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0
안네 프랑크 지음,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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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보물창고



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역사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란 사실을 생각하면 이 기록처럼 변화 가운데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잘 기술해 놓은게 또 있을까싶다. 공개된 일기, '필독'이라고 하는 일기 중엔 고학년 아이들 또래가 쓴 ㅡ 정말 십대가 쓴 건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ㅡ 《안네의 일기》가 있다.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나온 《안네의 일기》는 진짜 안네가 '키티'라고 이름붙인 일기장처럼 붉은 체크무늬 바탕의 표지에 가운데 안네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은 책으로 나왔다.


학교 친구들과의 일상이 신나고 설렘으로 가득해야할 십대. 열두 살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기록된 그녀의 일상을 기록으로 만날 수 있었다. 열살을 갓 넘은 네덜란드에 사는 소녀에게 유대인이라서 받는 차별은, 그래도 처음엔 다소 불편한 정도였다. 차와 자전거를 탈 수 없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시간도 정해진 삶. 히틀러의 반유대 정책 때문에 이것 저것이 금지되었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생활.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진급 교사회의가 있고, 함께 걸을 수 있는 이가 있던 평범한 일상이 어느날 도착한 호출통지서와 함께 달라진다. '은신처'로 옮겨 숨어지내는 삶. 발각되면 총살이라니. 전쟁이야기가 얼마나 일상이야기로 나누었기에 소녀의 일기장에 게슈타포에게 끌려간 유대인들의 이야기가 상세히 적혀있을까. 하지만, 전쟁 가운데 숨어지내는 삶을 적은 글이라서 음울하고 슬픈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또래 아이들이 부모님과 또는 이웃과 가질 법한 함께 지낸 이들과의 일상 이야기와 더불어 안네가 생각하고 느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지루하게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먼 곳에 사는 친구의 일상을 듣는 것 처럼 그렇게 궁금하고 귀를 기울이게된다.

전쟁 가운데 겪은 이야기인 동시에 은신처에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가족이 아닌 다른 이들과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일상에 관한 부분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여덟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은신처는 검은 비구름에 둘러싸인 파란 하늘 조각에 불과한 것 같다'는 표현처럼, 감수성 풍부한 십대 소녀의 시선과 감성으로 자기에게 마주한 현실을 써내려간 글.

"검은 구름이 물러나 우리 앞에 길이 열리게 해 주세요!"

안네의 일기는 약 3년간의 내용으로 마쳐진다. 그리고 1944년 은신처가 게슈타포에 의해 발견되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압송, 이듬해 15살이 되던 해, 장티푸스와 언니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생을 마감한다.

안네라는 작은 소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제2차 세계대전, 유대인 차별과 학살 속의 이야기. 세계기록유산으로 65개 언어로 번역되어 오늘도 그날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책 《안네의 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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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필독 신문 -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 할 비문학 독해 이야기 중등 필독 신문 1
이현옥.이현주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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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필독 신문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 할 비문학 독해 이야기


이현옥, 이현주 지음

체인지업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우리 중등 학생들을 향한 요구사항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현실도 모르는데 비판적으로 사고하라고?'라며,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릴 지도 모른다.

문제를 너무 어렵지 않게 한 장 내외로 풀어내면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이슈들은 무엇인지 교육, 문화, 사회, 과학, 환경, 경제 각 영역별로 정리해 한 권으로 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중등 필독 신문》. 부제로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 할 비문학 독해 이야기'라고 되어있다. '필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와 함께,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한다는 말이, 어서 책을 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끔한다.



흥미로운 주제, 문제상황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각 주제와 관련된 제목과 한 눈에 들어오는 한 컷 그림, 분석문을 읽다보면 이것이 무엇때문에 이슈가 되었는지, 또 의견이 나뉘어지는 부분은 어디인지, 어떤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알게된다. 



분석문에 이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여러 조언들을 더하여주고 있었다.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 나의 경험과 진로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는 것 등 이슈와 나의 현재상황과 연결해서 생각하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비판적 사고력 up'에서는 앞의 내용을 스스로 정리해보고, 이슈에 관한 나의 입장을 생각하며 대안이나 실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방식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앞 뒤 상황을 모른채 읽으면 장황한 글로 주눅들게 하는 신문이 아니라, '교복은 꼭 입어야 하는 걸까?', '게임을 무조건 하지 말라고?', '너도나도 인플루언서', '악플도 표현의 자유일까?', 'AI판사가 판결해 드립니다.' 등등 학생들의 이목을 끄는 주제들과 시대 상황을 반영한 주제들을 짧은 글을 통해 파악하게 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생각하게 해주는 책 《중등 필독 신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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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데이터 리터러시 -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모든 사람을 위한 교양서
송석리 외 지음 / 길벗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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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데이터 리터러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모든 사람을 위한 교양서


송석리, 황수빈, 이정윤, 정유진 지음

길벗

아침에 일어나서 먼저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기고, 기온이 낮다면 옷을 두툼하게 입을 테지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하던 이 행위가 바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였다는 사실!

이 책은 우리가 접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고 해석할지 기본개념과 실제 사례를 들어, 글을 읽고 이해하고 자기것으로 표현하는 것을 문해력이라 하듯, 데이터도 그렇게 다룰 수 있게 ㅡ 데이터 리터러시! ㅡ 만든 책이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쏟아지는 정보, 데이터를 새로운 관점에서보고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 보는 비판적 사고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과학'에는 컴퓨터를 아는것과 수학 통계를 다루는것과 무엇보다도 관련문제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도메인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선두에 나옵니다. 


지금의 데이터분야 트렌드와 기본 개념을 다루고, 바로 실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활용되는 데이터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는 차원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기온을 표시한 꺾은선 그래프를 보고 그래프를 읽는 법, 엑셀과 csv방식으로 저장해 보는 법을 알려줍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적합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것!(하브루타같네요!) 생활 속 데이터에 질문 하는 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자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호기심이 중요합니다.


데이터를 엑셀 파일이나 파이썬과 같은 프로그래밍언어로 만든것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 볼 때는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데이터를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며 데이터가 주는 느낌을 익혀봅니다. 이 책을 두배로 잘 활용하는 법으로, 처음은 그냥 책을 보고 보고 두번째부터는 실습파일을 활용하는 것을 권하고 있어요.(길벗출판사에 올려진 파일 활용)



곧 있을 총선에 모르는 번화로 전화나 문자가 오곤합니다. 여론조사 때문이지요. 이 여론조사 결과는 어떻게 봐야할까에 대한 이야기도 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너머의 것도 볼 수 있어야 함도 들려주고요.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추천광고가  매번 비슷하게 나오는것 같다고 느낀적 없나요? 추천시스템은 사용자의 과거 구매, 검색 기록, 평가, 좋아요 데이터를 분석해 유사한 취향의 아이템을 추천합니다. 그로 인해 비슷한 입장에만 갇혀버리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하는 것,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을 확증 편향이라는 것도 보게 되었어요.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시청 내역을 리셋하거나 다양한 매체에서 정보얻기, 비판적 사고와 질문을 던지라는 조언도 귀담아 보았습니다.

 

실제 우리가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바탕으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데이터를 깊이 보고 오해에서 벗어나는 능력을 기르는 것 부터, 데이터 리터리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실제 설문지를 만들고 나온 데이터를 가지고 코답(CODAP)으로 분석하고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윤리와 책임까지 다룬 책. 《최소한의 데이터 리터러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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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 필독서 50 - 셰익스피어에서 하루키까지 세계 문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14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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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 필독서 50

박균호 지음

센시오



"엄마, 어떤 책 읽어?"

이 물음은 두 가지 상황에서 듣게 되는 말이다. 내가 무슨 책을 보고있는지 궁금할 때, 또 하나는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초등 고학년이되자, 제법 글밥있는 책도 소화하는 아이에게 어떤 책을 권해 줄지 고민이 되었다. 적어도 내가 읽어보았던 책이나 신뢰가 가는 추천목록을 가지고 있을 때는 고민할 것이 적은데, 유명하다고는 들었지만 내용을 모를 때에는 선뜻 권하기 어려웠던 것. 그래서 '~필독서'라고 적힌 이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에게 권할 만한 세계문학의 팁을 얻을 수 있겠구나 하고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우선 나의 세계 문학 이해의 확장에도 확실히 도움이 된 책이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책 위주로 세계 문학 가운데 저자가 권하고 싶은 50권을 소개한 책. 서구의 문학에만 치중하지 않고 문화별, 나라별로 고루 경험할 수 있도록 책 목록을 선정한 것도 눈에 들어온다. 《레 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 《안나 카레니나》의 레프 톨스토이, 《햄릿》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부터 《아Q정전》의 루쉰, 《해변의 카프카》의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프랑스, 러시아, 영국, 독일,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매력도 더해준다. 또 세상을 바꾼 새로운 사상이나 사회 변혁운동의 실마리를 제공한 소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레 미제라블》이라든지 《1984》, 《허클베리 핀의 모험》등을 다루며, 단순히 책의 줄거리만이 아니라, 그 책을 쓴 작가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 책이 어떤 시대 상황과 흐름속에 집필된 것인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또 책 속에서는 무엇을 놓치지 말고 봐야 하는지 핵심적인 부분까지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유익했다. 마치 새로운 여행지에서 길을 안내해주는 가이드라고 할까. 여행지에서 나만이 느끼고 생각하게되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이해할 때 더 풍성한 경험을 하게 되듯이 말이다.

알게 되면 보이는 걸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관심을 가지니, 내 눈에 인생에 대한 통찰을 주는 여러 통로를 통해 이 책과 책의 메시지가 들려온다. 단순한 연애감정, 치정으로 인한 이야기 뿐 아니라, 인생 가운데 개인의 몰입, 더불어 함께 나눌 이웃의 존재, 그리고 삶의 마지막인 죽음을 기억하는 지혜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마음에 새겨졌다.

책을 읽어봤지만 겉핥기식으로 넘어갔던 부분을 짧은 몇 장의 글을 통해 콕 짚어주니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을 다시 보게 되어 좋았다. 또 제목만 들어보았던 책들을 소개받고 나서 그동안 손이 가지 않았던 책들을 잡아볼 용기가 생겼고 말이다.

 

셰익스피어에서 하루키까지 세계 문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이 책 소제목처럼, 이렇게 가성비 좋은 책이 또 어디있을까. 하지만, 이 책을 보게 되면 이 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분명 책에서 소개하는 원문을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라는 것. 언제 그 책들을 다 읽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하는 책. 

세계 문학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재미도 있으면서 문학성과 시사점을 가진 책 목록을 주고 싶다면, 이 책 《세계 문학 필독서50》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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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찰스 레이먼드 맥컬리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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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황윤영 옮김

보물창고


 

인간의 양면성, 선과 악의 대표격으로 이야기되곤 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그 원작을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으로 읽게되었다. 생각보다 얇은 두께, 하지만 그 음침한 분위기는 런던의 안개낀 풍경만큼이나 스산하게 다가왔다.

 

지킬 앤 하이드.

지킬 박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은 지킬 박사의 이상한 유언장을 보며 분명 지킬이 하이드란 자에게 협박을 받고있다고 여겼다. 지킬이 실종되거나 사망시 하이드란 자에게 지킬의 모든 권리를 넘기는 조항이라니. 하이드란 자가 누구이길래? '그자가 '숨는'자라면 나는 '찾는'자가 될거란' 생각을 하던 중 하이드의 나쁜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되고 보기만해도 소름끼치고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하는 그를 마주하게된다. 그러고 나서 지킬을 만나게되어 그에게 하이드에 대해 묻지만, 딱히 이렇다할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얄궂게도 그 이후 하이드를 보지 못하지만,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정황을 듣게된다.

지킬이 나타나고 하이드는 사라진듯 평온한 일상을 지내던 어느 날, 지킬과 친하게지내던 래니언 박사가 초췌해지며 죽으며 남긴 편지를 손에 쥐게된다. 지킬이 실종되거나 죽게되면 보라는 글과 함께.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은둔하는 지킬의 집에 가게되고, 지킬대신 하이드가 지킬의 방에 있음을 느낀다. 지킬을 구하기위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서 지킬 박사의 옷을 입고 숨을거둔 하이드를 마주한다. 어터슨은 래니언박사가 남긴 편지와 헨리 지킬이 남긴 사건 진술서 전문을 읽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된다. 지킬박사가 하이드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 두 영역 사이의 고랑이 있네.

하지만 내 안에는 다른 사람보다 그 고랑이 더 깊어서 선과 악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지.

p.106 《지킬 박사와 하이드》

헨리 지킬의 사건진술서 전문 中

자신의 이중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지킬. 극기하며 선한 행동을 베푸는 지킬은 자신 안에 도덕적 금기를 깨는 쾌락을 따르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이중성을 보며 두 모습 다 진실했다고 이야기하는 지킬. 결국, 그는 그 떳떳하지 못한 본성을 분리시키는 실험을 시도하고 그 실험은 성공한듯 보였다. 괴기스럽고 작은 체구의 '하이드'는 갈 수록 덩치를 키우고 숨겨진 비도덕적 쾌락을 더 잔인하게 드러낸다. 작은 충고조차 받아들이지못하는 난폭함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고, '헨리 지킬'의 모습은 몸을 숨길 동굴이 되어주었지만 결국엔 그 원형의 생명을 앗아갈 존재로 자란다. 그가 맞은 결말은 하이드 속에 한 줌 남아있던 지킬의 의식이 더이상 자신의 악한 본성만을 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하이드를 매장시킨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생명을 거둘만큼 절박하게.

예전엔 이 지킬 박사가 하이드를 분리한 것을 아련하게게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글을 읽으며 이렇게 자신의 본성 중 악한면을 분리한 것이 자신의 이중성을 두고 고뇌하고 갈등하며 온전한 인간이 되어가기보다 양심의 가책을 줄이기 위한 방편일 뿐이었다는 생각에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는 자신의 악함을 타자의 어떤 행위로 보는 듯한 개운함운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 말로는 분리될 수 없는,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었음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더욱이, 이 이야기가 작가의 고향 에든버러를 떠들썩하게 한 윌리엄 브로디라는 이의 철저한 이중생활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것에서 오싹한 느낌도 들었다. 존경받는 시의원이자 유명한 가구제작자였던 이가 사실은 20년동안 복제한 열쇠로 절도단을 꾸리던 이였다는것.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모습이 실제로 존재했었다니. 아니, 우리 모두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지킬과 하이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를 정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그것을 사회악으로 표출한 것에서는 제재를 가할 수 밖에 없지만...

인간 안에 있는 선과 악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그 모습을 보여준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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