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의 소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
티에리 르냉 지음, 조현실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이 멈춰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한 소녀가 있다. 집에 들어 온 소녀는 가만히 침대를 노려본다. 소녀는 갑자기 침대 위에 놓여있는 인형에 위해를 가한다. 배꼽 부분에 불을 붙이고 지문을 찍는다. 그 행동을 하고 난 이후에 가만히 있던 소녀는 순간적으로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트린다. 소녀에게는 어떤 슬픔 사연이 있는 것일까?

소녀를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담임 선생님의 시선이 있다. 엄마에게는 소녀가 참 말을 안 듣고 속을 썩히는 딸이다. 아빠에게는 아내에게 과도하게 혼이 나는 걸 막아줄 수 없어 안타까운 딸이다. 담임 선생님에게는 갑자기 머리를 자르고 오고 말수가 적어져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학생이다. 대체 소녀는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일까?

 

담임 선생님은 소녀가 걱정스럽다. 그래서 소녀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일은 없을까 고민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소녀에게 더 이상 다가가고 싶지 않다. 소녀에게는 뭔가 자신의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게 있었다. 다시 생각하기 싫고 꺼내기 싫은 꺼림칙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녀가 무섭기도 한다. 어린 나이의 그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소설은 어떤 구체적인 사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녀의 현재의 감정과 담임 선생님의 과거가 조금씩 겹쳐진다. 소녀가 자라면 담임 선생님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간다. 담임 선생님은 소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을 보호해 온 틀을 깨기가 너무나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은 소녀를 구해주는 것으로, 과거의 무기력 했던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을까?

 

담임 선생님은 과거의 '그 일' 이후에 자신의 사진을 불태워 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자신에게 배달 된 사진 한 장을 지금까지 갖고 있어 왔다. 그 사진은 자신을 과거의 어린 소녀에게 옭아매는 굵은 쇠사슬이다. 선생님은 그 사진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용기 내기가 쉽지 않다.

 

소녀도 '그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엄마는 자꾸 자신을 그곳으로 보낸다. 소녀는 나름대로 저항을 해보지만 그것은 말을 안듣는 아이의 반항일 뿐으로 비칠 뿐이다. 아무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마음 속에서 어떤 울분이 솟아오른다. "날 구해줘, 날 구해줘, 제발!"

 

소녀는 얼어붙은 운하를 쳐다본다. 자신이 꼭 그 운하 같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자신은 얼음이 되어간다. 그걸 막을 수 없다. 자신에게 손을 뻗는 '그 사람'의 손길을 벗어날 수 없다. 소녀는 자신의 마음을 배반하는 몸의 반응에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 한다. 인형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하지만 네 잘못이 아니야."

 

꼭 어떤 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청소년들이 수많은 상처로 힘들어 한다. 심각한 일일 수도 있지만 정말 사소한 작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오늘날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방황하며 '운하의 소녀'처럼 얼어붙어 가는 건 아닌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아이에게 저지르는 나쁜 범죄가 더 이상 없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나의 꿈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