부모를 모두 잃고 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과 달리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늘 도망쳐온 스스로를 자책하는 상수는 자기를 키우느라 희생만 하다 치매에 걸린 사촌누나에 대한 부담과 미안함까지 생각하느라 하루하루가 괴롭다.

모범적인 장기근속 직장인 우연은 사실 일에서도 삶에서도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주 업무가 전화응대인데 벨소리가 무섭다. 잘나가는 동기를 보니, 역시 직장은 나와 맞지 않는 곳 같다.

어딘지도 모르고 엉엉 울다 우연히 찾았든, 나를 아끼는 이가 꼭 가 보라며 소개해서 찾았든 마음 식물원을 찾은 이들은 이곳에서 지은에게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꺼내 놓는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지은 앞에서 어느새 속 얘기를 모두 털어놓고 있다.

타인에게서 받은 상처보다,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오는 슬픔과 불행이 언제나 더 무겁게 다가온다.

윤지와 상수, 우연은 후회와 자기불신, 자책. 각자 다른 모양의 상처를 가진 마음들을 지은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식물'로 피워내 살뜰하게 아끼고 돌보아준다. 그렇게 상처는 옅어지고, 스스로를 좀 더 예쁘게 바라보게 된다. 피워낸 식물의 이름은 다 다르더라도, 식물이 담은 의미는 모두 희망과 행복, 치유와 기쁨, 그리고 자기 성장 그 언저리에 있을 것이다.

상처 입은 인물들이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 인물들이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책을 읽는 나에게도 치유와 희망이 된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햇볕, 비, 바람, 정성이 고루 필요하고 태풍도 눈보라도 견뎌내야 하듯 내가 잘 살아가는 데에도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고, 강한 바람과 고난도 그저 원망만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쌓여 나를 만들어 내겠지.

마음의 상처 얼룩을 깨끗하게 지워준다는 '마음 세탁소', 보이지 않는 나의 행복을 찍어준다는 '마음 사진관'도 조금 궁금해진다.


출판사(북로망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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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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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인간은 편안함을 추구하도록 진화해왔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초여름 기온은 30도에 육박하는데 건물 안은 서늘하다. 밖이 영하일 때도 실내에서는 반소매 옷을 입고 생활한다. 차가 있다면 짧은 거리도 두 발로 걸을 일이 잘 없다. 24시간 운영 편의점이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업무, 친목, 휴식, 공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편안하고 편리한 세상에서는 에너지를 들여 자연환경에 적응해야 할 일도 없고 잠깐의 배고픔도, 잠깐의 결핍도 불편함도 고요도 견딜 필요가 없다.

 

생존을 위해 발전시켜 온 이 모든 편안함은 우리에게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나? 저자는 편안함은 신체 건강과 정신적 충만이 아닌 중독, 우울증, 자살, 비만 등 현대인들의 심각한 문제와 연결된다고 짚으며 틈새 없는 편안함이 인류의 건강과 행복, 의미 있는 삶 추구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 역설한다. 

 

알코올중독에 빠진 건강 전문 저널리스트였던 그는 그간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던 모든 편안함을 버리고 직접 극한의 '불편함에 도전'하는 시간들을 지나 결국 완전히 새로운 삶을 찾는다. 33일간의 알래스카 오지 순록 사냥을 떠나 편리라고는 없는 야생의 땅에서 추위와 배고픔, 더러움, 따분함 등과 싸운다. 사서 한 고생을 통해 그가 몸소 깨달은 사실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불편함이 꼭 필요하다는 것.

 

책에는 단순히 도시 환경을 벗어나 극한의 불편함에 부딪혔던 저자 본인의 체험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운동생리학자, 신경과학자, 종교지도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관련 연구 결과를 함께 이야기하기에 잘 살기 위한 '불편함의 필요'는 더 설득력 있게 와닿는다.

 

책을 읽으며 뜨끔했던 것은, 스마트폰 중독과 운동(움직임)의 부재 이야기. 잠깐의 고요와 따분함도 즐기지 못해 의미 없는 서핑을 하고, 오래 앉아 있어 아픈 몸을 운동 대신 병원 치료로 해결하려 하는 것,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그저 편안하기만 한 상태를 의식적으로 밀어내지 않는다면 몸도 생각도 결국 더 약해지겠지.

자처럼 극한의 불편함에 도전하지는 못하더라도 가끔은 일부러라도 더 불편한 상태를 선택하는 게, 완전한 편안함보다 적절한 스트레스와 도전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줄 것이다. 

그 선택이 궁극적으로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에스컬레이터 옆의 계단을 이용하고, 조금 먼 거리도 가끔은 걷고, 하루에 10분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그렇게 불편하고 따분한 시간들을 보내면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



출판사(수오서재)에서 도서(가제본)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suo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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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학 노트 - 읽고 쓸수록 내일이 달라지는 101가지 철학자의 말
정지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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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명확한 기준을 갖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집불통 말고, 부드럽고 유연하게 살아가되 어떤 절대적 가치는 굳게 지켜내는 사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당당하고 자유롭고 스스로의 행복과 평온을 더 신경 쓰는 사람.

흔히들 철학이 삶을 바꿔 줄 것이라고들 하지만, 철학은 너무 멀리에 있는 것 같았다.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것.

그런데 철학자들이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말하는 책을 만났다. 내 고민의 답은 내 안에 있다는 거겠지. 책의 말처럼 정말, 하루 10분이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철학자들이 남긴 지혜의 문장을 엄선해 엮은 《나의 철학 노트》는 철학자의 문장을 읽는 데서만 그치지 않고 문장을 읽으며 그 뜻을 새기고, 필사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설계하도록 이끄는 책이다. 하루 단 10분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면, 하루하루를 바꾸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는 책. 습관과 기록은 힘이 세니까, 매일 스스로를 생각하는 습관이, 철학자들의 생각 뒤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내 고민들과 해내고 싶은 목표와 목표로 가기 위한 실천 사항들이 쌓여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 줄 것이라 믿는다.

인물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다 되새겨볼 만 하지만, 책에서 소개한 철학자 중 가장 관심이 간 것은 '궁극적인 관심의 대상'에 대해 얘기한 폴 틸리히. 꼭 신앙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사람마다 '궁극적인 관심의 대상'을 발견하고 탐구해 나가는 게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의미가 될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 두고 자주 들여다볼 책을 만났다.



출판사(유노책주)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uknow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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