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랑 맑은아이 15
신영란 지음, 오오니시 미소노 그림 / 맑은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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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 부부가 추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알을 낳아요. 아빠펭귄이 바다에서 먹이를 구해와 알을 넘겨받으면 이번엔 엄마펭귄이 바다로 떠난답니다. 아빠펭귄은 도둑갈매기와 눈보라로부터 알을 지킬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세찬 바람이 불어 아빠펭귄이 품던 알이 깨져버리고 말아요..

“앗, 내 아기!”

시간이 흘러 여기저기서 아기펭귄들이 알을 깨고 나와 힘차게 울음을 터트릴 때, 아빠펭귄은 발등에 놓인 얼음덩이를 하염없이 쳐다보며 아기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어요. 주변 펭귄들이 수군거리죠. 그때, 아빠를 잃은 아기펭귄이 혼자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앙앙앙!”

슬픈 표정으로 발등에 놓인 얼음을 간절히 품고 있던 아빠펭귄. 펭귄 부부가 슬픔을 잊고 새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준 건 마찬가지로 가족을 잃은 아기펭귄이었답니다. 귀여운 황제펭귄 그림책인데도 눈물이 찔끔 나오는 이유는, 우리도 이렇게 아빠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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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
이충녕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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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의 깊은 응시 속에서, 나는 J의 손목에 생긴 주름을 발견했다. 이전까지 한 번도 의식한 적이 없는 주름이었다. 그것을 주의 깊게 바라본 순간, 나는 갑자기 누가 심장을 돌로 짓누르는 듯한 울컥한 감정을 느꼈다. 왜 나는 그날 아침 J의 손목 주름을 보고 갑자기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일까?" (p.144)

우리는 사랑을 말하는 컨텐츠들은 넘쳐나지만 실제 사랑은 메마른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20대에는 상대의 사랑을 얻기 위한 기술을 공부하고, 30대가 되고서는 결혼을 앞두고 손해 보지 않기 위한 남녀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걸 몸소 느낍니다. 우리가 찾는 사랑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요?

저자인 철학자 이충녕은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속에서 손익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손목에 생긴 주름 하나에도 울컥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나로 존재하다가 상대의 어둠마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목적지가 아닌 과정으로서 행복을 느끼는 것입니다. 설명 없이 내가 상대를 위해 행동하게 만드니 사랑은 ‘효율적으로‘ 할 수도 없죠.

시작하며. 우리의 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하여
1부. 사랑의 가능성
2부. 사랑과 실존
3부. 사랑과 자본주의
마치며. 모든 사랑의 가능성이 이루어지기를

사랑을 이야기하는 컨텐츠의 풍요 속에서 고독함을 느낄 때 우리는 현실에서 도망치려고만 합니다. 저자는 이 고독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존재의 중심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사랑하는 것이죠. 이 책으로 철학과 인문학, 심리학을 곁들여 사랑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해보세요. 단 하나의 답이 없는 사랑을 위해서요. 


•클레이하우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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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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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다가갈 수 없는 진실은 마지막 날까지도 고통스러울 테니까.” (p.213)

엄격한 카톨릭 집안의 카르멘, 리아, 아나는 너무나 다른 성향을 지닌 세 자매입니다. 어느 날 17살의 아나는 마을 공터에서 온몸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됩니다. 아버지 알프레도는 아나의 절친 마르셀라와 함께 딸의 죽음을 추적합니다. 그리고 죽기 직전, 30년 전 사건의 진실을 담은 편지를 가족들 중 리아와 마테오에게 보내요.

첫째 카르멘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입니다. 사제가 되려다 포기한 훌리안과 결혼했죠. 아들 마테오는 무신론자이지만요. 둘째 리아는 사건 이후 종교를 버리고 가족들과도 거리를 두고 살다가 진실을 밝히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아나의 절친 마르셀라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있었으나 그날의 충격으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말죠.

책은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그날을 이야기해요. 피해자이자 고인인 아나를 제외한 가족들, 기억이 온전치 않아 노트에 의존하는 마르셀라,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까지요. 책을 덮으며 무신론자가 된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종교를 왜곡하고 거짓 믿음을 가진 자들이 오히려 신을 죽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었다. 특히 이번만큼은 하느님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가지 마십시오. 그러나 이번에는 제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제가 이루었나이다.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말입니다." (p.403)

“예전에는 진실을 몰라서 괴로웠던 반면, 지금은 모든 것을 알아서 고통스럽단다.” (p.409)

•푸른숲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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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2023 노벨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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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제학과 여성 최초의 종신 교수이자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의 최신간입니다. 그는 가정(아이)이 있는 남녀의 임금 격차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100여 년간의 미국의 대졸 여성들을 1~5세대로 나눕니다. 이 분석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시간을 투자해 커리어를 발전시켜야 하는 시기와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생물학적 시기는 주로 일치합니다. 30대 중후반이죠. 이 시기가 지나면 양쪽 모두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는 부부 중 한 명이 아이의 온콜 모드를 담당하고, 그건 주로 여성의 역할이 됩니다.

“근본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와 행복한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고전하는 여성이 직면하는 문제는 시간 충돌의 문제다. 대개 커리어에 투자한다는 것은 젊은 시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시기는 여성이 아이 갖는 것을 ‘놓치면 안 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p.19)

가정 내의 일과 아이 양육에 더 많이 참여하는 여성에 비해 남성은 자의/타의로 더 많은 시간 근무하고 회사의 온콜 근무까지 맡게 됩니다. 당연히 남성의 수입이 높습니다. 부부가 5:5로 아이를 담당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희생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인 이유입니다. 높은 학위를 가진 고소득 전문직 여성도 일을 그만두곤 합니다.

얼마나 많은 인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인가요! 우리 경제는 ‘탐욕스러운 일’을 해나가는 사람에게 큰 보상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동자의 시간을 갈아넣는 경제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주로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는 남성 또한 아이와의 시간(아이가 다 자란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을 잃게 되는 것이죠.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만 이룰 수 있는 저자의 해결책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시대(에필로그의 ‘팬데믹 시기’가 흥미로웠습니다)를 분석하고 추적하는 과정, 그리고 장과 장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글의 흐름에 감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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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과학의 신비 2024 - 하루 한 장 퀴즈로 만나는 과학 일력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 지음, 조은 옮김 / 비룡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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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부터 일력을 사용하는 재미를 알게 되어 쭉 일력을 쓰고 있어요. 내년에는 매일매일 화보와 함께 과학 퀴즈로 상식을 쌓을 수 있는 <355 과학의 신비> 달력을 쓸 거예요.

‘내셔널지오그래픽’다운 멋진 화보는 물론, 교과 연계 과학 퀴즈와 풀이집이 있어서 해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새해 선물로 주면 참 좋을 것 같아 추천드립니다.

•비룡소에서 달력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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