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쓰다듬는 사람
김지연 지음 / 1984Books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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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존재하는군요. 제가 지금부터 그 이상함을 한번 사랑해 볼게요." (p.96)

<등을 쓰다듬는 사람>은 미술비평가인 저자가 예술을 발견하고, 사랑하고, 전달하는 마음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예술 작품과 예술가에 대한 서적들은 읽어봤지만 미술비평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답니다. 낯설지만 다정하게 독자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책이에요.

우리는 종종 ‘비평’이라는 것이 아주 날카롭고 무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날 선 칼보다는 구체적인 사랑의 눈이 더 필요하다(p.13)’고 합니다. 예술과 일상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고 사랑으로 작품과 작가의 등을 쓰다듬는 미술비평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예술 작품에 관해 쓰는 일은 작품 이전에 존재하던 것들에 닿으려고 애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가 전하는 언어는 작품의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드리운 그림자에도 있다. 때로는 얼굴의 표정보다 그림자의 명암이 더 진하다.” (p.11)

"작품을 볼 때마다 뒤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발견한다. 그것을 만든 사람의 애쓰는 모습을 떠올린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곁에 머무는 다정, 등을 쓰다듬는 애틋함, 기꺼이 기다리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마음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웠다." (p.182)

•#1984BOOKS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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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야기 길리그림 3
프란체스카 델로르토 지음, 김가후 옮김 / 길리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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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들이 있어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손을 꼭 잡았던 그들은 시간이 지나며 더이상 손을 마주잡지 않아요.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서로가 아닌 다른 것들에 시간과 애정을 줘버려요.

어느 날, 큰 바람이 불고 그들에게는 소용돌이가 지나간 흔적이 가득 남게 됩니다. 바람은 그들은 완전히 떼어놓았을까요? 아니요, 그들은 오히려 소용돌이가 지나간 자리에서 서로의 손을 붙잡게 됩니다.

<어느 이야기>는 글 없이 그림으로만 구성된 사일런트 북이에요. 독특하면서도 몽환적이고 아름다워요. 사랑이 멀어졌다가 다시 커지는 과정을 플랩 페이지를 열어 시원시원한 크기로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어요.

•길리북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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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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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야. 샤워 못하겠어. 그냥 너무 싫어.” (p.21)

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난 이쓰미와 겐시는 아이 없이 도쿄에서 사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겐시는 수돗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며 샤워를 거부합니다. 이어서 비누와 치약도 쓰지 못하게 된 겐시...

빗물이나 강물로는 개운하게(?) 씻어내는 남편을 보며 이쓰미는 어린시절 태풍이 지나간 물웅덩이에서 데려왔던 물고기를 떠올립니다. 소중히 기르지 않았음에도 오래 살아있다가 이쓰미가 다시 강으로 흘려보낸 물고기를요.

‘혹시 지금, 남편은 미친 걸까. 이쓰미는 그걸 모르겠다. 어느 쪽인지 알고 싶다. 같이 살고 있는데 다른 게 보이는 느낌이다. 저만 두고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 자신은 어디에 남겨지는 걸까.’(p.67)

'용서하고 싶어서 괴롭다. 유약한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미쳐가는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하지만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p.133)

영업직이었던 겐시는 일을 그만두게 되고 부부는 이쓰미가 자란 시골의 낡은 할머니댁으로 이사합니다. 강에서 씻고 수영을 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남편을 바라보며 이쓰미는 온화한 남편과 평온한 자신의 인생에 생긴 균열에 대에 생각합니다.

작가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부부의 잔잔한 일상이 흔들리는 과정을 잘 그려냅니다. 남편에게 목욕을 강요하진 못하면서도, 겐시가 도시와 사람들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가 자신에게서도 떨어져나갈까 불안해하는 모습의 아내를요.


•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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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이에요
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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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쌓여 돌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약 천만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발끝에 차이는 돌들 중에 저보다 짧은 생을 산 돌은 없습니다.“ (작가의 말)

백만 살의 돌 하나가 새롭게 아침을 맞아요. 콩이 자라고, 알에서 새가 깨어나고, 비가 쏟아지는 동안 돌은 그대로예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돌이지만 돌의 매일은 새로워요. 빗소리를 듣고, 나비의 떨림을 느껴요. 말이 없고 발이 없지만 온몸으로 살아요.
⠀표지를 벗기면 작은 돌 뒤의 숨은 세월이, 그가 품은 넓고 깊은 세계가 보여요. 우리도 살아온 시간을 품고 단단한 존재가 되어가요.

•돌에게는 어떤 세월이 새겨져 있나요?
-암석들이 부딫혀 반짝이는 불꽃
-태어난 지 십일 된 애벌레의 꿈틀거림
-화엄사로 향하는 고려 승려의 지팡이 두드림
-사흘간 계속된 산불
-아흔아홉 번째 소나무의 쉰두 번째 솔방울
-브라키오 사우루스의 잇자국

•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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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어
니콜라스 하이델바흐 지음, 전은경 옮김 / 길리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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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독일의 여름, 엄마와 바닷가를 찾은 소년 루이스는 아기 문어 루이제를 만나요. 똑똑한 문어 루이제는 엄마 문어 몰래 육지로 올라왔거든요. 루이스는 루이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두 친구는 함께 산딸기 케이크를 먹고 거품 목욕을 하며 우정을 쌓아요. 루이스를 괴롭히는 녀석들과 함께 맞서기도 하고요. 루이제는 소년과 대화하기 위해 먹물로 글씨를 쓰고 루이스는 문어 친구를 위해 잠수와 수영을 연습해요.

“6개월 후 루이스는 바닷가를 찾았어요.
그동안 수영과 잠수를 열심히 배웠지요.
가져온 산딸기 케이크 한 조각을 바다 깊은 곳에 던지고 루이스도 뛰어들었어요.”

그림 곳곳에 루이제를 위해 루이스가 가지고 다니는 소금 상자가 보여요.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친구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한편, 페이지마다 예술적인 삽화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책 <나의 문어>입니다.

•길리북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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