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인문학에 관심은 있지만 철학은 어렵다. 본격적으로 읽을 깜냥이 못 된다. 다만 어느 순간 어렵더라도 쉬운 것부터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찌어찌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두 남자의 철학 수다(줄여서 두철수)‘라는 팟캐스트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거라 대화체이고 존대말이고 그래서 접근이 부드럽다. 부제도 마음에 든다. 밀려 쓴 삶을 매듭짓는 시간에 대하여. 무슨 말인지 쉽게 다가오진 않으나 있어 보인다. 표지도 예쁘다. 다른 책을 제쳐두고 이 책부터 읽기 시작한다.

분류를 하자면 철학 입문서 정도 되는 것 같다. 어렵지 않다. 왠지 기분이 좋다. 프롬, 알튀세르, 바흐찐..니체..푸코..아하하..점점 어려워진다. 내가 그럼 그렇지..

그럼에도 이 책은 참 괜찮다. 나처럼 철학을 모르는 사람도 최소한 철학이 왜 필요한지 정도는 느끼게 해 주니까. 이 책을 읽고 나는 프롬이 왠지 만만하게 느껴졌고(읭?) 이름도 처음 들어본 알튀세르가 좋아졌고 푸코는 싫어졌으며 니체의 책을 당장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관함에는 메뚝씨(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이 책의 저자)가 추천한 책(메뚝씨는 친절하게도 난이도에 따라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독해를 포기하고 싶을 때 그 충동을 상쇄시킬 만한 책도 추천해 준다)이 또 쌓였다.

이번 달에만 벌써 중고로 5만원 이상을 샀는데..다음달까지 기다려야하는구나. 게다가 이 책은 후속작도 출판된 상태다. 보관함에 책이 또 쌓이겠구나. 그래도 소망은 이 팟캐스트가 인기가 꾸준히 지속돼서 계속 책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다.



#영어

성문종합영어로 독해 공부를 하겠다는 아름다운 꿈은 얼마 못 가 깨졌다. 애초에 나같이 의지박약한 인간이 세울 목표는 아니었다. 문법은 둘째치고 단어에서부터 막혔다. 문법서로는 고루할지 모르나 좋은 예문이 많아 독해 연습에는 최고라는 평에 학교 다닐 때도 보지 않았던 이 책을 선뜻 샀지만 이제 걷기 시작하는 아이가 달리기를 하려는 꼴이었다. 그래서 충분히 잘 걸을 수 있을 때까진 당분간 보류. (답지를 뜯어버려서 중고로 팔 수도 없다)

대신 <미국 보통 사람들의 지금 영어>를 읽고 있다. 일단 인터뷰를 글로 옮긴 책이라 확실히 생동감이 있다. 인터뷰집이라 영어회화, 생활영어로 분류될 책이지만 독해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챕터마다 유의해야 할 문법 사항과 단어를 따로 짚어주고 있어서 회화책으로만 한정해 보기보단 리딩북으로 활용해도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편집, 구성 모두 맘에 든다. 여기까진 여타의 책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 책 묘하게 감동적이다. 인터뷰 속에 드러난, 평범한 삶을 사는 사는 사람들의 삶이 조용히 마음을 건드린다.

아마 내가 완독하게 되는 첫 번채 영어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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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관함은 일관성이 없다. 그때그때 눈에 띄거나 생각난 책들, 혹은 누군가의 서재에서 좋다고 한 것들을 주워담다보니 일관된 주제도 맥락도 없다. 책을 얕게 읽어서 그런 것이리라. 그렇다면 묵직하게 읽는다는 건 또 뭘까. 어렵고 진지한 책을 읽는 걸까? 흔히 말하는 고전이나 인문서 같은 책 말이다.

이젠 그저 내가 좋은 책이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자 강유원의 책들이 좋아서 다 이해하진 못해도 줄기차게 읽었던 때가 있다. 어떤 책들은 신기하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들로 쓰였어도 그 깊이와 아름다움은 쉬이 알아채져서 막 빠지게 된다. 강유원의 책들이 그랬다. 정신없이 빠져서 책들을 읽다가 그가 읽고 가르쳐온 책들, 즉 고전을 나도 그대로 독파하리라 다짐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나는 일리아스를 읽었다. 지독하게 재미가 없었지만 꾸역꾸역 읽었다. 읽다가 힘나라고 이걸 바탕으로 한 영화도 봤다. 영화는 재밌었지만 책은 재미 없었다. 고전이 내게 무슨 효용이 있나 싶었다. 이 책을 극찬하는 리뷰들은 차마 보기가 부끄러웠다.

어떤 책에선 나를 위로했고(어려운 책을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책에선 나를 좀 더 다그쳤다(이 정도의 책은 읽어야 지성 있는 독서가로서의 근력이 키워진다).

자기계발서나 얄팍한 소설류만 읽었던 독서 단계에선 조금 벗어났지만 그 위의 단계로 가는 게 너무 어려웠다. 뇌가 살찌는 책들을 읽고 싶지만 내겐 힘들어 보여서 인문서를 읽는다 하고는 인문서를 표방한 에세이만 읽었다. 정말 괜찮은 책도 있었지만 읽고 나면 물배만 채운 것 같은 헛헛한 책도 많았다.

책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게 바로 알라딘 서재다. 뭔가 좋은 느낌의 페이퍼를 발견하면 그 서재 주인이 읽고 좋았다고 말하는 책들을 유심히 본다. 그리고 관심 가는 책들을 골라 담는다. 그리고 그 책들 중에서 최종 후보들만이 장바구니에 담기고 결재된다.

책을 읽는다는 건 내 귀한 시간과 돈이 투자되는 일. 이젠 책을 사는 것도 읽는 것도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모든 분야를 알 필요도 없고 모두 깊이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 때로는 고전(을 비롯한 있어 보이는 추천 목록들) 목록 따위는 쿨하게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하고 반대로 때로는 누군가의 추천 목록을 귀하게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한다. 누군가가 내게 정말 진주를 추천한 것일 수도 있으니.

실패하기 싫다. 작년 100권 정도의 책을 사거나 빌렸으나 그 중 좋았던 책은 14권에 불과하다. 너무 낮은 타율이다. 올해는 이 타율을 좀 올리고 싶다. 허영에 찌들어 책을 읽지 않되 지적인 충족감과 만족감을 주는 독서를 하고 싶다. 욕심인가.

올해 읽고 싶은 분야는 철학, 역사이다. 둘 다 만만치 않다. 일리아스의 실패를 교훈 삼아 친절한 입문서부터 도전할 생각이다. 읽다가 힘들면? 그냥 때려치자. 돈과 시간은 한정돼 있고 책은 차고도 넘친다. 어디선가 나와 정말 궁합이 맞을 좋은 책들이 나와 인연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좀 더 쉽고 친절한 책을 찾아 읽고 어려우면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하자. 부끄러워하지도, 패배감을 느끼지도 말자.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읽고 싶은 책들.
철학 듣는 밤은 리뷰가 좋고 입문서로도 좋아보여서 고른 책이다. 팟캐스트도 들어보려 했으나 육아와 살림을 하다 보니 집중해서 듣기가 힘들어서 일단 보류 중이다. 김중혁 작가와 김민식 피디의 책을 고른 이유는 나도 잘 쓰고 싶어서. 나도 매일 아침 쓰다 보면 무엇이든 잘 쓰게 될까? 독학자의 서재는 요즘 공부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고 미국 보통 사람들의 지금 영어는 성문종합영어를 계속 보는 게 나한테 별 의미 없는, 지루한 공부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두 살 아기 키우면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목표를 이루기는 좀 어렵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진 무리하지 않고 즐기듯 하고 싶다. 독서든 공부든. 돈이나 직업과 연결되지 않는 전업주부의 자기 만족이라고 해도 최소한 육아 우울증은 예방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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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팔뚝에 뭐가 오돌토돌 올라와서 이따가 병원에 가봐야 한다. 오전 중에 갔다오면 하루가 길어져서 좋긴 한데 아기가 여태 잔다. 나도 일어나자마자 멍한 정신에 밥을 먹고 났더니 뭔가 하기 싫어지는 기분이라 좀 더 멍을 때리기로 한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과 강박이 있는 듯하다. 약한 강도로 때론 강한 강도로. 학교 다닐 때도 열심히 하지 않던 영어 공부를 갑자기 해야겠다고 결심하질 않나. 인문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질 않나. 그러다 기어코 하루에 한편씩 글을 올리자 하기도 하고. 혹시 매일 글을 쓰겠다고 인터넷 어느 공간을 차지한 내 부끄러운 글들이 누군가에겐 쓰레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서재에 개인적인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어디선가 본 듯도 하다.

그래서 책에 관한 글을 좀 써 보자면 어젠 이 책을 읽었다.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임에도, 혹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라 재미있었고 그래서 띄엄띄엄 읽은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었고 3년차 신혼 부부인 대한민국 여자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나와 성격이 비슷한데, 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고, 저자 같은 성격의 남편이라면 적어도 시댁 문제로 갈등하는 부부는 거의 없지 않을까, 이런 면에선 저자의 부인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다 부질없는 것. 나는 그냥 이 생에서 내게 할당된 지금의 남편에게 적응하며 살기로..


어느 영어강사 블로그를 보다가 집에 성문종합영어가 있다면 당장 갖다 버리세요, 라는 충고를 봤다. 하하, 나 이거 얼마 전에 샀는데? 몇 장 넘기지도 못한 채로 책장에 고이 꽂혀 있는데?
하지만 이 책은 버릴 생각이 없다. 이 책을 교재로 추천한 어느 저자는 이 책을 독해 교재로 활용하라고 했다. 문장만큼은 성문을 따라올 책이 없다고. 단문 독해만 열심히 하라고. 그래서 어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단문 독해만 열심히 읽었다. 난 영어를 잘 못하므로 해석을 옆에 두고 지문을 읽는데 한글로 번역된 해석만 읽어도 재밌는 거다. 영어는 개뿔 못하지만 성문의 문장이 명문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 특히 이 문장.

인생에서 맨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자신밖에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아..시니컬하지만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걸 보는 고등학생 중에 이 말에 공감하는 애들이 과연 있을까. 공감하는 애들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슬픈 일일 것 같다. 애들은 적당히 철이 없어야지..

애가 깼다. 나도 여기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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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온갖 이야기들이 술술 풀리는데 그 서로 다른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하나의 아름다운 옷을 완성해 나가는 느낌이다. 그 와중에 내 안에 들어갔다 나온 듯 마음을 사정없이 어루만지는 문장들이라니. 내게 꼭 필요한 문장들이 적재적소에 튀어나와 기분 좋은 펀치로 실컷 두드려 맞은 듯했다. 저자와 역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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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101권의 책을 빌리거나 샀고 그 중에 반 이상 읽은 책은 고작 41권이며 마음에 남은 책은 15권에 불과하다.

애 키우면서 책을 보기가 쉽지 않았고 집중력도 떨어져 그랬던 거라 핑계를 대 본다. 책을 읽고 리뷰는 제대로 써 본 기억이 없는데 올해부터는 희미한 흔적이라도 남겨보려고 한다.

올해 처음 잡은 책은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
종횡무진 시리즈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선뜻 손이 안 가다가 인문학 기초 잡기로 좋을 것 같아 읽기 시작했는데 와, 진짜 좋다. 이제 5분의 4정도 읽었다. 아주 어렵진 않은데 그렇다고 쉽지도 않아 소설책 읽듯 읽을 순 없다. 2일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진도가 팍팍 나가진 않는다. 그래서 머리도 식힐 겸 선택한 책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이 책은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을 가졌으나 에세이에 가깝지 않나 싶고 가벼운 제목에 비해 꽤 머리를 끄덕이게 했다.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정도의 가독성을 지녔으나 내용마저 쉬이 흘려들을 건 아니었다. 읽으면서 머릿속에 생각나는 사람도 있고 저자의 조언에 따라 행동해보는 상상 속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재미있게 읽었다.

올해의 목표는 남경태의 책을 많이 읽기. 그리고 독후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기. 그리고 내키는 대로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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