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대학의 마무리는 그곳에서 배출된 인물들의 질문들 모음이었다. 사회 시간에 만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밀턴 프리드먼, "사람들은 왜 최선의 선택보다, 익숙한 실수를 더 편안하게 여기는가?" 등 넛지 이론을 제안한 리처드 탈러 등등 한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과 그들이 던진 질문을 보고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유펜(펜실베니아 대학교)가 있는 필라델피아를 보면서 필라델피아가 퀘이커 교도 위리엄 펜의 이상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미국 실용주의의 화신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정신이 제도화 된 곳이 이곳 펜실베니아 대학교라는 것, 와튼 스쿨(세계 최초의 비지니스 스쿨)이 이곳에 있다는 것도 보았다. 미국에 유학을 갈 목적으로 이 책을 본다면 각 학교의 특징과 역사를보며 보다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미국 역사와 전 세계 역사를 만든 이들이 배운 학문과 질문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되는 책이었다. 실용 지성의 정수라는 이곳 유펜. 단순히 공부 잘하고 많이 배워 자신의 업적을 쌓고 출세하기 위한 코스라기보다, "나는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가?" ,"세계를 이끌고 싶은가? 그렇다면 세상의 고통을 먼저 이해하라"는 프랭클린의 오랜 질문에 답하려는 현대의 실험장이라는 설명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오늘날 우리는 대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정말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장으로 여기고 있는가. 대학에 진학하기 전 이 물음을 진지하게 접했다면, 오늘날 우리의 입시와 대학문화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실질적으로 미국 대학을 진학 하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많이 언급되었다. 유펜의 입학사정관을 만나 유펜의 철학과 입학 기준을 묻고, 그것을 기술해 놓은 것이다. 유펜의 입학기준은 점수보다 '진정성'. 지적 호기심에 충실히 따르면서,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 지나치게 매끈한 원서보다, 다소 거칠더라도 자기 목소리가 살아있는 글. 그리고 각 전공에 관한 전공 적합성. 인문대학은 폭넓은 지식을, 공대나 간호대, 경영대는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깊은 탐구경험을 요구한다고 한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지금, 한국의 대학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면서, 우선은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달려가고 싶은지,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여행 여정의 기록과 함께, 단순히 대학교의 외관과 겉모습만 탐방하고 오는 것이 아닌 각 학교의 역사와 철학, 그곳을 거쳐간 인물들의 질문들을 깊이있게 다룬 것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더불어, 저자가 미국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위치에 있기에 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기술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들에 대한 책도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순, 줄세우기로 들어가는 대학 말고, 각 대학의 철학과 각 학교가 배출한 사람들의 질문들, 그들이 끼친 영향력을 이렇게 정리한 책이 나온다면 오로지 이름과 성적으로만 들어가는 대학이라는 오명을 벗으며, 대학생이 되어 어떤 가치를 따라 살 것인지 조금 더 고민해 보게 되지 않을까.
시카고, 펜실베니아, 스와스모어, 조지타운, 존스 홉킨스, NYU, 컬럼비아, 프린스턴, 예일, 브라운, 하버드, MIT, 애머스트, 윌리엄스 칼리지, 다트머스, 코넬, 스탠퍼드, UC버클리, 칼텍, 라이스 대학교까지, 미국 유명 대학을 한 눈에 탐방할 수 있는 책. 질문과 사색, 그리고 역사와 인문학이 담긴 여행이야기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책 《세상을 바꾼 위대한 질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