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의 대전략 - 자유주의 패권의 연장인가, 역외균형으로의 복귀인가
스티븐 M. 월트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앤김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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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2013년 3월,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 관계자가 나를 국무부 강연에 초빙해서 "도발적"인 내용으로 강연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이 제안을 수락하면서 "왜 미국 외교정책이 계속 실패하는가?"라고 강연제목을 잡았다. 활기차고 호의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이 당시의 강연을기초로 짧은 책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나중에 문득 들었다. 대략 1년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외교정책을 담당했던 사람들만큼 나 또한 내가 착수한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나 잘못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10월에 초고가 완성되었고,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이 취임한 첫해 가을쯤에는 세간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아주 기막힌 타이밍이 될 것 같았다. 힐러리 클린턴이 그때쯤이면 전임자들의 수많은 과오를 되풀이하며 시기적으로나 가치관 측면에서 미국의대전략이 심각하게 비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2016년 11월 대선 승리는 여러 면에서 어색했던 뜻밖의 일이었지만, 미국 외교정책 엘리트들에 대한 내 핵심 논거를 시험해볼수 있는 이상적인 기회도 되었다. 트럼프 후보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미국 외교정책의 통설에 도전했고,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외교 분야 전문가들을 공개적으로 무시했으며, 동시에 그들로부터 무시당했다. 하지만일단 집권하자 트럼프는 외교안보 분야 기득권층을 극복하기가 예상보다훨씬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은 분명히 전입자들과 상당히 달랐고, 몇 가지 중요한 미국 정책이 바뀌기는 했다. 그러나 그가 2016년에 약속했던 외교정책의 혁명이 실현되지 못했다. - P17

이책은 독자들이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내가 대학원에서부터 시작한 연구 활동의논리적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동맹의 기원the Origins of Aliancesy(1987)에서 나는 국제적 동맹의 원인을 올바르게 이해해야만 왜 미국과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소련 진영보다 월등하게 강력했는지 설명이 가능하고, 또한 미국이 자신의 핵심 동맹국들을 지속적으로 안심시키지 않으면 이들이 소련 편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불필요한 우려를 줄일 수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명과 전쟁Revolution and War (1996)에서는 국내 혁명이 국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혁명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노력이 종종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함으로써 전쟁을 쉽게 촉발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길들이기 Taming American Power』(2005)를 통해서는 왜 적국과 우방국 모두 냉전 이후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우려하는지설명했고, 다른 나라들이 어떤 식으로 미국의 힘에 맞서거나 또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했는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미국은 보다 절제된외교정책을 채택함으로써 그와 같은 시도들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 외교정책The Israel Lobby and U.S.
Foreign Policy』 (2007)에서 나는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교수와 함께막강한 국내 이익집단이 어떤 식으로 미국의 포괄적인 국익에 해를 끼쳐가면서 미국 외교정책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지 보여줬다.
이와 같은 개별 연구물을 통해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요소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이러한 주제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서 미국의 전략을 수립하고 - P18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관리해온 엘리트 외교정책 기구들의 오랜 역할에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왜 미국이 지난 4반세기 동안 야심차지만 비현실적이고무엇보다 전혀 성공을 못 거둔 외교정책을 추구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냉전에서 승리하고 로마제국 이래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패권적지위에 올랐음에도 왜 미국 지도자들은 다른 모든 국가를 압도할 정도의군사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더 나아가 광범위한 동맹 체제와 피후견국(client states), 군사기지, 안보 공약을 확대하기로 결심했을까? 왜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모두 숙적이었던 소련의 몰락을 미국이 세계적 차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기회로 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여타 자유주의 가치를 전 세계에 퍼뜨리겠다는 신중하지 못한 계획에 착수했을까?
한때 "자유주의 패권(liberal hegemony)"이라고 불린 이 전략은 실패했고, 그 대가는 엄청났다. 클린턴Clinton, 부시Bush, 그리고 오바마Obama로이어지는 세 행정부가 모두 여기에 매달렸지만, 갈수록 비용만 늘어났고수렁에 깊이 빠져들었다. 미국은 왜 반복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매달렸는가? 그리고 외교안보 분야 기득권층은 어떻게 미국인들이 불필요하고 성공적이지도 않은 정책을 지지하도록 설득했는가?
이런 의문에 부분적으로나마 대답하자면 미국의 경제력과 힘, 그리고너무나 유리한 지정학적 환경이 환상적으로 조합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수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고 서반구에서 전혀 위협에노출되어 있지 않으며, 거대한 두 대양에 의해 나머지 세계로부터 보호 - P19

받고 있기 때문에 생존이 당장 위험에 처하는 일 없이 멀리 떨어진 다른나라에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유리한 환경은 오히려 미국 정부가 수많은 해외 개입을 줄이고 국내 문제에 보다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도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설명이 될 순 없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절제된 대전략을 추구하는 대신에 자유주의 패권을선택했다. 미국 외교정책 커뮤니티 (foreign policy community)가 자유주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일이 미국의 안보를 위해 긴요할 뿐만 아니라 쉽게달성 가능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위험을 과장하고 자유주의패권으로 창출해낼 수 있는 이익을 부풀리는 한편, 진정한 비용을 은폐함으로써 평범한 미국인들이 이 야심찬 구상을 지지하도록 납득시켰다. 그리고 설령 문제가 발생해도 거의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외교정책 엘리트들은 같은 실수를 계속 되풀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외교안보 분야 기득권층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내 비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외교정책은 국가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개인의 영달을 꿈꾸는 내부 특권층의 음모가 아니다. 오히려이와 반대로 이 책에서 언급된 기관들은 미국의 지배(U.S. dominance)가미국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계에도 이롭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 헌신적인 공복(公僕)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유주의 패권의 추구는이러한 엘리트들의 자부심을 고양시키고, 그들의 권력과 지위를 강화하며, 그들에게 많은 보직을 제공한다. 또한 개개의 인사들은 순응에는 보상하고 부동의(不同)에는 벌을 주며, 그리고 그 구성원들에게 지배적인컨센서스에서 벗어나지 말도록 독려하는 시스템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 P20

요컨대 이 책에서 다룬 대부분의 인사들은 자신들이 이해하고 있는 방식으로 국가 안보를 증진하려고 노력했다. 불행히도 이들이 그토록 정력적이고 헌신적으로 추구해온 전략은 근본적으로 결함투성이었고, 이들은때로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미국 외교정책 엘리트들의 의도 자체는최선이었지만, 그들은 다른 국가들에 크나큰 해를 끼쳤고 미국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미국의 역할에 대한 다른 시각과 절제된 전략을 추구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새로운 엘리트 계층이 등장하지 않는 한, 그리고 등장할 때까지는 지난 25년간의 과오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단 한 권의 책으로 미국 외교정책에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다. 하지만내가 바라는 바는 이 책이 미국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안보와 번영을 증진하고 미국의 핵심가치가 다른 나라들에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외교정책을 채택하는 날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특성을지닌 외교정책은 미국인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에 가까울 테고, 국내외에서 옹호하기도 더 수월할 것이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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