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내가 있는 비룡소 창작그림책 74
조은지 지음 / 비룡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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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내가 있는

제 1회 비룡소 사각사각 그림책상

조은지

비룡소










 

색감은 분명 다른데. 이 그림책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앙리 마티스의 <붉은색의 조화>였습니다.

단순한 배치, 선명한 색감의 식탁과 의자, 단순화된 풍경. 그림을 찾아보니 마티스의 그림과는 정말 다른데 왜 떠올랐을까요?

그만큼 인상적이라는 것,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는 느낌이 닮았다고, 제 나름 결론을 내 봅니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붉은 색의 조화 Harmony in Red _네이버 미술백과

 

 

제 1회 비룡소 사각사각 그림책상 수상작인 이 그림책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까꿍놀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내가 없는 / 내가 있는

이 말을 반복하면서 일상 풍경 속에서 '나'인 아이가 그곳에 있고 없음을 스냅사진처럼 보여줍니다.

 

풍경 속으로 '내'가 들어감으로 인해 정돈된 것이 어질러지기도 하고, 가득채워 있던 것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내가 있음으로 더 풍성해지고, 의미가 부여되고, 물건이 제 주인을 만나 제 역할을 찾게됩니다.

엄마 아빠도 '내'가 없으면 폼잡고 그림그리고, 양복입고 다니는 모습일텐데

'나'와 함께 하면 스케치북은 아이의 사랑편지가 되고, 아빠는 슈퍼맨이 됩니다.

그래도 행복한 일상.

그 일상을 한 편의 그림첩으로 담아낸 듯한 그림책.

 

그림책 장면을 따라 해 봤어요.

내가 없는/ 내가 있는

책도 누군가 읽어주지 않고 봐 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이 그림책을 잡는 순간, 그림책이 살아나는 듯 합니다.

 

 

벌써 다 지고 이젠 언제 환한 꽃을 피웠나 싶을 정도로 푸르른 벚나무.

그 순간, 나는 봤어. 내 기억에 남아있어. '내'가 그 풍경안에 있을 때 더 특별해지는 순간.

일상에서도 이 장면을 많이 담아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아이들과 이 놀이를 해도 좋을 거 같아요. '내가 없는, 내가 있는' 그 순간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담는 순간 가족의 추억이 될 테니까요.

단순하지만 강렬한, 마지막엔 잔잔한 감동이 다가오는 책 《내가 없는, 내가 있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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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마법 열차 웅진 세계그림책 221
미첼 토이 지음,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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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마법열차

글, 그림 미첼토이 옮김 공경희

웅진주니어



 

깊은 밤. 마법. 열차.

단어에서 주는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기분이 있지요. 모두가 잠든 깜깜한 밤, 일상에서는 펼쳐지지 않는 일이 일어나는 마법같은 일이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타는 열차에서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마법 열차 탑승권이 들어있다는 스티커에 괜히 더 기대하게 되는, 랩핑된 그림책을 살포시 열어보았습니다.

"어린이는 밤에 잠을 자야지. 얼른 가거라!" - 그렇게 말씀하시는 할아버지는 주무시지도 않으면서...앞에는 커피잔도 보이는데..

그래서일까요. 주인공 남자아이는 이불만 둘러쓴 채 뱀을 무찌르는 게임을 하며 놀다 자정이 되었어요.

눈을 비비며 창문 밖을 보는데, 창문너머로 열차가 하늘을 날고 있네요!

"깊은 밤 마법 열차에 탑승한 걸 환영합니다.

이 열차는 달나라행입니다."

양치기에 잠수부(잠수부 주위엔 물고기들이 날고 있어요!), 긴 원뿔모자를 쓴 이들과 두 발로 서있는 짐승들까지

기차를 타고 있는 이들도 놀라운데,

이 열차는 표를 사서 주는게 아니라, 차장이 기차표를 아이에게 들려주네요.

(살짝 보이시나요? 책 안에 진짜 달나라까지의 실물 편도 탑승권이 들어있어요!)

아이들이 잠을 잘 때 세는 양들로 거리를 가득 메웠기에 그 양들을 불러모으는 양치기들, 국회 의사당 안 여우와 올빼미들의 잔치, 강가에서 염소들의 축구 텔레비전 시청, 잠수부를 따라 들어간 바다에서 수중동굴 구경, 요정들의 편지정리, 달에서 음악대의 행진에 인사하는 달의 여왕...

기차에서 만난 이들이 향한 곳을 함께 다니며 깊은 밤, 달 여행을 이어가는 아이.

작가는 호주 사람으로, 멜버른에 대한 사랑을 이 그림책에 담았다고 해요. 그냥 보면 그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그림들인데, 호주의 풍경을 아는 분들이 보신다면 아, 거기!라고 이야기할 수 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지요.

어? 자정이 되어 이 기차를 봤는데, 자정을 넘긴 기차가 달 깊숙이 날아간다고 나오네요. 이 모든 일이 단 몇분만에 이뤄진 것일까요? 달의 시간은 이곳 지구의 시간과 다른 것일까요?

아이는 무사히 달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집에 돌아가서 할아버지에게 이 모든일을 말씀드리면 뭐라고 하실까요?

존버닝햄의 《마법침대》가 생각나는 그림책.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알 수 없지만 여행한 아이는 아는 '그 여행'

오늘 밤 자정즈음, 책을 읽은 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다면 너무 나무라지는 마세요. - 물론, 다음날 중요한 일정이 잡혀있다면 곤란하지만.

혹시 아나요? 책 속에 들어있는 티켓을 가지고, 달나라까지 여행을 다녀오려고 하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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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열려라, 한국사 6 - 근대 열쇠key를 찾아라! 똑똑 열려라, 한국사 6
고성윤 지음, 조승연 그림, 김태훈 감수 / 상상의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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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열려라, 한국사 6 근대 열쇠key를 찾아라!

개항에서 - 독립 투쟁까지

글 고성윤, 그림 조승연

추천 유용태(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감수 김태훈(서울대 사범대학 부설 여자 중학교 교사)


 

《똑똑 열려라, 한국사》시리즈, 벌써 6권이 나왔습니다!

질문을 하는 것에 낯선 우리에게 산이의 질문과 할아버지의 답변을 통해 대화를 듣는 것 처럼 편안하면서도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보게하는 역사책이에요.

역사도 게임처럼 즐겁게 익힐 순 없을까 고민하던 저자가, <한국사 유산 상속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에 들어가 역사적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겪고, 각 시대의 역사적 특징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만든 책이에요. 주인공인 산이는 성이 '유'라서, 이름이 '유산'. 아픈 할아버지의 병상 옆에서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할아버지와 한국사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1권부터 시작된 그 여정이, 이번 6권에서는 강화도에 침입한 프랑스 군인들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네요. 개항과 근대화를 둘러싼 갈등부터 독립 투쟁에대한 이야기까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근대, 개항의 갈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지요. 쇄국정책을 폈던 흥선대원군. 미국 제너럴셔먼호 사건에서 부터 프랑스가 침략한 병인양요, 미국과 대립한 신미양요, 그렇게 세워진 척화비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stage 1.에서는 김옥균이 우정총국 개설 기념으로 외교관들을 초청해 연회할 때 민영익을 제거하려던 시도가 실패한 이야기부터 시작되네요. 급진개화파인 김옥균과 일본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거. 이 이야기가 바로 '갑신정변'이랍니다. 지금도 종로에 그 모습이 남아있는 우정총국인데 그 앞에서 근대화를 둘러싼 갈등이 제국주의와 맞물려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짧은 상황극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도 호기심과 긴장이 일어났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한국사 유산, 할아버지의 옛날 옛적에'로 풀어나갑니다.

어떻게 흥선대원군이 권력을 잡게되었는지, 산이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알려주지요. 단순히 사건이나 인물의 행동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그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입말로 들으니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주요 단어나 인물은 'Who?'와 'Tip'으로 정리해주고 있어요.

 

만화나 톡을 주고받는 형식으로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혹시라도 집중도가 떨어질 때 즈음 다시 책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답니다.

이 이야기가 <한국사 유산 상속 게임>이라는 틀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요?

각 stage가 마무리 될 즈음, 황금 열쇠를 찾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답니다. 앞에서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한국사를 배운 산이가 목소리와 행동의 주인공을 맞춰야 획득할 수 있는데요, 친구들도 함께 황금열쇠를 찾으러 가볼까요!

 

4개의 단원이 끝나고, 한 눈에 정리해주는 도표. 그리고, 역사 시간에 중요하게 언급되는 용어 찾아보기까지,

한국사를 즐겁고 재미있게 질문을 통한 대화로 접하며 머리속에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국사책 《똑똑 열려라, 한국사》6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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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 2022년 케이트그린어웨이 수상작 에프 그래픽 컬렉션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대니카 노프고로도프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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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Long way down

제이슨 레이놀즈 글, 대니카 노프고로도프 그림, 전하림 옮김

F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한 날. 책 하나를 옆에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래픽노블 《롱 웨이 다운》.

에드거 상, 뉴베리상, 프린츠 상, 코레타 스콧 킹 상, 월터 상을 수상한 영어덜트 소설 《롱 웨이 다운》을 그래픽노블로 재탄생 한 책이었지요.

표지부터가 음산한 기운을 뿜어냅니다. 충격적인 일을 겪고 나서 주인공 윌이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보이기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어난 일.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공간,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이 엘리베이터 안 1분여 시간동안 일어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내용입니다.

이야기 초반부터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 일상을 보내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던 가족이 눈 앞에서 총상을 당해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두는 장면. 숀 형이 죽었다... 한 번도 지진을 겪어 본 적이 없는 '나', 윌도 그 때 확실히 느낍니다. 땅이 입을 벌려 날 통째로 삼켜 버리는 그런 느낌.

숀 형이 원래 바른 생활 사나이 였던 것은 아니었어요. 엄마는 형이 열여덟 살 되던 해 부터 이렇게 말해왔지요.

...한 가지는 꼭 기억하렴.

밤거리를 쏘다닐지언정

절대 그 어두움을 네 안에

들여서는 안 돼.

우리에게는 정해진 원칙이 있다 - 누가, 무슨 이유로, 언제부터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첫째 울기 금지. 무슨일이 있어도. 둘째 밀고 금지. 절대 금지. 셋째, 복수. 똑같이 갚아주기.

이 원칙을 지키려, 숀 형을 죽였을 것 같은 - 이미 윌 안에서는 범인이라고 단정지은 - 릭스형을 죽이러 간다. 형이 총을 넣어둔 서랍을 열고. 비록 처음 만져본 총이지만,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형을 위해.(그것이 최선인줄 생각했다. 그게 멋있다고 여긴것 같다...사실과 상관없이...)

그렇게 나선 걸음.

릭스 형의 패거리가 없는 아침, 형이 있는 곳의 초인종을 눌러서 형이 나오면 해칠 계획을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윌.

그런데, 정말 뜻밖의 만남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하는 그 1분여 시간동안 윌에게 일어납니다.

이 원칙을 가르쳐줬던, 그리고 그 원칙에 의해 죽고 죽었던, 또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고 죽었던 이들을 층 마다 만난 것이죠!

이들은 윌에게 무엇을 말했을까요?

너의 복수는 온당하다? 그래서 격려해주려고 나타난 것일까요?

윌이 본 것이 실제이든 그렇지 않든, 윌은 자신이 이제껏 알던 - 알았다고 여겼던 - 일들의 실체를 듣게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질문 하도록 하지요.

' 정말 범인이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니? 네가 하려는 행위가 정당한 것이니?'

오전 9시 9분 9초

윌이 가려고 했던 릭스 형이 살고 있는 그 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습니다.

가슴에 총상을 하나씩 가지고 있던 여섯명의 사람들이 내리고, 윌이 내릴 차례.

윌은 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자신이 하려고 계획했던 일을 실행할까요?

...엄마가 숀 형에게 늘 했던 그 말이 윌에게도 새겨졌으면 좋겠는데...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냅사진들을 펼쳐놓고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어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선택을 짧은 시간동안 생각하게 하는 책.

그래픽노블로 그려내어 짧은 시간 더욱 강렬한 이미지로 남은 책.

소설은 어떻게 묘사되어 있을지 찾아보고 싶게 만든, 그래픽노블 《롱 웨이 다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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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안에서 사회탐구 그림책 10
르웬 팜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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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안에서

르웬 팜 지음,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벌써 3년째가 되었습니다. 우리 삶에 나타난 큰 변화가 여럿 있지만, 이 그림책에서 보여주듯 이것이 초기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니었을까요.

 

 밖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 그림책은 코로나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간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안에서 기다리고, 걱정하고, 웃고,울고...

일상을 보내지만 이 전과 같지는 않았지요.

일이 많아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이 없어진 사람들이 더 많았던 시간들.

누군가는 모두를 대신해 방호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야만 했어요. 특히 의료진들이 그러했지요.

희망하고 기도하고 기원한던 시간들.

소리없이 말을 나누고 손끝도 스치지 않으면서 서로 연락했어요.

안에서, 우리는 모두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밖에서,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지요.

밖에서, 세상은 계속 자라났어요.

안에서, 우리도 계속 자랐어요.

우리는 왜 안으로 들어갔을까요?

그것이 옳다고 여겼기때문이에요. ㅡ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그렇게 긴 시간동안 사회적 거리두가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창 밖으로 돋아나는 새싹과 어린잎과 꽃들을 보며, 안과 밖이 보이지 않는 막이, 실제하는 마스크로 가려진 것이 거두어질 날도 얼마남지 않았음을 기대합니다.

언젠가는 기억의 한 자락으로 남을 이 시기를 기억하며, 작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나열했습니다. 보통사람들의 일상에서 행하는 친절과 인간애를 다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타임캡슐처럼 코로나 시기를 담아낸 그림책.

그림 곳곳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나 사진을 넣어보는건 어떨까요. 그 때, 우리 그랬었노라고. 잘 견디고 결국은 그 시간도 지나왔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왔다고 이야기하는 날을 그려보며.

코로나 시기를 담아낸 타임캡슐같은 그림책 《밖에서, 안에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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