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 티처의 라틴어 공부 격언 일력 365 (스프링) - 그대는 오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조경호 지음 / Orbita(오르비타)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산초 티처의 라틴어 공부 격언 일력365

그대는 오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조경호

오르비타




 일상생활을 살아가는데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학문들이 사실, 오히려 더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음을 본다.

수학은 수학적 사고를 통해, 사회는 각 장소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정의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주고 음악과 미술은 삶을 더 풍요롭게 표현하고 누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라틴어는 어떨까?

지금은 아무도 쓰고 있지 않지만 그 언어는 지금도 살아있다. 몇 천년 전의 작품과 로마 시대의 명언과 속담 등에 담긴 진수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대표 지성이라고 하는 하버드에서도 전공과 관련없이 공통적으로 라틴어를 배우며, 졸업장이 라틴어로 작성된다는 것만 보더라도 라틴어가 뭐길래 하는 생각이 들게한다.

그럼, 라틴어를 배워야 하는 걸까?

수 년 전, 《라틴어 수업》이란 책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다가가기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라틴어를 매일 만나는 달력, 일력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산초 티처의 라틴어 공부 격언 일력365》으로 말이다.



외대부고 라틴어 산초 티처가 만든 이 일력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만든 책. 좌우명으로 사랑받았던 라틴어 문구과 마음에 울림을 주는 명언들을 우리말과 라틴어 문장, 산초 티처의 해석을 담아 매일 매일 만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새해 첫 날, 1월 1일에 담긴 문장은 '새해에 좋은 일과 행운이 가득하길!'이란 뜻의 Bona et fausta in anno novo.(보나 엣 파우스타 인 안노 노우오) 였다. 새해에 좋은 일을 기원하는 문장과 함께 산초티처의 조언과 함께 한 해가 시작된다.


그리고,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세대학교의 모토인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성경 요한복음 8장 32절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에서 나온 이 문구는 라틴어로 'Veritas vos liberabit. (웨리타스 우오스 리베라빗).

이 외에도 익숙한 문장들이 많이 보였다. 

이 책이 라틴어를 소개하는 동시에 '공부격언'이라는 문구가 제목에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선생님의 조언이 각 장 마다 가득 담겨있었다. 달력을 볼 때 마다 존경하는 멘토가 곁에서 용기를 북돋워준다고 생각하면 볼 때 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일력을 만난 날짜의 문구를 펼쳐보았다.

잠언 3장 13~14절의 말씀이 담겨있었다. 고대 로마 제국의 공통어였던 라틴어. 히브리어, 헬라어(그리스어)로 쓰여진 성경을 로마가 크리스트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라틴어로 번역되고 종교개혁이 이뤄지고 각 나라 언어로 번역되기 전 까지 라틴어 성경이 널리 퍼진 영향인지 이 일력에서도 라틴어 명언으로 성경말씀이 종종 보였다.

'지혜를 얻는 자와 명철을 얻는 자는 복이 있나니 이는 지혜를 얻는 것이 은을 얻는 것보다 낫고 그 이익이 정금보다 나음이니라'

Beatus homo, qui invenit sapientiam, et qui affluit prudentiam; melior est acquisitio eius negotiatione argenti, et auri primi et purissimi fructus eius.

문구를 읽으며 얻는 지혜는 물론이거니와, 라틴어를 보며 '사피엔시암'이 '지혜'라는것, '호모 사피엔스' 라는 말이 '지혜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라는 것도 다시 보며 우리가 아는 영어등 많은 용어가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


매일 보는 일력으로 날짜도 확인하고, 라틴어도 보고, 무엇보다 흐트러질 수 있는 마음을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준 문구들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만년 일력 《산초 티처의 라틴어 공부 격언 일력365》.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하루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 교사가 만든 역사 교사를 위한 찐 실전 ChatGPT - 뤼튼, 자작자작, 클리포 AI,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캔바 AI, VS코드, 패들렛, 수노 AI, 레오나르도 AI, 중·고등학교 역사/한국사·세계사 수업, 지도안 초안 작성, 수업·상담 기록 관리, 설문조사 관리 찐 실전 시리즈 13
김동은 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역사 교사가 만든 역사 교사를 위한 찐 실전 Chat GPT


에듀테크 교사 연구회 역사팀 (김동은, 이현웅, 정태형)지음

(주) 광문각출판미디어




생성형 AI 제미나이 3이 이제 한글파일까지 해독하고 정보를 생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AI가 등장하고 우려하던 모습과 달리, 지금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 활용을 가속화 하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가 이 후의 성패를 좌우하는 듯 보인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AI를 활용해 에듀테크 수업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이 도구를 사용해 교과의 수업 목표를 도울 것인가의 고민으로 넘어가고 있다.

역사 교사가 만든 역사 교사를 위한 찐 실전 ChatGPT책을 펼쳐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접 역사를 가르치고 있지는 않지만, 같은 사회과 안에서 에듀테크를 조금씩 도입하는 과정 가운데, 먼저 생성형 AI를 수업에 활용한 선생님의 고민과 노하우를 전해 듣고 싶었다.


책은, 왜 생성형 AI를 교육에 접목해야 할까의 고민에서 부터, 역사 수업 자체의 고민과 함께 AI 활용을 위한 윤리교육(연령에 따라 보호자 동의가 필요함. 교차검증, 비판적 사고 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과 교사가 역사 수업에 활용한 구체적인 AI의 실제까지 담아내고 있었다.



 주요 플랫폼 소개부터 프롬프트(인간이 AI에게 내리는 명령어)를 어떻게 작성해야하는지,



수업의 실제에서 활용하는 법을 지도안과 함께 활동지, 상세 설명이 함께 나와있어서 그대로 따라 해봄직하게 되어있었다. (활동지 파일을 받아보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정말, QR코드로 5.18민주화운동 AI활용 탐구기반 활동지를 공유해주셨다!(동은쌤 블로그) 수업 공유가 쉽지 않은일인데,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 AI중에서도 각 수업에 더 맞춤인 도구가 무엇인지 장점을 알려주고 있어서 시행착오를 줄이며 여러 도구를 비교해볼 수 있게 해주어서 더 좋았다.


교사가 에듀테크를 이용해 주어진 자료를 어떻게 잘 설명하느냐 보다,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도 귀를 기울여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당시 사료를 번역하며 꼬마 역사가가 되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수업도 인상적이었다. (구글 AI스튜디오 활용)


AI를 활용해 글을 쓰고,  사료 원문을 분석해서 해석하고, 역사 챗봇도 만들고, 영상관도 제작하는 것. 또 내러티브 기반 역사수업에서 AI로 만든 그림을 활용하며 역사적 인물과 가상 인터뷰, 역사 드라마, 방탈출게임, 시민혁명 노래 만들기까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활용가능한 수업을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도전이 되었다.

수업 뿐 아니라 수업관련 행정업무를 AI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까지. 


이 책은 학기중에 바로 보고 활용해도 좋지만, AI 종류가 이렇게 많았나 부터 놀라는 나 같은 이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실습할 수 있는 방학때가 읽기 적기인듯하다. 


에듀테크를 바로 수업에 들이진 않아도 이 시대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흐름을 읽으며 이 시대속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서 교과 목표에 맞는 수업방식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에게 유용한 참고서적이 될 책 《역사 교사가 만든 역사 교사를 위한 찐 실전 ChatGPT》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리마블 인도 지리마블 시리즈 2
자스빈더 빌란 지음, 니나 샤크라바티 그림, 김미선 옮김 / 윌북주니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리마블 인도

자스빈더 빌란 글, 니나 샤크라바티 그림, 김미선 옮김

윌북주니어


인도의 농가에서 태어난 작가가 인도를 소개하는 책 《지리마블 인도》

인도 소녀 '타라'가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인도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마치, 할머니의 보물 상자를 여는 것처럼 인도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놀라움을 계속 느끼게 되는 책이다.



인도 그림지도가 먼저 등장한다.

28개의 주와 8개의 연방직령으로 이루어진 인도.

분쟁지역으로 알려진 잠무 카슈미르말고는 주 이름으로 나온 지도는 다소 생소했다. 그래서 더 낯선 느낌으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거칠고 메마른 사막과 신성한 강, 멸종위기종의 동물이 사는 숲과 고대사원, 궁전, 도시가 공존 하는 곳. 힌두교도가 가장 많고, 힌두교, 불교, 시크교, 자이나교가 탄생한 곳.


할머니가 타라에게 들려주는 갠지스강 여신의 이야기를 곁에서 같이 듣는다.


인도의 자동차 툭툭을 타고 델리를 다니게 되면 어떤 모습을 보게될까? 어딜가나 뛰어다니는 원숭이들과 무굴 황제 샤자한이 세운 붉은 성, 최신 고층빌딩까지! 건축가 에드윈 루티엔스가 1912년에 새로 지은 뉴델리는 오늘 날 인도의 수도이기도 하다.


샤자한 황제가 사랑하는 뭄타즈 마할 황후를 위해 만든 궁전같은 무덤 타지마할,  선사시대 그림인 빔베트카 동굴그림, 선이 악을 이긴다는 교훈을 담은 디왈리 축제, 홀리, 구르푸랍, 로사  등등 다양한 종교관련 축제... 인도버전 나무를 심은 사람 '자다브 물라이 파양'이 자귀나무를 심어 마주리섬에 숲을 일궈낸 이야기, 콜카타의 예술가들 인도의 먹거리 등 인도의 자연과 그곳의 역사, 종교와 문화, 예술, 그곳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다양한 글이 펼쳐져 재미있게 읽혔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여행지 그대로 따라가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어서 나오는 인도 100배 즐기기에서는 인도의 주와 주도, 힌두교의 신 이야기, 인도의 인물과 명물, 인도 주 이름 따라 쓰기등을 통해 인도를 되새길 수 있게 되어있었다.


인도를 알고싶어하는 이들에게, 형형색깔 인도의 다양한 모습을 친근하게 알려주는 책, 인도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 주는 책 《지리마블 인도》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리마블 아프리카 지리마블 시리즈 1
아티누케 지음, 모우니 페다그 그림, 김미선 옮김 / 윌북주니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리마블 아프리카

아티누케 글, 모우니 페다그 그림, 김미선 옮김

윌북 주니어


아프리카 사람이 본 아프리카는 어떤 모습일까?


영국 학교 도서관 협회 논픽션상을 수상하고, 지리 문화 개념사전을 쓴 저자 옥효진 선생님의 추천을 받은 나이지리아인이 쓴 아프리카 이야기

 《지리마블 아프리카》 


세상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며 14억에 가까운 인구를 가진, 가장 많은 어린이와 젊은이가 사는 곳, 지구 광물자원의 1/3을 품은 대륙이지만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기아와 난민, 노예의 이미지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곳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활기가 넘치는 알록달록한 아프리카'라는 책 소개처럼, 책 안에서 소개받는 아프리카 모습들도 알록달록 했다. 



미국, 중국, 인도, 호주의 땅을 모두 합친 크기와 맞먹는 땅덩어리 아프리카. 

비슷한 나라 같지만 저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다양한 문화를 가진 55개 이상의 나라가 분포한 곳.

눈부신 사막과 열대우림, 열대초원과 검은 화산섬, 동물의 대륙이기도 하지만 첨단 기술의 발전도 함께 이뤄지는 곳.

아프리카에 유럽보다 약 200년이나 앞서 세워진 세계 최초의 대학교가 있다고?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매력이 책 속에 묻어났다.


저자는 아프리카를 위치에 따라 남, 동, 서, 중앙, 북아프리카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 속한 나라들을 백과사전처럼 하나씩, 그러면서 그 나라에서 꼭 다루고 싶은 주제들을 알록달록하게 소개해주고 있었다.

보통은 북아프리카부터 북쪽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며 소개하거나, 규모가 큰 나라, 잘 알려진 나라부터 소개할 법도 한데 남쪽부터 들여다보니 새로웠다.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의 국경에 있는 세계 3대 폭포이름을 소개할 때도 '모시 오아 툰야'라고 먼저 소개한 것이 새로웠다. '천둥 소리가 나는 연기'라는 뜻의 여기가 어디지 싶었는데, 바로 '빅토리아 폭포'였다. 아프리카인의 관점에서 먼저 그 지역 언어로 그곳을 소개하는 아프리카책. 잠비아에 가보면 머리에 물건을 얹고 다니는 사람을 보며 우리나라 60년대,  할머니가 물건을 머리에 이고 다니시는 풍경이 연상되었다.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케냐, 우간다, 코모로 등이 포함된 동아프리카는 아시아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시아의 차와 향료, 비단과 화약등을 아프리카의 상아, 금, 소금, 노동력과 교류하던 곳이었다. 아랍과도 무역했던 동아프리카. 그래서 그들이 사용하는 스와힐리어에는 아시아와 아랍 문자가 많이 섞여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유일하게 힌두교를 믿는 섬나라 모리셔스가 인도 노동자의 후손이 많아서 그런것인것도 알게되고, 에티오피아가 기독교를 나라의 종교로 받아들인곳이란 것, 유럽 식민지배를 안받은 곳이란것도 보게되었다. 인도양의 낙원 세이셸, 시를 사랑하는 소말리아, 가장 뜨겁고 건조한 나라 중 하나이지만 청나일강과 백나일강이 만나는 수단...


사하라 사막 아래의 서아프리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이 있는 중앙 아프리카, 사막국가 북아프리카...매력적인 나라들이 쏟아진다. 직접 가서 보고 싶을만큼!




이렇게 아프리카 나라들을 종횡무진 만나다보면, 아프리카 100배 즐기기 코너를 만나게된다. 

우리나라에서 책이 출간되면서 출판사에서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국기, 나라이름 맞히기, 아프리카 주요나라 영어 이름 따라쓰기까지, 책을 접하는 어린 독자들을 고려해 학습지같은 느낌의 별책부록이 담긴 느낌이다.


뒷면에는 나라 이름별로 찾아보기 색인과 더 알아보기 웹 주소도 소개해주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에 관심있는 누구나에게 재미있고 친절하게 아프리카를 소개해주는 책. 아프리카 입문책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지리마블 아프리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도종환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

열림원



'흔들리며 피는 꽃'을 보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멋있는 시라 생각했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만 보던 그 때, 꽃이 피어나는 상황과 시간 전체를 보게 한 시였다.

그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고 했다.

시인의 향기를 정치에도 남기고 다시 돌아온 그가 풀어놓는 시어가 범상치 않다. 

'고요로 가야겠다'

제목만큼 절제된 표지, 흰 바탕에 흑백사진.

첫 시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월>.

한 편의 시를 한 문장씩 펼쳐놓으니 

이월이 이런 의미였나 다시 보게된다.

살얼음이 다시 끼는 상황속에서라도 '이월'이라면, 입춘이 지난, 마침내 맞이할 봄을 앞둔 2월이라면, 들판의 푸릇푸릇한 흔적을 보여주는 이월이라면

지금을 견디고 봄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



<곡우 무렵>

...

이런 평범한 하루를 연두와 연분홍으로 채우는

사월의 오후는 얼마나 고마운 시간인지요

평범한 날이 모여 인생이 되는 거지요

평범한 것들이 훨씬 소중한 거예요

평범한 그대도 그래서 내게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에요

...


시인이 읊는 평범함이

시대와 겹쳐 보인다.

일상의 평온함,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소중함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도토리>


이 시를 보며, 가을, 상수리 나무들 아래 모자를 쓰고 후두둑 떨어진 도토리들을 떠올린다.


씨앗이 결심하면 새싹도 결심하고

뿌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무도 포기하지 않는다...


한 몸, 한 공동체, 하나의 운명이라는 것.

후에, 그 도토리가 다시 수백개의 도토리가 되었을 때, 처음 그 도토리의 고독과 결정적인 순간을 모른다 할지라도, 그 하나의 도토리가 내린 결심은 작지만 위대한 것이었음이 분명할거다. 

운명공동체. 지금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고요>


바람이 멈추었다

고요로 가야겠다

 


바람이 멈추면, 이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낼법도 한데, 시인은 고요로 향한다.

진짜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내 안의 타오른 불길과 오래 흘러온 강물을 보게하는, 여전히 내가 가야한 길을 보게하는

고요.

나 자신도, 용서하지 못한 것들도 내가 판단하지 않고 신에게 맡기며

고요로 가는 걸음.


이 고요를 향해 가는 시인의 걸음이 이 시들을 낳았나보다.

격변하는 바람 속에 있었지만, 이제 봄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제 한 걸음 뒤에 서서 나를 들여다보고 지난 날을 돌아보며, 이젠 전체를 보는 따스한 시선.


시 한 편 한 편이 그저 스쳐지나가지 않는 시집.


가을 이라서,

도종환 시인의 시집이어서,

책이 이뻐서,

제목이 마음에 와닿아서

어떠한 이유에서든,

손에 들었다면

읽어 본 이들간에 따스한 눈맞춤을 나눌법한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