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대륙과 국가, 국경과 주권 등이 강력한 '지리적 상상력'의 산물이었다고? 실제가 아니었단 말인가?
익숙하게 사용하던 지역 구분과 물리적 환경과 자원, 기후로 해석하는 환경 결정론적 관점의 시선에 딴지를 건 책.
GDP(국내총생산)이 높으면 '잘 사는' 나라 라고 생각했는데, '잘 산다'는 기준이 경제적 여유 이외에도 다양하기에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 등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게 하는 책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이었다.
Q :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는?
A : 우랄산맥과 캅카스산맥
( 책에는 코카서스산맥이라고 나오는데, 2022개정 중학교 교과서에는 캅카스산맥이라고 나온다)
당연한줄 알았다. 의문을 가질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배워왔고 교과서에 그렇게 나오니까.
그런데, 왜? 왜 우랄산맥이 기준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우랄산맥이 양 지역을 뚜렷이 나누는 험준한 지형도 아닌데?
지리적인 지식과 함께 종교적, 정치적 의미가 담긴 지도의 변천사를 다루며 그 속에서 어떻게 우랄산맥이라는 지형이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로 등장하는지 보게 되었다. 지형으로도, 지질구조나 판의 경계로도 유럽을 독립적인 대륙으로 말하기 어려워, 그나마 찾아낸 것이 문명적인 이유랄까? 과장된 표현이 담긴 지도는 우리가 흔히 접했던 메르카토르 도법의 지도만 보더라도, 16세기부터 유럽 제국이 전 세계에 행사하기 시작한 지배력과 통제력을 반영한 것이었고, 실제로 그것을 실현시켰다.
유럽 뿐 아니라, 오세아니아도 20세기 초에 아시아와 분리시켰고, 1950년대에는 미국 지리학계에서 남북 아메리카 구분을 주장, 같은시기에 영구적인 인간 거주지가 없는데도 남극 대륙이 대륙 목록에 추가 된 것을 알게되었다. 알게 될 수록 모든 대륙의 경계는 물리적 지리의 산물인 동시에 개념과 상상력의 산물임을 보게 된다. 이의없이 도표와 지도로 전해지고 학습하는 동안, 그 속에 담겨있는 유럽의 우월의식을 답습하며, 서로 연결되어있고 복잡하며 분명히 구분되지 않은 현실 세계를 은폐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경계도 마찬가지.
남북이 갈린 처음의 경계 38선이 실측도 아닌 지도를 보고 선을 그은 것에 불과했다니.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의 생사가 갈리듯 그런 상황들이 발생했다.
한 편,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가로지르는 하드리아누스 방벽과 만리장성이 단절과 분리가 아니라 교류와 소통의 중심지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새로웠다. 동시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경계선은 그것을 넘기위한 사람들이 증가하고 안전 보다는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공간이 되어, 불안의 진짜 원인인 전쟁, 폭력, 빈곤, 불평등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전략일 뿐임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책 내용 중에 대마초합법화를 통해 살인,폭력 범죄가 감소한 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렇다고 마약을 합법화하는 것이 옳다는데는 동의가 되지 않는다...장벽을 세우지 않고도 또 마약을 합법화 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또 있지 않을까)
국가도 주권도, 국가의 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GDP도, 러시아와 중국, 아프리카의 역사속에서 신화가 움직인 일련의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지리적 상상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렇게 가르쳤다. 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대신 색안경을 쓴 줄도 모른채 그 상상력을 휘둘렀다면 이제 진짜 세계를 마주해야 할 시간이다.
지리의 신화를 해독하고 인정하면서 세상을 마주보기. 우리를 가두었던 지리적 상상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었던 책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