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테하누 - 어스시 전집 4 어스시 전집 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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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아줌마는 음침한 인물로, 마녀들이 대개 그렇듯 결혼을 하지 않았고 통 씻는 법이 없었다. 희끗희끗한 머리는 기묘한 주문 매듭으로 묶었고, 약초 연기 탓에 눈가가 늘 불그죽죽했다. 등불을 들고 목초지를 가로질러 온 사람이 바로 이 여자였다. 이끼는 테나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그날 밤 오지언의 시신을 지켰다. 그녀는 숲 속에 유리 갓을 씌운 양초를 켜 두고 진흙 접시에 달콤한 기름을 부어 태웠다. 그러곤 해야 할 말들을 하고 이루어져야 할 일들을 갖추었다. 매장 준비를 하느라 시신에 손을 대야 할 때가 오자, 이끼는 허락을 구하듯 테나를 한번 쳐다본 후 하던 일을 계속했다. 마을의 마녀들은 그들 말대로 ‘죽은 자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돌보았고 종종 무덤에 묻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


“우리의 힘은 하찮은 힘이지요, 겉으로 보기엔 그들의 힘보다 못해 보인다우. 하지만 그 힘은 뿌리가 깊어요. 온통 뿌리거든. 다 자란 검은딸기 덤불 같은 거지. 그리고 마법사의 힘이란 전나무와 같아서, 우람하고 훤칠하고 당당하긴 해도 폭풍이 불면 바로 쓰러지고 말아요. 어떤 것도 가시투성이 검은딸기를 죽이지는 못한다우.”


마녀 이끼
이끼라 불리는 하사


예전에 읽을 때는 전혀 들어오지 않던 인물이 다시 읽을 때 강하게 다가올 때가 있어.



테하누
어슐러 르 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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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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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처음으로 무언가를 깨닫고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아마 쉬운 길은 없을 거예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전 결혼한 삶을 살았을 수 있어요. 가게에서 일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요. 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귀여운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을 수도 있죠. 북극권한계선에서 빙하를 연구하면서 살았을 수도 있고, 올림픽 수영메달리스트가 됐을 수도 있어요. 누가 알겠어요?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요.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에요.˝
258.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에 따르면 우주에서 인간의 삶은 굴의 삶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데이비드 흄에게 그런 생각을 쓰는 게 중요했다면, 의미있는 일을 목표로 삼는 것 또한 중요할 수 있다. 이를테면 모든 형태의 삶이 보존되도록 돕는 일 같은.
202.


생각은 멈추지 않는 마음의 경련 같다. 너무 불편해서 참을 수었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강력하다.
38.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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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피리술사 [할인] 미시마야 시리즈 103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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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늬는 제 오래된 여름옷에 있던 거예요. 여기로 오기 전, 엄마가 오코보 님께 솜옷을 지어 드릴 때 우리 집 헌옷을 풀어서 지으셨어요.”

-
이 눈길을 작은 눈신발로 아장아장 밟으며 오코보 님이 산에서 내려오셨다. 난생처음 돈 벌러 나가는 마을 아이를 걱정해서 에도까지 찾아오신 것이다. 미시마야뿐만 아니라 마을 아이가 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렇게 찾아가실지 모른다.

가랑눈 날리는 날의 괴담 모임

피리술사_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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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안주 미시마야 시리즈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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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여러 가지 신기한 일이 있거든. 이상한 일은 대개 산의 신 때문이에요. 아가씨는 산의 아이가 아니라서 모를 뿐이에요.”

달아나는 물.
헤이타, 오히데리 님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다. 하쓰네도 너를 잊지 않을 게야.
멀리 떨어져서 따로 살더라도 늘 너를 생각하고 있을 게다. 달이 뜨면, 아아, 이 달을 구로스케도 바라보고 있겠지, 하고 생각할 게다. 구로스케는 노래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게다. 꽃이 피면, 구로스케는 꽃 속에서 놀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게다. 비가 내리면, 구로스케는 저택 어딘가에서 이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게다.
얘야, 구로스케. 너는 다시 고독해질 게다. 하지만 이제는 외톨이가 아니란다. 나와 하쓰네는 네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안주


안주 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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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흑백 미시마야 시리즈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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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요, 오치카 씨. 버리는 신이 있으면 줍는 신도 있는 거예요.”
오치카를 바라보는 오후쿠의 눈동자에 빛이 반짝인다. 까만 사탕 같은 눈동자다. 부드럽고 달콤하며, 다른 사람에게 힘을 준다.
“나쁜 일이 한 가지 있어도, 설령 그게 아무리 나쁜 일이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망가지는 것은 아니에요.”


흑백. 미야베 미유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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