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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인 애나 펀더는 권력에 관해 잘 알고 있음이 분명한 조지 오웰에 대해 찾아보다가 그의 첫 번째 아내 ‘아일린 오쇼네시’를 알게 됩니다. 심리학 교육을 받은 옥스퍼드 졸업생이었던 아일린은 오웰에게 <동물농장>을 '우화'로 쓰기를 권유하고 <세기말, 1984>라는 시를 써서 이후 오웰에게 소설 <1984>의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하죠. 그런데, 우리는 아일린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저자는 오웰과 그의 전기 작가들이 ‘아일린 오쇼네시’를 의도적으로 지웠음을 주장합니다. 오웰이 스페인 전쟁에 참전하고 부상을 입은 동안 아일린은 정보부 검열과에 들어가서 아픈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했습니다. 오웰에게 정보부(이후 <1984> ‘진리부’의 모티프) 일을 알아봐 주었고요. 그럼에도 오웰은 아일린을 서른일곱 번의 ‘내 아내’라고만 언급할 뿐입니다.
가장 노릇을 하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주고, 전쟁 속에서 자신과 동료들을 구해냈던 아일린을 두고 오웰은 오히려 다른 여성들을 갈망(+수차례 강간미수)합니다. 아일린은 아들을 입양하는 법적 절차를 밟는 날에도, 암 수술을 받는 날에도 혼자였다가 서른 아홉에 사망합니다. 아일린의 인생을 바쳐 조지 오웰은 역사에 위대한 작가로 기록되고요. 이 책은 그런 아일린의 이름을 되살리는 책입니다.
“이 세상은 여성들의 무급 노동 위에서 굴러갑니다. 제가 바라는 게 있다면 돌봄노동이 여성 에 대한 도덕적 판단과 분리되는 것, 그래서 남성 동반자와 좀 더 공평하게 노동을 분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p.574, 한국 독자들을 위한 짧은 해설)
“여성의 행위를 누락하는 가장 교묘한 방법은 수동태를 사용하는 것이다. 원고는 타자 치는 사람 없이 타자로 쳐지고, 목가적인 환경은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 없이 존재하고, (중략)” (p.101)
“가부장제야말로 겉으로 보기에는 ‘고상한’ 남성이 여성들에게 함부로 행동하도록 허용해 주는 이중사고다.” (p.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