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 허블청소년 4
케빈 윌슨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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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열여섯 살의 여름, 수영장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프랭키와 지크는 가정을 내팽개친 짜증 나는 아빠를 두었다는 서로의 공통점에 더욱 가까워진다.

그 여름 글쓰기를 좋아하는 프랭키와 그림에 소질이 있는 지크가 합심해 만들어 마을 곳곳에 붙인 포스터가 큰 반향을 일으키는데, 따분한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 보고자 그들이 한 일은 결국 큰 흑역사로 남게 된다.

 

사람들은 포스터가 납치 예고, 악마 숭배, 마약 홍보 등의 의도를 담고 있다 오해하기도 하고, 포스터를 따라 만들어 여기저기 붙이는 것이 전국적 유행이 되는데, 위험한 곳에 포스터를 붙이려던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한다.

단순한 장난에서 비롯되는 사건들에 놀라고 두려움을 느끼던 프랭키. 일상도 감정도 계속 함께할 줄 알았던 지크는 다른 도시로 떠나버리고, 그 과정에서 프랭키는 몸에도 마음에도 큰 상처를 입고 만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프랭키는 20년 전 그 소요의 원인이 되었던 포스터를 당신이 만든 거냐 묻는 한 기자의 연락을 받는다.

성공한 소설가이며 한 아이의 엄마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던 프랭키는 전혀 모르는 것처럼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좋을지, 모든 일을 가족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좋을지 고민에 빠진다. 잊은 것처럼 살았지만 사실은 한 번도 잊은 적 없던 그때의 일들과 지크. 20년 만에 지크를 찾아냈지만, 그는 비겁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의 입장을 한편으로는 이해하지만, 그 모든 일들을 혼자만의 이야기로 남길 수 있을까.

 

질풍노도의 청소년기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에 남긴 흑역사 하나 없는 사람 누가 있을까 싶지만, 저렇게까지 열심히 장난을 치다니. 도저히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그 가정사와 성향이 나와 같지 않으니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단단하고 괜찮은 어른으로 잘 자란 것 같아 그의 내일을 응원하게 된다.

 

소설 속 포스터의 가장자리는 판자촌, 금 탐광꾼 우글거리고, 우리는 도망자, 법은 우리를 잡으려고 잔뜩 허기졌지라는 물음표 가득 품게 되는 문장만은 허구 아닌 실제라고 한다. 작가는 그 문장을 만든 소꿉친구 에릭이 먼저 떠나고 그와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소설을 구상했다고. 사실 전반부는 지루했다. 후반까지 지루했으면 화가 났을 듯.

그래도 괜찮았던 건 집필 의도에 대한 감동과 무사히 괜찮은 어른이 된 프랭키에 대한 안도 덕분.

  

 

출판사(허블)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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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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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마당이 있는 집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번에도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 전작만큼 한자리에서 다 읽어 내려갈 만한 몰입감을 느낀 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흡인력 있는 이야기였다. 영상화를 잘 해낸다면 파묘보다 볼만한 오컬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세 남매가 장성한 후에도 여전히 작지 않은 땅을 일구며 농사를 짓는 아버지 상보. 금쪽같이 귀했던 장남 형진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그 슬픔을 삭이기 위해서라도 농사에 더 열심이다. 늦게까지 결혼하지 않던 형진은 전남편을 사별하고 딸을 혼자 키우고 있던 해령을 아내로 맞이했다. 상보는 형진이 살아 있을 때도 며느리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아들이 죽은 지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며느리와 손녀에게 한 푼이라도 돌아가게 될까 전전긍긍한다.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다 이른 나이에 원치 않는 퇴직을 하게 된 상보의 차남 형용, 서울을 벗어나는 건 실패라 생각하는 아내 유화와 갈등은 있었지만 결국 아내와 자녀 둘을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죽은 형이 어머니 이름으로 매입했던 군산 청사동의 땅을 형수 해령 몰래 증여받아 그곳에 적산가옥 형태의 카페 유메야를 짓고 보란 듯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음식이 썩어 나가고 유화는 환영을 보는 등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상보의 앞에서 의문의 인물이 남기고 간 형진의 이름이 붉게 쓰인 지폐, 형진 생전에 청사동 그 땅에 서점을 지어 동업하려 했었다며 형용의 카페 건축과 운영을 도운 형진의 친구 필석, 형진 사후에 아파트를 상속받고도 형진이 사두었던 땅을 탐내며 무속인을 만나고 다니는 해령. 형진의 죽음은 과연 단순한 심장마비였을까.

카페를 지을 때 그 터에선 사람이 죽어 나간다며 형용과 유화에게 경고하던 마을 사람들의 말은 그저 질투에서 비롯된 것일까.

 

카페로 돈을 벌어들일 생각에만 사로잡힌 형용은 불길함을 호소하는 유화가 마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화가 자신 때문에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는 게 아직도 원망스러워 어떻게든 카페 사업을 방해하려 한다 오해하고 아내를 불신한다.

카페 땅의 역사에 무언가 저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홀로 조사하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던 유화는 그곳이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호화 주택이었고, 이 집에서 부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터의 역사도, 저주도, 귀신도 무섭고 소름 끼쳤지만 무엇보다 무서웠던 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전부라 생각했던 개개인의 이면과, 인간의 부와 땅에 대한 욕망과 집착이었다. 한때 가장 사랑했던 연인이었고 지금은 소중한 가족이 된 상대를 불신하게 될 정도로 귀와 눈이 멀다니.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땅도 함부로 살 게 아니구나.

 


출판사(반타, 오팬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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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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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흔히 아인슈타인이 한 말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가 죽은 지 한참 뒤에 어느 알코올 중독자 자조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가설이 강력하다. 누가 한 말이든, 결과가 변하기를 바란다면 당연히 원인이 되는 일들이 이전과 바뀌어야 한다는 뜻일 것.


하루가 한 달이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흐르고 있다는 걸 인지하면, 어떤 부정적인 생각을 자꾸 떠올리고 과거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면 다르게 살고 싶다,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은 크지만 다르게 산다는 그 실천이 너무 어렵다.

 

죄책감과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나아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반복하고 있는 생각, 행동, 그 모든 것이 다 관성적인 것이라며 문제 해결의 방안을 제시하는 책.

보통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을 해결의 출발점으로 찾는 책들을 많이 접해왔는데, 그때마다 내가 느꼈던 감정은 그래서 결국 해결을 할 수 없다는 건가? 이런 생각들을 끊어버릴 수 없는 건가?’.


하지만 <관성 끊기>는 좀 다르다. 문제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보다 문제의 양상을 파악하고 바꿀 수 있는 일들의 가능성에 먼저 집중한다. 분석 지향이 아닌 해결 지향.


간결하고 강력한 제목과 다르게 책 내용은 친절하다.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사소한 행동부터 바꿔 나가다 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을 준다. 불면증, 관계의 불화, 트라우마로 불행한 현재, 중독 등 개인이 가진 다양한 문제들에 기발하고 신선한 행동 변화를 제안함으로써 결국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인상 깊었던 사례는 힘들어도 꼭 밖으로 나가기, 산책하기 등의 행동으로 우울증을 극복했다 다시 우울증세를 겪던 여성이 작가와의 상담 과정에서 지금의 우울증세를 벗어나려면 전에 자신이 했던 대로 다시 밖으로 나가고, 산책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부분. 답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변화를 당장 시도하고, 효과가 없다면 다시 다른 변화를 시도하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개인적으로 바꾸기 전 제목이라는 <Do One Thing Different>를 유지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은 든다.



출판사(터닝페이지)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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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타로 2 한국추리문학선 23
이수아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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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표지에 끌려 뽑아 들고서 머리 식히는 겸 읽었던 마담 타로 1권. 1권 안 읽고도 2권 읽는 데에 무리는 없다.

극본가로도 활동 중이라는 작가,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상이 편하게 그려지는 편이다.

오타나 편집오류 많은 책을 '헉' 해서 다시 보는 편인데, 1권 때도 몇 개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흠...


전직 형사 현직 타로 마스터인 서란은 사라진 이복동생 서희를 찾고 있다.

열 자루의 검에 찔린 기이한 형태로 사망한 엄마, 엄마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옥살이하다 죽은 아버지.

엄마의 죽음과 서희의 실종, 개별적인 사건이라 믿었던 것이 결국은 하나로 이어지는 듯하다.

서란은 그 모든 것의 뿌리를 찾고자, 위험에 빠져있을지 모르는 하나 남은 가족 서희를 구해내고자 타로 마스터로 일하며 여러 사람을 만난다. 서희의 소식을 마지막으로 접했던 곳이 유흥가였던 만큼 서란은 주로 그곳 종사자들을 만나 상담해 주며 서희의 행적을 추적해 간다.


타로는 당사자와 상대방의 마음과 상황,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암시하지만 그 암시를 풀어내는 것은 서란과 질문 당사자의 몫이다. 얽히고설킨 관계와 상황 속에 안타깝게도 몇 건의 살인사건이 더 발생하고, 서란과 서란의 전 남편인 형사 유한을 필두로 한 경찰은 따로 또 같이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마침내 동생 서희를 만나고 엄마의 죽음과 그 죽음의 배경의 진실에 닿았을 때, 서란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후련했을까, 오히려 더 답답해졌을까.

인신매매, 장기매매, 사이비 종교 등 엄청난 범죄들을 골고루 녹여낸 소설.

눈 크게 뜨고 사람 잘 골라 만나야 하고, 목구멍이 포도청인 건 맞지만 돈 때문에 상황 때문에 너무 절박해지지 않아야 하는 듯하다.




출판사(책과나무)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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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누이, 다경
서미애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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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그들의 자동차와 함께 저수지에서 발견된다. 단순 교통사고였을까, 장례식장에서 어떤 이들이 수군대던 것처럼 자살이었을까. 죽은 남편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정환은 한순간에 부모 모두 잃고 혼자가 되어 버린 열다섯 살 다경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아이를 집으로 데려온다.


정환과 그의 아내 세라, 아들 민규와 선규는 그동안 다경의 가족과 매년 여름휴가를 같이 보낼 정도로 가깝게 지냈기에 다경이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만이라도 왕래 없던 친척들 대신 그들 가족이 아이를 품는 게 나을 듯하다.


정환은 다경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지만 늘 딸을 바랐던 세라는 다경이 그저 안쓰럽고 기특하다. 큰아들 민규는 다경과 허물없이 지냈었지만, 사춘기를 겪으며 이제는 다경에게 거리감이 들고 그녀가 그저 불편하고 신경쓰인다. 다경과 동갑내기인 작은아들 민규는 제 방을 내어 주며 터뜨렸던 불만을 다경이 들은 것에 대해 미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그건 그냥 늘 형만 우선시하는 엄마에 대한 가벼운 반항이었을 뿐인데.


다경과 가족들은 서서히 서로가 함께하는 일상에 적응해 간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다경, 사실은 부모의 죽음에 커다란 의혹을 품고 있다. 장례식 도중 화장실에서 우연히 들었던 조문객들의 대화, 그것이 아이를 이 집으로 이끌었다. 부모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이라고 확신하는 다경, 범인을 밝히기 위해 가족 구성원들을 조금씩 압박하기 시작한다


정해연 작가 이전에 이름을 기억하는 우리나라 추리소설가 서미애 작가. 신간도 궁금했다. 열다섯 살 다경, 영리하고 영악하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바로 상대에게 울고불고하며 묻고 따지지 않고 생각을 정리해 차근차근 사실 확인 후에 용의자가 막연한 불안을 느끼도록 만든다. 벗어날 수 없도록 코너로 몰고 간다.

읽고 나니 이게 여우누이인가 싶지만... 굳이 연결 지은 제목 덕분에 더 궁금증을 유발했던 듯하다.



출판사(한끼)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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