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자친구 건영과의 결혼을 코앞에 둔 정원. 그녀는 결혼 전 퇴사를 결정하고, 스튜어디스로서의 마지막 비행지 암스테르담에서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미 오래 아파 온 엄마, 엄마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하려면 서둘러 귀국해야 하지만 화산 폭발로 모든 길이 막혀버린다. 다른 나라 다른 지역으로 우회해서라도 얼른 한국행 비행기를 찾아야 하는 상황, 정원은 겨우 빌린 렌터카가 중복 예약된 탓에 어쩔 수 없이 같은 차를 빌린 해든과 함께 항구로 향한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해든은 한국에서는 프랑스인으로, 프랑스에서는 한국인으로 여겨지는 자신의 존재에 여전히 혼란을 겪는다. 기자로서의 삶은 쓰고 싶은 글을 써내는 일보다 윗사람들의 지시를 따르고 회사에서 필요한 글은 쓰는 일에 더 치우쳐 있는 것만 같다.

 

아빠가 떠나버린 뒤 가난 위에 발버둥 치며 오로지 안정과 평온을 좇아온 정원, 그녀는 모난 데 없고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건영이 자신에게 평생 안정된 삶, 평범한 삶을 보장해 줄 거라는 기대로 그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입양되어 밟은 나라에의 완벽한 정착에도, 온 마음을 줬던 X와의 관계에도 실패했다는 상처를 안고 미래에 큰 기대 없이 살아가던 해든과 안온한 생활만이 답이라며 스스로의 진짜 행복을 그려보지 않았던 정원. 공통점 하나 없는 듯한 그들은 함께한 드라이브와 쉼 없이 나눈 이야기 속에서 서로에게 깊게 스며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오래도록 서로를 잊지 못하고 각자 다른 모양으로 서로를 그리워한다.

 

8부작 16부작이 아니라 한 편으로 끝나는, 영화보다 짧은 드라마 같은 소설. 짧은 만남, 긴 여운의 이야기. 뻔하지만, 한편으론 뻔하지 않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시간도, 공간도 이리저리 넘나든다. (... 마지막엔 좀 쓰기 싫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은 경로를 이탈한다면, 이탈해 닿은 곳이 진짜 내가 머물 곳일까 아니면 잠시 벗어났다가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머무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일까.


오랜만에 비포 시리즈 Ethan Hawke 보러 가야지.



출판사(한끼)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샘플북 읽는 건 피하고 싶었는데, 내용이 너무 궁금해 출간 전 서평단에 지원한 <얼굴들>.

 

십 대 초반 어린 나이에, 아동 연쇄살인범에게 끌려간 동생도 구해 내고 자신 역시 무탈히 살아남았던 오광심. 그는 현재 경찰로 일하고 있다.

광심은 단순히 경찰로서 능력 있는 것과는 별개로 피 냄새를 맡는 게 아니냐, 그가 오히려 사건을 키우거나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냐는 평까지 듣는다. 사실 광심 스스로도 자신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어려서부터 인지하고 있으며 경찰로서의 역할과 사이코패스의 본능 사이에서 늘 혼란을 겪는다.

 

흉악범이 자신의 총을 빼앗아 자살해 버린 사건에 휘말린 광심은 수사 일선에서 벗어나 홍보 업무를 맡게 되고, 선배 경찰이자 유능하고 유명한 프로파일러 옥호의 소개로 베스트셀러 소설가 주해환을 만난다. 오래전 불의의 사고를 겪은 후 최고급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옥호와 친형 외에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고 은둔해 살아가는 해환. 한눈에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본 해환과 광심, 그들은 비밀리에 스타 강사 고보경의 딸 실종사건 수사를 함께 맡게 된다.

 

마음이 꽃밭에 있던 때에는 성선설을 굳게 믿었고, 누가 뭐래도 인간은 악하고 그 근간이 끝내 바뀌지 않으며 착한 척도 못하는 사회화 덜 된 인간들이 수두룩하니 성악설이 맞다 여기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세상을 좀 살아 본 지금은 성무선악설에 생각이 기운다.

악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도 악으로 살지 않으려 분투하는 광심의 다음이 특히 궁금하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결국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을 더 굳건히 하게 되지 않을까. 읽으러 간다.


출판사(라곰)로부터 도서(샘플북)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이 가는 카피 손이 가는 브랜드 - 카피라이터 3년, 마케터 2년, 광고 같은 기록들
김화국 지음 / 시공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입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주니어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작가의 일 이야기, 삶 이야기, 생각 이야기.

글 면면에서 직업 연차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나이도 많지 않은, 젊은(20대라면... 어린) 이가 쓴 글이라는 티가 난다. 그 연차에서, 자신의 경험치 안에서 일이든 직장생활이든 다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깊이 있는 고민의 흔적과 대단한 열정이 보인다.

베테랑 카피라이터의 통찰 있는 짧은 글들에, 세상을 대하는 관점에, 그것을 글로 표현해내는 자신만의 노하우에 감탄한 일들이 많아서 이번에도 사실 제목에서 오는 기대감이 컸는데 첫 기대와는 달랐지만 편하게 읽었다. 하지만 잘 지은 제목 같진 않다고 생각한다. 후후

이제 막 카피의 맛, 한 줄 카피 쓰는 맛을 알아 가던 신입 카피라이터는 휴가 도중 회사가 곧 청산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다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고. 회사를 옮겨 꿈꿨던 카피라이터 일을 계속할지, 모회사의 마케터로 새 일을 시작할지 고민하던 작가는 결국 변화를 선택한다. 자기 젊음과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확신으로.

나라면 어땠을까. 일을 안고서 환경의 변화를 선택했을까, 작가처럼 환경과 일 모두의 '변혁'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내가 보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어떤 상황, 어떤 순간을 그저 스쳐 보내지 않고 거기에 집중해 주제별로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밝고 넓고 깊은 눈을 배우고 싶다. 정성 다해 재미나게 살아가는 작가의 에너지가 글 곳곳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긍정과 낙관의 에너지가 폴폴.

시간이 지나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노련한 마케터로서 '마케팅의 왕도'를 알려주는 작가의 책이 나온다면, 읽어볼 만할 듯하다.



출판사(시공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에 마음 없는 일 - 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닻[dot]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극찬!). 문장마다, 생각마다, 공감 공감 공감, 인덱스 플래그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내가 아무리 트렌드에 둔감한 인간이라지만, 종합뉴스 헤드라인이나 휙휙 넘겨 보고 좋아하는 책 읽으며 심심하게 살아가는 인간이라지만, 그래도 인스피아의 존재를, 작가(기자)의 존재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더 일찍 재밌을 수 있었는데, 더 많이 여러 생각을 해볼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자신의 직업을,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 없는 척 사실은 일을 더 사랑할 방법을 고민 또 고민한 한 젊은 기자의 ‘사랑하는 나의 일에 대한 기록’. 고집, 불만, 기쁨, 슬픔, 분투의 기록.

책은 종합일간지 기자가, 속도전의 기사 생산 대신 원고지 90매 분량 긴 호흡의 뉴스레터를 쓰며 ‘기사 안 쓰는 기자’로 보낸 특별한 시간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어. 나는 일에서 재미를 찾을 기대 같은 건 없어. 행복은 여기 밖에 있어’ 류의 말들로 동료들과 모여 직장생활과 직업생활을 자조하며 가끔 ‘여우의 신 포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간절하게 원하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걸 알기에 포도는 맛이 없을 거고 일은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는 듯해서.

저자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재미난 것 많은 이 세상에 재미없는 글을 누가 읽으려 하겠냐, 읽히지 않는 글에 무슨 의미가 있냐, 글 쓰는 내가 즐거워야 내 생각과 글을 나누는 독자들도 즐겁다는 생각으로 속한 조직에서 전례 없던 새로운 일, 인문 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기획하고 시작해 4년이나 홀로 이끌어왔다.

경직된 조직에서 없던 일을 혼자 시작한다는 것, 그 재미와 부담의 양면을 잘 안다. 저자는 그의 노력이 담긴 글들을 읽은 많은 이들이 감사하게도, 부담보다는 재미에 마음의 비중을 두었나 보다. 글을 써 사람들에게 읽게 한다는 그 정체성을 놓치지 않은 채 쇼츠와 릴스, 알고리즘의 시대에 다양한 주제를 ‘책’을 통해 깊게 살펴보는 글을 끝없이 고민하며 적어냈다. 뉴스레터 발송 전까지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는 그 마음을, 4년을 이어온 업무(뉴스레터) 종료 통보를 받고도 지금껏 해온 대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읽었다는 그 마음을 어쩐지 나도 잘 알 것 같아서 그의 새로운 출발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일을 사랑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약간의 틈새가 있다면 본인의 재량을 발휘해 일을 수상하게 만들어볼 수도 있다는 저자의 귀여운 표현, 어떤 이들에게는 작은 용기와 위로를 전하지 않을까.



출판사(흐름출판)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 암경험자의 다사다난 일상 회복 분투기
용석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사와 일이 제일 중요한 것처럼 살았다. 잦은 야근에도 남편과 아이 살뜰히 챙기고, 운동도 하고, 더 잘 살아 보겠다며 돈 공부도 했다.

그저 열심히 살던 마흔 살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유방암이란다. 왜 하필 자신에게 암이 찾아온 건지 억울했지만 살아야 할 이유가 여럿이고 꼭 살고 싶은 마음으로 고통스러운 치료도 잘 견뎌냈다.

치료는 끝났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매일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항암치료로 짧아진 머리카락으로 사람들 만나기가 무서웠고, 휴직했던 회사에 복직하고 보니 직전 해의 근무 기간이 없어서 연차가 없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연차가 없다.

나름 일 잘하는 에이스였는데 이전만큼 못 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 내가 (암 투병) 전에(는) 잘 나갔다는 안타까움을 담은 직장상사의 말이 가슴에 날카롭게 박힌다.

확 떨어진 체력에 기억력 저하, 피로감, 수술부위 통증 등 여러 후유증까지 겪느라 힘든 몸과 마음에 사회적 편견의 무게까지 얹어진다.

투병 이후 사회 복귀를 결심하고 무사히 복귀해 적응하기까지, 가족과 친구, 가까운 이들뿐만 아니라 글로 만난 블로그 이웃, 환자 모임에서 만난 이들, 모두의 공감과 응원,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는 작가.

암경험자로서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디디면서 자신이 겪었던 두려움, 막막함을 담담히 고백하고 자신의 글이 암, 또 다른 병, 실연 등 각자의 아픔을 겪어내고서 '다시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단다.

관련기관 통계에 따르면 암환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행히 의학 발달로 암환자의 생존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생존자들의 사회 복귀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치료하느라 일을 그만뒀는데, 치료 후에 구직을 하려 하니 병력이 발목을 잡는다. 치료하느라, 돈 안 벌며 생활 꾸려가느라 돈을 많이 썼는데, 다시 돈을 벌 직장을 구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휴직 후 복직한 직장에서는 전보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테고 병원 가느라 근태에 문제가 생길 테니 결국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거라는 편견과 싸워야 한다.

일단 조직에 들어온 후엔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잘리지 않는 직장에 다녔던 나는 암경험자 몇의 직장복귀를 목도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부터도 직장에선 아파도 아픈 티 못 내고 살았으면서, 그들의 복귀를 보면서 그저 막연히, 가벼이, 그래도 이럴 땐 철밥통이 좋네, 라는 생각을 했다. 알게 모르게 겪었을 커리어에서의 자괴와 사람들의 편견 등 그들이 복귀 이후 견뎌냈어야 할 다른 모든 것에는 의미를 두지 못한 채.

무엇보다 그들은, 생과 사의 기로에서 힘겹게 병과 싸우다 살아 돌아온 이들이었는데, 심리적 막막함, 실재한 신체의 아픔, 살아있다는 안도... 헤아리지 못했다.

얼마나 막막할지 당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공감과 위로, 당신도 나처럼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는 응원에 더해 암환자에게 도움될 제도 등 실질적인 정보까지, 병 많고 아픔 많은 이 세상에서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고통을 딛고 살아보려는 모든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샘터)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