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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찰스 레이먼드 맥컬리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평점 :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황윤영 옮김
보물창고

인간의 양면성, 선과 악의 대표격으로 이야기되곤 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그 원작을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으로 읽게되었다. 생각보다 얇은 두께, 하지만 그 음침한 분위기는 런던의 안개낀 풍경만큼이나 스산하게 다가왔다.
지킬 앤 하이드.
지킬 박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은 지킬 박사의 이상한 유언장을 보며 분명 지킬이 하이드란 자에게 협박을 받고있다고 여겼다. 지킬이 실종되거나 사망시 하이드란 자에게 지킬의 모든 권리를 넘기는 조항이라니. 하이드란 자가 누구이길래? '그자가 '숨는'자라면 나는 '찾는'자가 될거란' 생각을 하던 중 하이드의 나쁜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되고 보기만해도 소름끼치고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하는 그를 마주하게된다. 그러고 나서 지킬을 만나게되어 그에게 하이드에 대해 묻지만, 딱히 이렇다할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얄궂게도 그 이후 하이드를 보지 못하지만,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정황을 듣게된다.
지킬이 나타나고 하이드는 사라진듯 평온한 일상을 지내던 어느 날, 지킬과 친하게지내던 래니언 박사가 초췌해지며 죽으며 남긴 편지를 손에 쥐게된다. 지킬이 실종되거나 죽게되면 보라는 글과 함께.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은둔하는 지킬의 집에 가게되고, 지킬대신 하이드가 지킬의 방에 있음을 느낀다. 지킬을 구하기위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서 지킬 박사의 옷을 입고 숨을거둔 하이드를 마주한다. 어터슨은 래니언박사가 남긴 편지와 헨리 지킬이 남긴 사건 진술서 전문을 읽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된다. 지킬박사가 하이드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 두 영역 사이의 고랑이 있네.
하지만 내 안에는 다른 사람보다 그 고랑이 더 깊어서 선과 악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지.
p.106 《지킬 박사와 하이드》
헨리 지킬의 사건진술서 전문 中
자신의 이중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지킬. 극기하며 선한 행동을 베푸는 지킬은 자신 안에 도덕적 금기를 깨는 쾌락을 따르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이중성을 보며 두 모습 다 진실했다고 이야기하는 지킬. 결국, 그는 그 떳떳하지 못한 본성을 분리시키는 실험을 시도하고 그 실험은 성공한듯 보였다. 괴기스럽고 작은 체구의 '하이드'는 갈 수록 덩치를 키우고 숨겨진 비도덕적 쾌락을 더 잔인하게 드러낸다. 작은 충고조차 받아들이지못하는 난폭함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고, '헨리 지킬'의 모습은 몸을 숨길 동굴이 되어주었지만 결국엔 그 원형의 생명을 앗아갈 존재로 자란다. 그가 맞은 결말은 하이드 속에 한 줌 남아있던 지킬의 의식이 더이상 자신의 악한 본성만을 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하이드를 매장시킨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생명을 거둘만큼 절박하게.
예전엔 이 지킬 박사가 하이드를 분리한 것을 아련하게게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글을 읽으며 이렇게 자신의 본성 중 악한면을 분리한 것이 자신의 이중성을 두고 고뇌하고 갈등하며 온전한 인간이 되어가기보다 양심의 가책을 줄이기 위한 방편일 뿐이었다는 생각에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는 자신의 악함을 타자의 어떤 행위로 보는 듯한 개운함운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 말로는 분리될 수 없는,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었음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더욱이, 이 이야기가 작가의 고향 에든버러를 떠들썩하게 한 윌리엄 브로디라는 이의 철저한 이중생활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것에서 오싹한 느낌도 들었다. 존경받는 시의원이자 유명한 가구제작자였던 이가 사실은 20년동안 복제한 열쇠로 절도단을 꾸리던 이였다는것.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모습이 실제로 존재했었다니. 아니, 우리 모두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지킬과 하이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를 정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그것을 사회악으로 표출한 것에서는 제재를 가할 수 밖에 없지만...
인간 안에 있는 선과 악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그 모습을 보여준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