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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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물음표와 느낌표사이를쉴새없이 오간 게 내 인생이다.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다. 품었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의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것은 우선 호기심을 갖는 것, 그리고 왜 그런지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온 88년,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 이제 인간은 박쥐가 걸리던 코로나도, 닭이 걸리던 조류인플루엔자도 걸린다. 그럼 무엇으로 짐승과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까? 눈물이다. 낙타도코끼리도 눈물을 흘린다고 하지만, 정서적 눈물은사람만이 흘릴 수 있다. 로봇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 P5

나자로의 죽음과 멸망해가는 예루살렘을 보고 흘렸던 예수의눈물, 안회의 죽음과 골짜기에 외롭게 피어 있는 난초 한그루를 보고 탄식한 공자의 눈물, 길거리에 병들고 늙고 죽어가는 사람을 보며 흘린 석가모니의 눈물. 그 사랑과 참회의 눈물이 메마른 사막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는 피 흘린 혁명도 경험해봤고, 땀 흘려 경제도 부흥해봤다. 딱 하나,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바로 눈물, 즉 박애fraternité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눈물, 인간의 따스한 체온이 담긴 눈물, 인류는 이미 피의 논리, 땀의 논리를 가지고는 생존해갈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

피와 땀이 하나가 되어야 하루천 리를 달린다는 한혈마처럼 힘을 낼 수 있는데, 현실은 반대로 대립과 분열의 피눈물로 바뀌고 있다. 거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쳐 인간관계가더욱 악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 있다면 자유와 평등을 하나 되게 했던 프랑스 혁명 때의 그 프라테르니테 - P6

fraternité, 관용의 ‘눈물 한 방울‘이 아닌가. 나와 다른 이도 함께품고 살아가는 세상 말이다.

사랑의 눈물 한 방울이 마법에 걸린 왕자를 주술에서 풀려나게 한다는 서양 동화를 기억하는가? 눈물 없는 자유와 평등은문명을 초토화시켰다. 인간이 한낱 짐승에 불과하다는 것을보여준 코로나 주술을 이길 유일한 길은 타인을 위해 흘리는눈물뿐이다.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눈물은 사랑의 씨앗‘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지만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내려갔다. - P7

구슬이 되고 수정이 되고 진주가 되는 ‘눈물 한 방울‘. 피와 땀을 붙여주는‘눈물 한 방울‘, 쓸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눈물 한 방울‘.

2022년 1월 이어령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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