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었다.
더 이상 적들은 피해 갈 곳이 없을 때,
문을 열어준 부산 바닷가 옆 집,
그래서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이다.
그림책 표지만 보고서는 환상동화를 떠올렸다. 바닷물색도, 표지에 등장하는 소녀도 싱그럽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책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전쟁 속에서 사람의 생명이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순간을 담은 책이란 것을 알게되었다.
일본이 항복하고 잠시 평화가 왔나 싶은 한반도에 1950년 6월 25일, 선전포고도 하지않은 북한군이 중국과 소련의 힘을 등에 업고 남한으로 쳐들어왔다. 6.25전쟁의 시작이었다.
피난민 무리가 경이의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북서쪽 바닷가의 인천에서 320km를 지나온 어부 김씨 아저씨는 자신과 딸 선희를 도와주어 감사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등 뒤에 적군이 있으니, 이 집은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입니다."
자신이 가진것을 나눠야하고, 소란스러워진 상황, 이전 생활이 못내 아쉬우면 바닷가에 돌멩이를 던지기도 했다. 사이렌이 울리면 지하 김칫독 사이에 다른 여자들과 소녀들과 옹색하게 숨어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경아, 손님들은 바다에 던질 수 있는 돌멩이가 아니란다. 우리 이웃이자, 돕고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