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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평점 :
꿈에 그리던 좋은 직장, 나만 바라보는 완벽한 조건의 연인... 나도 드디어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구나 생각하던 현주. 연인 석현에게서 프러포즈를 받고 설레는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받은 편지 한 통에 현주의 삶은 휘청인다. '동생을 죽인 살인자' 라니. 이 편지는 도대체 누가 보낸 거지? 그때 그 일을 누가 알고 있는 거지?
어린 현주는 엄마의 재혼으로 무능력한 새아버지와 그 새아버지가 데려온 딸 유미와 함께 살게 된다. 그동안 숱하게 바뀐 엄마의 애인들은 그래도 돈은 많았던 것 같은데, 유미의 아버지는 가진 돈도 능력도 없고 현주는 그 부녀에게 도저히 정이 가지 않는다.
가난과 결핍 속에서 인정과 애정, 부를 갈망하는 현주는 자신의 눈에 차지 않는 유미 부녀를 대놓고 무시하며 살아간다.
엄마가 훌쩍 사라져 버린 뒤에도 현주는 꿋꿋하게 공부해 수능까지 무사히 치러낸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새아버지가 의붓동생 유미의 학원 등록을 부탁하며 건넨 돈을 손에 쥔 현주는 친구 생일파티에 가기를 망설이는 유미를 파티 장소인 호프집으로 가도록 유도하고, 자신은 돈을 훔쳐 달아난다. 불법 개조된 호프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미는 사망한다. 주인이 돈 아끼느라 호프집에 소방설비를 갖추지 않았다는 걸 현주는 알고 있었는데.
자신이 유미를 죽인 것이 아니다,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다 스스로를 달래며 오직 더 나은 삶을 위해 질주해 온 현주. 가난하고 불행했던 과거는 뒤로하고 돈 많고 집안 좋은 석현과 결혼해 상류사회, 화목한 집안으로의 편입을 목전에 두었다 생각한 그때, 낯선 이의 메시지는 '위험한 장소인 것을 알고도 동생 유미를 그곳에 보냈다면, 유미가 그곳에서 죽었다면 그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 이야기한다.
현주의 독백, 오래전 죽었다고 알고 있던 유미가 현주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현주의 연인 석현의 본모습, 오래도록 현주를 짝사랑해 온 종욱의 속내가 모여 이루어진 소설.
사실이라 믿었던 것은 사실이 아니었고, 전혀 의심하지도 않았던 일 뒤에 숨겨진 진실이 있었다.
여러 반전을 가진 이야기. 저렇게 악한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또 어디에나 있을법한 현주의 모습, 말투, 생각, 태도 모든 것이 참 밉다. 자신을 조건 없이 아끼고 동경한 의붓동생에게 그렇게 못되게 굴고, 그 동생의 죽음에 어떠한 죄책감도 없이 그저 자신만 행복하게 살고자 발버둥 친 현주. 남에게 준 고통, 그만큼 돌려받았겠지. 시간 때우기 좋은, 잘 읽히는 소설. 그 정도.
출판사(한끼)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