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화두 참선법 - 성철스님 열반 15주기 추모
원택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서문


성철스님의 선수행

성철스님을 모시고 살던 절집의 이야기들을 어쭙잖은 글 솜씨로 중앙일보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 난에 6개월여 동안 연재하였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연재했던글을 모아 성철스님 시봉이야기라는 제목의 두 권의 책으로펴낸 것이 2001년의 겨울이었으니 벌써 7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때 김영사와 "성철스님의 저서들을 간추려서 두 권의 책을 더 출판한다"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한 권은이뭐꼬』라는 제목으로 2002년 가을에 펴냈고, 올 가을엔 스님의 화두참선법에 대한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성철스님은 어떻게 불교에 귀의하게 되셨고 어떻게 화 - P5

두참선을 해서 불법(佛法) 진리를 깨치게 되셨는가를 소개하면서 서문에 대신할까 합니다.
스님께서는 1912년 음력 2월 19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목곡리에서 태어나셔서 20세 전후까지 고향에 머무셨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소학교를 졸업하고 서당에서 자치통감(資治)까지 마친 뒤로는 더 이상 남에게 배우지 않고 스스로 독학하시면서, ‘영원에서 영원으로 통하는 진리를 찾아 동서양의 철학서들을 독파하셨다고 합니다.
20세 전까지는 불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고 관심도없으셨다고 하는데, 다만 사람이 죽지 않고 영원토록 살 수는없을까 하는 생각들이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가득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책 저런 책 등을 꽤나 광범위하게 보았지만 당신이 볼 때는 영원하고 자유로운 길을 제시한 책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스님의 체험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채근담(菜根)이라는 책이 있어 그것을펼쳐보다가 한 군데 눈이 딱 멈추었습니다. - P6

나에게 한 권의 책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펼쳐 여니 글자 한 자 없으나
항상 큰 광명을 비친다.

我有一卷經 하니
不因紙墨成 이라
展開無一宇 호대
常放大光明 이니라.

이 글귀를 읽으니 참 호기심이 많이 났습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종이에다 먹으로 설명해 놓은 것 가지고 안 될 것이다.
종이와 먹을 떠난 참 내 마음 가운데 항상 큰 광명을 비치는 경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글자 한 자 없는 경을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대광명을비치는 문자 없는 경이 있는 것 같아서 그것을 찾아본다고 참선을 익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글자 없는 경을 찾고자 애쓰고 계시던 어느 날, 우연 - P7

히 어떤 스님에게서 영가대사의 『증도가(道歌)』를 얻어서 읽어 보시고는 ‘마치 캄캄한 밤중에 밝은 횃불을 만난 듯 하여
‘아, 이런 공부가 있구나!‘ 하는 충격과 함께 영원한 길의 실마리를 찾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더욱 자신을 가지고, 마침내 지리산 대원사로 들어가 탑전에서 혼자 머물며 "개에게는 불성(佛性)이 없다"는조주스님의 ‘무(無)자 화두를 가지고 참선에 용맹정진하였습니다. 공부에 든 지 "사십이일 만에 마음이 다른 데로 도망가지 않고 동정일여(動靜一如)의 경지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체험을 고백하십니다.
이렇게 열심히 정진하는 청년을 감당할 수 없었던 대원사 주지스님은 본사인 해인사로 "무섭게 참선 정진하는 청년이 있으니 본사로 데려가서 잘 지도해 주시오." 하는 편지를 띄웁니다.
그러자 당시 해인사 총무 소임을 보던 최범술 스님이 대원사로와서 청년을 해인사로 데려가게 되었고, 마침내 1937년 3월청년은 동산스님에게서 성철이라는 법명을 받고 비로소 스님이 되어 화두 정진에 더욱 전력하게 됩니다.
3년이 지난 1940년 여름, 성철스님은 29세의 나이로 대구 동 - P8

화사 금당선원에서 마침내 칠통을 타파하고 오도송을 남기십니다.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결성한 뒤로 눕지도자지도 졸지도 않는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정진이 저절로 이어져 8년여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그동안에 밤중에도 졸기는커녕 고개 한 번 떨구어 본 적이 없이 꼿꼿이 보내셨다고 합니다.
이렇듯 성철스님께서는 화두참선법에서 먼저 힘을 얻으시고, 성전암 10여 년의 구불출(出) 시절에 팔만대장경과조사 어록을 널리 열람하시면서 당신이 깨친 내용이 부처님과조사의 뜻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음을 확신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수행의 체험과 학문적 연구가 곧 스님의 안목과지혜가 되어 오늘날 스님의 가르침과 저술로 남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 책의 ‘지상문답‘에서 간곡히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화두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지 외우는 것이 아니다. 화두는 외우는 것이 아니고 ‘어째서 ・・・・・・라 했는가?" 라고 의심해서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화두할 때는 화두만 부지런히 해서몸뚱이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도 잊어버려야 한다." - P9

"처음 이 책을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은 성철스님의 화두참선법을 세상에 알려서 선수행의 바른 길을 열어보고자 하는 뜻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성철스님께서 직접 선수행에 대해서 알기쉽게 정리해 놓으신 내용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스님께서 남기신 저술과 법문에서 말씀하신 화두참선법에 대한 것을 여기저기에서 단편적으로 끌어와 하나의 책으로 엮어내려고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참선수행을 하고자 하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책을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원고를 정리하고 보니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도 그리지 못한 형국이 된듯하여, 큰스님께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성철스님께서도 처음에는 화두 참선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시다가 "어떻게 해야 글자 한 자 없는 경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고 마침내 불교의 화두 참선에 심취하여 영원한 자유의 삶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들도 성철스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 "하지 않을 뿐이지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원을 세워서 화두 참선 길에 부지런 - P10

히 나서야겠습니다. 성철스님께서 "이 글자 없는 경(經), 말하자면 부처님과 똑같은 지혜 덕상을 가졌다는 자아(自我經),자기 마음 가운데 있는 경을 분명히 읽을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하신 당부를 마음에 되새겨서 우리 모두 영원한 자유의길로 나아가야겠습니다. 큰스님의 가르침을 의지해서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바른 화두참선수행인들이 나기를 발원해 봅니다.

큰스님의 뜻을 바르게 전하지 못한 허물이 있다면 미진한 소납의 잘못이니 경책해 주시길바랍니다.

끝으로 성철스님 시봉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뭐꼬』에 이어세 번째로 책을 발간해 주신 김영사 박은주 사장님과 편집부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불기2552년(2008) 추분절
성철스님 열반 15주기에 즈음하여
원택 화남 -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