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위대한 질문들 - 외대부고 박인호 쌤의 미국 명문대 인문기행
박인호 지음 / 글로세움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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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질문들

외대부고 박인호쌤의 미국 명문대 인문기행

AI시대를 끌어 가는 질문의 힘


글로세움




글을 쓰는 것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얼마 전 한 글쓰기 책자에서 보았다. 비단 글쓰기에서만 질문이 필요한 것은 아닐거다. 질문을 하느냐, 그저 정답이라 말하는 것을 받기만 하느냐에 따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되느냐, 수동적으로 삶을 대하느냐가 달라진다. 

저자는 미국 명문대를 탐방하며 배움에 대해, 대학이라는 공간에 대한 사유와 함께, 결국 좋은 대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곳이라는 것과, 호기심과 질문을 장착한 이라면 어느 자리에서든 진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이 만난 대학의 핵심질문들과 그들이 그렇게 배출한 인물들을 소개해준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갈 법도한데, 저자는 질문하는 삶의 태도, 호기심을 가지고 내가 디딘 이 땅과 그 위의 역사, 역사를 이룬 사람들과 문화를 알고자 하는 것 그것을 먼저 언급한다. 자신의 유럽여행과 지금 살고있는 용인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미국 대학 탐방기는 저자를 비롯한 외고 선생님들의 여행기였다. 지인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도 그때그때의 감상과 생각을 다 나눌 순 없는데 책은 당시 저자의 생각을 낱낱이 기술하고 있으니 방 안에 앉아서 미국 대학 투어를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여행기와 다른 점이라면, 역시 저자의 아비투스(habitus)가 반영된 것이란 거다. 시카고 도시를 언급하면서 그 지역에 뿌리를 둔 산업과 지난 시대의 학자들과 인물들, 그로 파생된 경제, 법, 역사, 물리, 핵, 우주 이야기가 고구마 줄기 당기듯 딸려온다. 시카고 대학의 학문적 독보성이 '시카고 플랜'으로 언급되는 고전독서 토론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고전읽기를 교양이 아닌 민주시민의 의무으로 여기고, 고전을 읽고 인간의 본성을 사유하는 것,'생각하는 인간을 만드는 것'을 중시 여기는 학교.

저자가 속한 외대부고가 시카고 대학의 질문과 논리, 발표와 토론문화와 통한다는 말에 약간의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문해력을 높이는 것이 화두인 지금, 학교에서 고전을 논하고 사유하는 아이들을 길러 낼 수 있다면... 





시카고 대학의 마무리는 그곳에서 배출된 인물들의 질문들 모음이었다. 사회 시간에 만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밀턴 프리드먼, "사람들은 왜 최선의 선택보다, 익숙한 실수를 더 편안하게 여기는가?" 등 넛지 이론을 제안한 리처드 탈러 등등 한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과 그들이 던진 질문을 보고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유펜(펜실베니아 대학교)가 있는 필라델피아를 보면서 필라델피아가 퀘이커 교도 위리엄  펜의 이상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미국 실용주의의 화신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정신이 제도화 된 곳이 이곳 펜실베니아 대학교라는 것, 와튼 스쿨(세계 최초의 비지니스 스쿨)이 이곳에 있다는 것도 보았다. 미국에 유학을 갈 목적으로 이 책을 본다면 각 학교의 특징과 역사를보며 보다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미국 역사와 전 세계 역사를 만든 이들이 배운 학문과 질문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되는 책이었다. 실용 지성의 정수라는 이곳 유펜. 단순히 공부 잘하고 많이 배워 자신의 업적을 쌓고 출세하기 위한 코스라기보다,  "나는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가?" ,"세계를 이끌고 싶은가? 그렇다면 세상의 고통을 먼저 이해하라"는 프랭클린의 오랜 질문에 답하려는 현대의 실험장이라는 설명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오늘날 우리는 대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정말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장으로 여기고 있는가. 대학에 진학하기 전 이 물음을 진지하게 접했다면, 오늘날 우리의 입시와 대학문화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실질적으로 미국 대학을 진학 하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많이 언급되었다. 유펜의 입학사정관을 만나 유펜의 철학과 입학 기준을 묻고, 그것을 기술해 놓은 것이다. 유펜의 입학기준은 점수보다 '진정성'. 지적 호기심에 충실히 따르면서,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 지나치게 매끈한 원서보다, 다소 거칠더라도 자기 목소리가 살아있는 글. 그리고 각 전공에 관한 전공 적합성. 인문대학은 폭넓은 지식을, 공대나 간호대, 경영대는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깊은 탐구경험을 요구한다고 한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지금, 한국의 대학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면서, 우선은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달려가고 싶은지,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여행 여정의 기록과 함께, 단순히 대학교의 외관과 겉모습만 탐방하고 오는 것이 아닌 각 학교의 역사와 철학, 그곳을 거쳐간 인물들의 질문들을 깊이있게 다룬 것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더불어, 저자가 미국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위치에 있기에 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기술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들에 대한 책도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순, 줄세우기로 들어가는 대학 말고, 각 대학의 철학과 각 학교가 배출한 사람들의 질문들, 그들이 끼친 영향력을 이렇게 정리한 책이 나온다면 오로지 이름과 성적으로만 들어가는 대학이라는 오명을 벗으며, 대학생이 되어 어떤 가치를 따라 살 것인지 조금 더 고민해 보게 되지 않을까.


시카고, 펜실베니아, 스와스모어, 조지타운, 존스 홉킨스, NYU, 컬럼비아, 프린스턴, 예일, 브라운, 하버드, MIT, 애머스트, 윌리엄스 칼리지, 다트머스, 코넬, 스탠퍼드, UC버클리, 칼텍, 라이스 대학교까지, 미국 유명 대학을 한 눈에 탐방할 수 있는 책. 질문과 사색, 그리고 역사와 인문학이 담긴 여행이야기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책 《세상을 바꾼 위대한 질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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