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반 소년들 카르페디엠 29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양철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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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반 소년들의 '우정꽃' 가꾸기

 

 

여기 각자 나름대로의 상처를 가지고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세 명의 소년들이 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니다가, 우연히 아무도 다니지 않는 '원예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말라 비틀어진 화분의 꽃들이 물 한 모금에 활짝 피어 오른 것을 보고 왠지 모를 기쁨을 느꼈던 것이다. 서로 전혀 몰랐던 다쓰야와 오와다는 그것을 계기로 화분에 조금씩 물을 주게 된다. 그러다 야구부와 농구부가 서로 자기들 동아리로 다쓰야와 오와다를 끌어가려고 하자, 그들은 엉겁결에 원예부에 가입 신청서를 내고야 만다. 처음에는 귀찮아 하지만 그들은 금세 나무들이 자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에 원예반에 나타난 BB를 보게 되는데, 그는 머리에 상자를 쓰고 나타났다.

 

오와다는 중학교 때 불량학생들과 어울리며 싸우고 돌아다녔다. 그러다 조폭에게 죽을 정도로 맞아 병원에 입원한 한 선배의 얘기를 전해 듣게 되고, 자신의 하고 있는 일에 미래가 없음을 깨닫는다. 그걸 계기로 공부에 몰입하게 되었고 조금은 공부를 잘하는 학교에 당당히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는 짧고 눈썹은 없는 모습이라 다른 학생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다쓰야는 모범생이지만 자신을 조금은 시니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아버지와 집안일을 분담하며 지내왔기 때문에 빨리 철이 든 건지도 몰랐다. 그리고 BB는 중학교 때 자신을 놀리고 때리는 학생들 때문에 등교 거부를 하는데,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 나서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조건으로 머리에 박스를 쓰고 상담실로 출석하는 것을  승낙 받는다.

 

BB는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하게 하면서 학교를 다니지만, 오와다와 다쓰야가 원예부를 꾸미는 것을 보고 그 일원이 된다. 그러면서 서로 친해지게 되는데, BB는 여전히 머리에 쓴 박스를 벗지 못한다. 그러다 학교 화단을 꾸미고 상을 받게 되거나 그들끼리 합숙도 떠나게 되면서 서로의 우정을 쌓아 나가게 된다. 하지만 오와다의 예전 친구들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누구나 환경이 바뀌면 자신을 새롭게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특히,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중학교, 고등학교의 청소년기라면 더욱 더 그런 마음이 강할 것이다. 자신이 공부를 못 했다면 잘하고 싶고, 성격이 소심했다면 대범하게 바꾸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를 많이 사귀거나 외모를 변화시키고 싶을 것이다. 이 시기처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때도 다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무엇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하는 지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이 소년들은 꽃과 나무를 가꾸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메말랐던 그들의 마음이 씨앗 하나에서 돋아난 새싹에 온 정신이 빼앗길 정도로 풍부한 감정으로 변화해 나갔다. 그러면서 그들은 스스로의 마음을 조금씩 열면서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친구들의 세계에 조금씩 다가가는 용기를 내게 된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의 몸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으로 우리의 지치고 상처 받은 마음도 감싸서 치유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나무로 우거진 숲길을 걸으면 자신도 모르게 답답한 게 뻥 뚫리고 시원해지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걸 보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청소년기가 생각나면서, 훈훈하고 따스한 '우정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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