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팔뚝에 뭐가 오돌토돌 올라와서 이따가 병원에 가봐야 한다. 오전 중에 갔다오면 하루가 길어져서 좋긴 한데 아기가 여태 잔다. 나도 일어나자마자 멍한 정신에 밥을 먹고 났더니 뭔가 하기 싫어지는 기분이라 좀 더 멍을 때리기로 한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과 강박이 있는 듯하다. 약한 강도로 때론 강한 강도로. 학교 다닐 때도 열심히 하지 않던 영어 공부를 갑자기 해야겠다고 결심하질 않나. 인문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질 않나. 그러다 기어코 하루에 한편씩 글을 올리자 하기도 하고. 혹시 매일 글을 쓰겠다고 인터넷 어느 공간을 차지한 내 부끄러운 글들이 누군가에겐 쓰레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서재에 개인적인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어디선가 본 듯도 하다.
그래서 책에 관한 글을 좀 써 보자면 어젠 이 책을 읽었다.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임에도, 혹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라 재미있었고 그래서 띄엄띄엄 읽은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었고 3년차 신혼 부부인 대한민국 여자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나와 성격이 비슷한데, 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고, 저자 같은 성격의 남편이라면 적어도 시댁 문제로 갈등하는 부부는 거의 없지 않을까, 이런 면에선 저자의 부인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다 부질없는 것. 나는 그냥 이 생에서 내게 할당된 지금의 남편에게 적응하며 살기로..
어느 영어강사 블로그를 보다가 집에 성문종합영어가 있다면 당장 갖다 버리세요, 라는 충고를 봤다. 하하, 나 이거 얼마 전에 샀는데? 몇 장 넘기지도 못한 채로 책장에 고이 꽂혀 있는데?
하지만 이 책은 버릴 생각이 없다. 이 책을 교재로 추천한 어느 저자는 이 책을 독해 교재로 활용하라고 했다. 문장만큼은 성문을 따라올 책이 없다고. 단문 독해만 열심히 하라고. 그래서 어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단문 독해만 열심히 읽었다. 난 영어를 잘 못하므로 해석을 옆에 두고 지문을 읽는데 한글로 번역된 해석만 읽어도 재밌는 거다. 영어는 개뿔 못하지만 성문의 문장이 명문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 특히 이 문장.
인생에서 맨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자신밖에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아..시니컬하지만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걸 보는 고등학생 중에 이 말에 공감하는 애들이 과연 있을까. 공감하는 애들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슬픈 일일 것 같다. 애들은 적당히 철이 없어야지..
애가 깼다. 나도 여기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