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이 시를 보며, 가을, 상수리 나무들 아래 모자를 쓰고 후두둑 떨어진 도토리들을 떠올린다.
씨앗이 결심하면 새싹도 결심하고
뿌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무도 포기하지 않는다...
한 몸, 한 공동체, 하나의 운명이라는 것.
후에, 그 도토리가 다시 수백개의 도토리가 되었을 때, 처음 그 도토리의 고독과 결정적인 순간을 모른다 할지라도, 그 하나의 도토리가 내린 결심은 작지만 위대한 것이었음이 분명할거다.
운명공동체. 지금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고요>
바람이 멈추었다
고요로 가야겠다
바람이 멈추면, 이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낼법도 한데, 시인은 고요로 향한다.
진짜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내 안의 타오른 불길과 오래 흘러온 강물을 보게하는, 여전히 내가 가야한 길을 보게하는
고요.
나 자신도, 용서하지 못한 것들도 내가 판단하지 않고 신에게 맡기며
고요로 가는 걸음.
이 고요를 향해 가는 시인의 걸음이 이 시들을 낳았나보다.
격변하는 바람 속에 있었지만, 이제 봄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제 한 걸음 뒤에 서서 나를 들여다보고 지난 날을 돌아보며, 이젠 전체를 보는 따스한 시선.
시 한 편 한 편이 그저 스쳐지나가지 않는 시집.
가을 이라서,
도종환 시인의 시집이어서,
책이 이뻐서,
제목이 마음에 와닿아서
어떠한 이유에서든,
손에 들었다면
읽어 본 이들간에 따스한 눈맞춤을 나눌법한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