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어드, 꿈이란 가까이 두기엔 그리 안전한 게 못 돼. 난 잘 알아. 나도 한때 꿈을 품고 있었으니까. 꿈이란 살짝만 만져도 작동하는 촉발 방아쇠가 달린, 장전된 권총과 같은거야. 만약 그런 상태로 오래 놔두면 결국 누군가 해를 입게 되거든. 하지만 그게 좋은 꿈이라면 그만한 가치는 있지. 이 세상에 꿈은 많지 않지만 인간의 목숨은 굉장히 많아. 그래서 한 인간의 목숨이건, 또는 열두서너 명의 목숨이건-."

129.
버베나 향기

헛간, 불태우다
윌리엄 포크너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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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번역을 말할 때 흔히 하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번역가는 배신자이자 무언가를 늘 잃어버릴 뿐 아니라 문학에 적대적인 존재다. 내가 위의 사례를 학생들에게 보여준 까닭은 솔직히 내 번역이 조금 자랑스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번역가는 번역을 지적받았을 때 자신의 선택을 옹호할 객관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취약하다. 번역가는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완벽하고 완전한 결과물에 도달할 수 없고, 그 사실을 상기하게 될 때마다 쉽게 의기소침해진다. 그럴 때는 번역에는 정답이 없고 어떤 번역이든 무언가 잃기 마련이며, 관점에 따라 좋은 번역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달라 질 수 있다는 따위의 말을 변명처럼 우물거린다.
집에 와서 내 번역이 잃은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그 학생의 말은 직역 대 의역 논쟁의 핵심을 건드린 질문이었다. 단어를 고스란히 번역하는 직역이 만드는 특수한 효과를 나처럼 기이하거나 어색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참신하거나 아름답다고 느낄 수도 있다. 문학성과 광기는 사실 같은 것이니까.


97.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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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대한 각주가 달린 번역을 원한다. 각주가 초고층 건물처럼 책장 꼭대기까지 뻗어 주석과 영원 사이에 텍스트 한 줄이 언뜻 비칠 틈만 남을 정도로"


32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푸시킨의 운문 소설 ㅣ예니게니 오네긴ㅣ번역에 대해 - P32

도러시아의 이웃에 사는 캐드월레이더 부인은 책에 파묻혀 사는 캐소본을 신랄하게 평한다.
"누가 그의 피 한 방울을 돋보기 아래에 떨어뜨려 보았더니 온통 세미콜론과 괄호뿐이었다고요."

35 조지 엘리엇 ㅣ미들마치ㅣ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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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흰 고래 같은 텍스트를 만났을 것이다. 잡히지 않는 공허. 포착할 수 없는 의미. 이쪽을 붙들면 저쪽을 놓치고, 저쪽을 잡으면 이쪽이 사라지는단어를, 의미를 고정하는 순간 무수한 틈이 생겨버리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붓질을 더할수록 더럽혀지기만 하는 순백을?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번역은 얼마나 투명해져야하는가?


15.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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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마녀가 죽었다


마거릿 대처(1925~2013)는 영국 보수당 소속 정치가이자 유럽 최초의 여성 총리로, 1979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집권하면서 역대 총리 중 유일하게 3연임의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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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켄 로치는 『가디언』에 “장례식을 민영화합시다. 경쟁 입찰에 맡겨 가장 싼 업체를 받아들입시다. 그는 그런 걸 원했을 것” 이라며 국장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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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가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신자유주의, 보수주의, 반공주의, 반노동조합주의’에 입각해 추진한 정책이 ‘대처리즘’이었다. 대처리즘은 정부의 재정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노동조합 권한 축소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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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는 의사인 동시에 장의사였다. 대처는 1970년 교육부장관 시절에 이미 어린이 우유 급식을 중단해 ‘우유 도둑’이라는 별명을 얻은 전적이 있었다. 결국 대처가 퇴임할 무렵이던 1990년대 초반 영국 어린이 중 28퍼센트가 빈곤선 아래 놓이게 되었다.


4월 8일
하루 교양 공부
전성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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