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깨알 재미
손유미(요우메이) 지음 / 파랑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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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특히 청소년과 대학생, 사회 초년생까지의 어리고 젊은 세대의 문해력 수준 저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명일', '익월' 등 일상보다 업무 중에 주로 많이 쓰는 어휘들을 낯설어하는 건 그렇다 치고 사흘을 4일(사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짐작하며 쉬운 말 두고 왜 어렵게 말하냐는 반응도 흔하단다. 

잘못을 인정하며 내놓았던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발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기사에 놀란 적도 있다.

이모티콘과 줄임말이 난무하는 스마트폰 중심의 언어 환경에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휘력, 문해력 저하는 당연할 수도 있겠지.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순우리말 사용을 강조하는 이들도 한자어를 다른 우리말 표현으로 백 퍼센트 바꿔 쓰기란 쉽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자와 한자어를 좀 더 탐구해 보는 것은 어휘력 확장, 하는 말의 맛을 살리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일이 될 수 있다. <한자의 깨알 재미>는 중국어와 한자를 모두 공부한 저자의 이력을 믿고 읽어볼 만한 책. 

대화 중에 의미를 어울리게 쓰는 데에는 아무 무리가 없는 단어들도, 책을 통해 단어를 이루는 정확한 한자와 말의 유래를 알고 나니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아지랑이가 몽글몽글 피어나듯 온화하고 화목한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상황을 뜻하니 '화기애애(和氣靄靄)하다'에 '아지랑이 애(靄)'자를 쓰고, '일상탈출(日常脫出)' 인가 했던 '일탈(逸脫)'에는 '달아날 일(逸)'자를 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우리말 속담의 의미와 유래, 용례를 풀어낸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난다. 그 독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단어의 유래와 쓰임을 전하는이 책 역시 작고 가볍지만 꽤 유용한 교양서인 듯하다.



출판사(파랑새)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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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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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건영과의 결혼을 코앞에 둔 정원. 그녀는 결혼 전 퇴사를 결정하고, 스튜어디스로서의 마지막 비행지 암스테르담에서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미 오래 아파 온 엄마, 엄마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하려면 서둘러 귀국해야 하지만 화산 폭발로 모든 길이 막혀버린다. 다른 나라 다른 지역으로 우회해서라도 얼른 한국행 비행기를 찾아야 하는 상황, 정원은 겨우 빌린 렌터카가 중복 예약된 탓에 어쩔 수 없이 같은 차를 빌린 해든과 함께 항구로 향한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해든은 한국에서는 프랑스인으로, 프랑스에서는 한국인으로 여겨지는 자신의 존재에 여전히 혼란을 겪는다. 기자로서의 삶은 쓰고 싶은 글을 써내는 일보다 윗사람들의 지시를 따르고 회사에서 필요한 글은 쓰는 일에 더 치우쳐 있는 것만 같다.

 

아빠가 떠나버린 뒤 가난 위에 발버둥 치며 오로지 안정과 평온을 좇아온 정원, 그녀는 모난 데 없고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건영이 자신에게 평생 안정된 삶, 평범한 삶을 보장해 줄 거라는 기대로 그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입양되어 밟은 나라에의 완벽한 정착에도, 온 마음을 줬던 X와의 관계에도 실패했다는 상처를 안고 미래에 큰 기대 없이 살아가던 해든과 안온한 생활만이 답이라며 스스로의 진짜 행복을 그려보지 않았던 정원. 공통점 하나 없는 듯한 그들은 함께한 드라이브와 쉼 없이 나눈 이야기 속에서 서로에게 깊게 스며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오래도록 서로를 잊지 못하고 각자 다른 모양으로 서로를 그리워한다.

 

8부작 16부작이 아니라 한 편으로 끝나는, 영화보다 짧은 드라마 같은 소설. 짧은 만남, 긴 여운의 이야기. 뻔하지만, 한편으론 뻔하지 않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시간도, 공간도 이리저리 넘나든다. (... 마지막엔 좀 쓰기 싫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은 경로를 이탈한다면, 이탈해 닿은 곳이 진짜 내가 머물 곳일까 아니면 잠시 벗어났다가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머무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일까.


오랜만에 비포 시리즈 Ethan Hawke 보러 가야지.



출판사(한끼)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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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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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플북 읽는 건 피하고 싶었는데, 내용이 너무 궁금해 출간 전 서평단에 지원한 <얼굴들>.

 

십 대 초반 어린 나이에, 아동 연쇄살인범에게 끌려간 동생도 구해 내고 자신 역시 무탈히 살아남았던 오광심. 그는 현재 경찰로 일하고 있다.

광심은 단순히 경찰로서 능력 있는 것과는 별개로 피 냄새를 맡는 게 아니냐, 그가 오히려 사건을 키우거나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냐는 평까지 듣는다. 사실 광심 스스로도 자신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어려서부터 인지하고 있으며 경찰로서의 역할과 사이코패스의 본능 사이에서 늘 혼란을 겪는다.

 

흉악범이 자신의 총을 빼앗아 자살해 버린 사건에 휘말린 광심은 수사 일선에서 벗어나 홍보 업무를 맡게 되고, 선배 경찰이자 유능하고 유명한 프로파일러 옥호의 소개로 베스트셀러 소설가 주해환을 만난다. 오래전 불의의 사고를 겪은 후 최고급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옥호와 친형 외에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고 은둔해 살아가는 해환. 한눈에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본 해환과 광심, 그들은 비밀리에 스타 강사 고보경의 딸 실종사건 수사를 함께 맡게 된다.

 

마음이 꽃밭에 있던 때에는 성선설을 굳게 믿었고, 누가 뭐래도 인간은 악하고 그 근간이 끝내 바뀌지 않으며 착한 척도 못하는 사회화 덜 된 인간들이 수두룩하니 성악설이 맞다 여기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세상을 좀 살아 본 지금은 성무선악설에 생각이 기운다.

악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도 악으로 살지 않으려 분투하는 광심의 다음이 특히 궁금하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결국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을 더 굳건히 하게 되지 않을까. 읽으러 간다.


출판사(라곰)로부터 도서(샘플북)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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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가는 카피 손이 가는 브랜드 - 카피라이터 3년, 마케터 2년, 광고 같은 기록들
김화국 지음 / 시공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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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주니어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작가의 일 이야기, 삶 이야기, 생각 이야기.

글 면면에서 직업 연차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나이도 많지 않은, 젊은(20대라면... 어린) 이가 쓴 글이라는 티가 난다. 그 연차에서, 자신의 경험치 안에서 일이든 직장생활이든 다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깊이 있는 고민의 흔적과 대단한 열정이 보인다.

베테랑 카피라이터의 통찰 있는 짧은 글들에, 세상을 대하는 관점에, 그것을 글로 표현해내는 자신만의 노하우에 감탄한 일들이 많아서 이번에도 사실 제목에서 오는 기대감이 컸는데 첫 기대와는 달랐지만 편하게 읽었다. 하지만 잘 지은 제목 같진 않다고 생각한다. 후후

이제 막 카피의 맛, 한 줄 카피 쓰는 맛을 알아 가던 신입 카피라이터는 휴가 도중 회사가 곧 청산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다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고. 회사를 옮겨 꿈꿨던 카피라이터 일을 계속할지, 모회사의 마케터로 새 일을 시작할지 고민하던 작가는 결국 변화를 선택한다. 자기 젊음과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확신으로.

나라면 어땠을까. 일을 안고서 환경의 변화를 선택했을까, 작가처럼 환경과 일 모두의 '변혁'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내가 보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어떤 상황, 어떤 순간을 그저 스쳐 보내지 않고 거기에 집중해 주제별로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밝고 넓고 깊은 눈을 배우고 싶다. 정성 다해 재미나게 살아가는 작가의 에너지가 글 곳곳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긍정과 낙관의 에너지가 폴폴.

시간이 지나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노련한 마케터로서 '마케팅의 왕도'를 알려주는 작가의 책이 나온다면, 읽어볼 만할 듯하다.



출판사(시공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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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마음 없는 일 - 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닻[dot]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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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극찬!). 문장마다, 생각마다, 공감 공감 공감, 인덱스 플래그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내가 아무리 트렌드에 둔감한 인간이라지만, 종합뉴스 헤드라인이나 휙휙 넘겨 보고 좋아하는 책 읽으며 심심하게 살아가는 인간이라지만, 그래도 인스피아의 존재를, 작가(기자)의 존재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더 일찍 재밌을 수 있었는데, 더 많이 여러 생각을 해볼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자신의 직업을,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 없는 척 사실은 일을 더 사랑할 방법을 고민 또 고민한 한 젊은 기자의 ‘사랑하는 나의 일에 대한 기록’. 고집, 불만, 기쁨, 슬픔, 분투의 기록.

책은 종합일간지 기자가, 속도전의 기사 생산 대신 원고지 90매 분량 긴 호흡의 뉴스레터를 쓰며 ‘기사 안 쓰는 기자’로 보낸 특별한 시간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어. 나는 일에서 재미를 찾을 기대 같은 건 없어. 행복은 여기 밖에 있어’ 류의 말들로 동료들과 모여 직장생활과 직업생활을 자조하며 가끔 ‘여우의 신 포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간절하게 원하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걸 알기에 포도는 맛이 없을 거고 일은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는 듯해서.

저자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재미난 것 많은 이 세상에 재미없는 글을 누가 읽으려 하겠냐, 읽히지 않는 글에 무슨 의미가 있냐, 글 쓰는 내가 즐거워야 내 생각과 글을 나누는 독자들도 즐겁다는 생각으로 속한 조직에서 전례 없던 새로운 일, 인문 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기획하고 시작해 4년이나 홀로 이끌어왔다.

경직된 조직에서 없던 일을 혼자 시작한다는 것, 그 재미와 부담의 양면을 잘 안다. 저자는 그의 노력이 담긴 글들을 읽은 많은 이들이 감사하게도, 부담보다는 재미에 마음의 비중을 두었나 보다. 글을 써 사람들에게 읽게 한다는 그 정체성을 놓치지 않은 채 쇼츠와 릴스, 알고리즘의 시대에 다양한 주제를 ‘책’을 통해 깊게 살펴보는 글을 끝없이 고민하며 적어냈다. 뉴스레터 발송 전까지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는 그 마음을, 4년을 이어온 업무(뉴스레터) 종료 통보를 받고도 지금껏 해온 대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읽었다는 그 마음을 어쩐지 나도 잘 알 것 같아서 그의 새로운 출발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일을 사랑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약간의 틈새가 있다면 본인의 재량을 발휘해 일을 수상하게 만들어볼 수도 있다는 저자의 귀여운 표현, 어떤 이들에게는 작은 용기와 위로를 전하지 않을까.



출판사(흐름출판)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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