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EBS 다큐프라임
정지은.고희정 지음, EBS 자본주의 제작팀 엮음, EBS MEDIA / 가나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롤로그>

그 누구도 금융과 소비에서자유로울 수 없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 PD인 나는 ‘경제학은 나와는 무관한 학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사실은 정말 궁금했다. 수십년 동안 물가는 왜 오르기만 하는지,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열심히 일하는데도 왜 노후를 불안해해야 하는지.....….
궁금증은 계속해서 질문을 낳았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만들어냈다.
경제 전문가들은 투자하기 전에 왜 미국의 상황을 살필까? 미국의리먼 사태가 내 지갑 속 돈에 영향을 미칠까? 미국 경제가 우리 집 가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등. - P4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10여 년 동안 1천여 권의 다양한 경제학 서적을 섭렵했다. 그런데 경제학 서적이나 경제 관련 기사를 읽는다고 해서 내가 가진 의문이시원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경제 전망은 뉴스나 기사, 책마다달랐고 근원적인 물음은 풀리지 않았다.
‘돈이란 무엇인가‘
‘왜 학교에서는 경제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리는 ‘자본주의‘라는 답을 얻어냈다. 그후 1년 6개월간의 대장정을거쳐 자본주의의 발상지인 영국과 자본주의를 꽃피운 미국을 취재해 얻어낸 결과물이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였다. 영광스럽게도2013년에는 제40회 한국방송대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얻었고,
책으로 발간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1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위로 선정한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취재 과정에서 도움말을 주고 인터뷰에 응해준 영국과 미국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을 왜 세계적인 석학이라 부르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수학적인 경제 이론을 따지는 것이 아닌바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그들의 생각과 고민은 시작된다. - P5

밀려오는 청구서를 처리하기 위해 두세 개의 일터에서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미국의 일부 기업가들은 왜 직원들을 위한 건강보험료 납부를 기피하는지, 더 깊은 만족을 위해 쾌락을 잠시미뤄두지 못하고 왜 쇼핑중독에 빠지는지, 별 차이 없는 화장품인데도 왜 몇 주 만에 신상품이 또 나오는지, 금융 시장의 구성 요소에 대해 전혀 모른 채 금융 열기에 뛰어들면 왜 안 되는지, 우울할 때와 슬플 때 왜 우리는 무언가를 사려고 하는지・・・・・・.
현실에 기반을 둔 그들의 연구 성과와 조언을 들으면서 우리 취재팀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떠올렸다. 자본주의의 모태인 『국부론』 또한 ‘나는 먹고살 만한데 저들은 왜 가난하게 살까 하는 아담 스미스의 지식인으로서 가지는 부채감에서 시작된 것 아닐까. "대부분의국민들이 헐벗고 굶주리는데 그 나라가 잘산다고 말할 수 없다."고말한 대목을 봐도 알 수 있다.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what is capitalism?"
노벨상 수상자도 어려워하는 질문이다. 그 정의를 어떻게 내리든간에 우리는 싫든 좋든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도 비슷한 여건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아이들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데 먹고살기 힘들고 그다지 행복하지않은 삶을 이어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자본주의‘를 방송에서 다뤄보기로 결심했을 때 막상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초점을 잡을 수 없어 난감했다. 몹시 광범위한 데다가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 P6

‘그렇다면 우리 생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부터 찾아보자‘하는 생각으로 30대에서 50대의사람들을 대상으로 관심사를 조사했다. 그러자 ‘금융‘과 ‘소비‘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상 그 누구도 금융과 소비에서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는 사실 우리 스스로의 선택과 무관하다. 그렇다고 해서 끊임없이 도는 쳇바퀴 속의 다람쥐처럼 어떤 자유의지도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가.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무엇을 알아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감사하게도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방송 후 많은 분들이 격려와 찬사의 메시지를 보내오셨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취재 과정에서 얻은 세계적인 석학들의 조언을 방송에 다 담지는 못했다. EBS다큐프라임 자본주의』책에도 일부 담아내긴 했지만 방송 내용을 우선 충실히 다뤄야 했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숨겨진 모습을 알게 된 뒤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다. 우리의 일상에 관해못다 한 이야기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 P7

처음 방송을 기획할 때 ‘내 아이에게 가르쳐줄 이야기다‘라는 생각으로 풀어나갔다. 우리 모두가 미래를 준비하는 문제에서도 역시
‘아이들을 위한 금융교육‘, ‘좋은 소비습관 들이기‘ 이것이 가장 쟁점이 돼야 함은 분명했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한다. 부모가 먼저 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스스로 깨달아야한다. 아이들이 돈에 대해 미숙한 건 부모가 그렇기 때문이다. 부모가 잘 모르는데 금융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또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어야 했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두 번째 이야기 자본주의 사용설명서』에는 각 장마다 소시민으로 살고 있는 인물들이 나온다. 그 인물들을통해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자본주의의 유혹과 위협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일 수도있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있는지 말하기 위해서다.
<손자병법》의 ‘모공편‘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뜻이다. 우선은 자본주의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거울을 보듯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를 비판만 하고 있어서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고 해도 당장 내 아이들에게 올바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 P8

 자신을 지킬 수도 없다. 그렇다고 경쟁의 논리에 편승해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으니 너희를 밟아야겠다며 달려들 수도 없다. 결국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말이다.
자본주의가 갈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 안에서 과연 우리가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초의 열쇠가 될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담당 PD
정지은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